개인적으로 전 밖에 나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타입입니다. 취미도 보통 혼자서 즐기는 걸 선호하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꽤 자주 나가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분을 보기 위해서죠.
사실 꼭 있는 걸 기대하고 나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 한 번 보는게 행복해서 자주 나가게 됩니다. 같이 모이는 분들하고 노는 것도 재미있고요.
오늘만 해도 수업 끝나자마자 무작정 정류장으로 뛰고 버스잡고 또 뛰고 걷고 해서 일찍 버스를 타는 데 성공했죠. 다리가 정말 팅팅 붓는 느낌에 숨이 차서 걷기가 힘들었는데도요.
저번주에 한번 하고 나서 안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도 발이 먼저 나가는 걸 보면 정말 여러모로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건가 싶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제가 이야기하는거 듣고는 '그 관심없던 언니가 이렇게 변하다니 무섭다' 라고 평할 정도였죠.
P.S.
일요일날 탁구를 배웠습니다.
좋아하는 분이 처음에 먼저 권했는데 전 못한다고 뒤로 뺐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는 남동생이 그래도 해보라고 다시 권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운동신경이 부족하단 이유로 거절했는데 이번엔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하는 애가(이쪽도 남자앱니다) 탁구채 쥐는 법까지 알려주곤 자기 대신 하라면서 자리로 떠미는 겁니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 제가 서브를 전혀 못해서 다른 분에게 공을 넘겨주고 있으니까 이번엔 저 동생 둘이 서로 서브 가르쳐준다고 옆에서 번갈아가면서 설명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인기인이 된 느낌이라(...)
덤으로 서브 가르쳐줘도 제가 못하고 있으니까 좌절하는 동생이 귀여웠어요(...)
그림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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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댓글
조커
2015-01-07 10:11:53
으흐으흐으흐(휘파람으로 러브스토리 테마곡을 연주한다)
다만 너무 오래 지켜만 보진 마시고 적절한때에..뭐 아시죠?
저처럼 지켜만 보다가 놓치는 일만 없다면야 잘될겁니다
..랄까 이야..이거 누가 옆에있다면 팔꿈치로 툭툭 찌르면서 웃어야 할 글이군요
안샤르베인
2015-01-09 17:34:45
일단 인사부터 제대로 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매번 시선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요.
조커
2015-01-07 22:03:03
바로 그런마음때문에 제가 결국엔 놓치고 후회했죠.
결국 필요한건 용기니까 말이죠....
거참...나도 실패한 주제에 훈수 두는 꼴이 좀 제가 봐도 그렇긴 하지만....뭐 암튼 급하지 않게 그렇지만 늦지 않게....이게 중요해요. 진짜.
안샤르베인
2015-01-07 20:23:34
사실 정말 좋아하는지도 깨닫지 못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벌써 몇년 되긴 했어요. 문제는 눈을 제대로 마주치고 보는 게 힘들다는거죠. 고백할 마음은 있긴 하지만 이게 제일 복병일 것 같습니다.
Lester
2015-01-07 19:56:59
벌써 봄이 오는군요. 좋은 사랑 하시기를 빕니다.
안샤르베인
2015-01-07 20:24:49
감사합니다. 레스터님도 하는 일이 잘 풀리셨으면 좋겠네요.
마드리갈
2015-01-08 14:45:42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해요. 그걸 안샤르베인님의 글을 보고 정말 잘 느끼고 있어요.
얼굴 한 번 보기 위해서 추운 날씨를 감수하고 나간다는 건 정말 엄청나게 큰 변화예요. 주변에서 사람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얼마나 큰 변화인지가 잘 보여요.
탁구도 배우셨군요. 그러고 보니 러브히나, 사키 같은 애니에서도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오죠. 숙소 내의 탁구대, 그리고 탁구를 하면서 친해지는 그런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고 있어요.
앞으로 펼쳐질 기분좋은 변화가 기대되어요!!
안샤르베인
2015-01-08 17:34:46
대학교 막 올라왔을때 친구가 짝사랑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놓을때 전 어 그래. 하고 쿨하게(...) 듣기만 하는 입장이었죠. 그래서 더 많이 변한거 같다고 느끼나봐요.
뭐랄까 다른 운동은 다 싫고 귀찮아도 탁구만큼은 애정을 붙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계기가 계기다보니...
SiteOwner
2015-01-09 00:49:05
사랑을 하면 역시 사람이 변한다는 게 맞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고백이 받아들여졌을 때 그 이후부터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였던 것도 다시 생각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참 좋습니다. 이전에도 그렇고, 올해에도 이런 글이 올라오니까 행복합니다.
이런 행복한 나날이 잘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이 있으면 틈틈이 들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안샤르베인
2015-01-09 11:20:06
좋은 근황을 매번 전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TheRomangOrc
2015-01-10 01:19:30
탁구왕 김재빵이 생각나네요.
그나저나 어느세 수업이 끝나고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니 생각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하네요.
늘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고 있어요. 잘 될 거에요.
안샤르베인
2015-01-10 22:44:55
탁구왕 김재빵이라는 말에 터져버렸습니다(...) 뭔가 제 상황과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말이에요.
사실 머리속으로 한참 늦게 갈 것인가 서두를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는데, 수업 끝나자마자 가방 들쳐메고 뛰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