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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삭제]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다음 주 금요일이면 끝납니다.

지금 있는 분야하고 전공도 취미도 관심도 전혀 안 맞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나 이거 하기 싫다'는 반응이 튀어나와서 계약해지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거니와, 처음부터 진심으로 원하는 곳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되리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원에 방 잡은 거 채우면서 일거리를 알아보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삭제] 취업교육을 같이 받은 아줌마 한 분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교육 당시 제 바로 옆자리이셨고 이것저것 많이 관심을 주신 분입니다.


그 전에 앞서, 12월 말에 [삭제]에서 인력을 뽑는다기에 지원했는데

1:5의 경쟁률이었음에도 여러가지에서 부족했는지 떨어졌습니다.

해당 부서에 대해 잘 모르고 갔던(검색해서 나온 결과와 전혀 달랐습니다) 게 패착이었던 듯.

그래서 이제 [삭제]하고는 거의 볼 일 없겠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두 번째 문단에서 그 분이 문자로 그 면접 되었냐고 물어보시기에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를 거시더니 안타깝다는 말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그런데 듣다 보니 기분이 무척 나빠졌습니다.

'다시 사정해서 계속 일하게 해 달라고 부탁해라.' 이 정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그만두면 [삭제]에 소문이 다 퍼져서 거기서 다시 못 일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도 제가 어떻게 생각하건, 그만두게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거니까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죠.

'그나마 네가 20대니까 이렇게 전화하는 거다. 30대 넘어갔으면 전화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나는 누구한테 전화 거는 사람도 아니다.'


뭐죠, 이거? 위로인가요, 충고인가요, 설교인가요?

내 인생이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 라고 따지고 싶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전화 상대가 직장에서 나와서 일자리 알아봐야 하는 청년백수라는 건

전화하기 이전에 문자로 알았을 겁니다. 문자로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했으니까요.

상대방이 그런 입장인 줄 알면서도, 똑같이 [삭제]로 일하는 사람이

20대니까 미래가 창창하고 힘내고, 이런 얘기를 하면서도 고자세로 나오니까 기분이 썩 좋진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예전에 은행 일도 하시고 자격증도 많은 건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는 나하고 딱 한 계급(?) 차이잖습니까.

백수와 보조인력. 다르게 표현하자면 실업자와 비정규직.


그 전화하신 분의 고자세에 대해 얘기하려던 게 뭔가 많이 커져버렸네요.

그 곳의 다른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무직이라면야 그나마 낫겠지만,

저하고 별다른 관계(전공, 취미, 특기, 관심사 등등)가 없는 곳인데 오래 갈 수 있을지.



p.s. 이렇게 끝을 맺으면 십중팔구 "요즘 세상에 자기가 원하는 일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

"전공 살려서 일하는 사람이 어딨냐"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그런 논리라면, 인문계가 이 정도까지 갈 줄 누가 알았겠어요? 뻔한 상황에서 하는 뻔한 소리 아닌가요?

전 고등학교에서 문과가 이과보다 낫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른 죄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 성격이나 관심사는 문과 쪽이니까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요)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3 댓글

마드리갈

2015-01-09 14:13:00

여러모로 답답한 심정이 읽혀요. 그리고 남의 이야기로 보이지만도 않고...

그리고 유무형의 차별행태 및 고압적인 태도 이런 것들을 보면서 사회의 불공정 수준이 위험수위를 한참 넘었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정말 이게 엄청난 혼란시대의 기폭제가 될 것 같은 예감을 떨치기 어려워요.


하지만 운영진으로서의 입장도 있으니까 말씀드려야겠어요.

폴리포닉 월드 포럼의 운영방침이용규칙 금지사항 제3조를 참조해 주세요. 이런 사안으로 인해 포럼이 특정 사건의 진원지 등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고, 해당 게시물에는 소속이 분명히 드러나기에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도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련법규에 의한 운영진의 부담은 수년의 징역형이나 수천만원 이상의 벌금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런 식으로는 쓰지 말아 주세요.

Lester

2015-01-09 16:45:31

솔직히 말해서 본문의 '그 곳'은 아버지와 친구분의 추천에 의해서 간 거라 좋다 싫다 할 입장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근무지에서 "전공이 다르니까" 스스로든 남에 의해서든 골치 아픈 건 상당하더군요. 뭘 알아야 시킨 일을 제대로 하든가 하지...게다가 일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고.


지적하신 부분은 그냥 날렸습니다. 이제 그것에 대해서 더 할 얘기도 없는 것 같으니까요.

SiteOwner

2015-01-13 23:35:12

답답한 심정,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열함과 배신을 마치 현명한 처세수단인양 포장하는 거짓 가득한 세태에 분노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Lester님이 쓰신 글의 취지는 크게 봐서 충분히 공감하고 그래서 막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되는 것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일단 처음의 글에는 운영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공과 맞는 직업을 선택하면 그것으로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을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의 적성이라는 것이 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게 되지만 전공에서 익혔던 것을 활용할 수도 있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여기에 여과없이 분출한다고 해서 사안이 잘 해결되어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공감을 이끌어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논지전개 및 표현방법이 있을지를 잘 강구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그 저변이 형성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없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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