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생활 속에서, 쌍둥이에 관련된 일이 좀 있습니다.
이것을 예전에 동생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포럼의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어볼까 합니다.
1.
제가 입학한 국민학교는 규모가 작은 농촌의 학교라서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입학한 그 반에는 일란성 쌍둥이자매와 이란성 쌍둥이형제가 있었습니다. 쌍둥이자매는 같은 동네에 살았고, 쌍둥이형제는 멀리 떨어진 동네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3학년까지 계속 한 학교를 다니다 4학년 때에는 저희집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완전히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습니다.
그 쌍둥이자매는 생긴 것이 정말 똑같았습니다. 옷의 색깔이 다른 것을 제외하면 헤어스타일, 키, 습관, 음성 등이 동일인물이라고 할 정도였고, 그래서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쌍둥이형제는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형제같이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나중에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책에서 그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되고 나니 납득이 되었습니다.
2.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학과수업과 더불어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었는데, 그 동아리 내에서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팔짱도 끼고 다니고 그래서 누가 봐도 친밀한 사이였지요. 하루는 그 여학생을 교내에서 보고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어릴 때의 그 쌍둥이자매가 생각났습니다. 그 여학생 본인에게 직접 물어볼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당분간은 보류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학생이 선배에게 인사도 안하는 무례하기 짝없다는 행실나쁜 자라니 하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혹시 쌍둥이자매가 같이 학교를 다닌다든지 아니면 특단의 사정이 있어서 못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는데, 주변에서는 친분이 있다고 그렇게 싸고 도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저까지 비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중에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저의 추정대로, 실제로 그 여학생은 쌍둥이자매 중 한 사람이며, 자매가 한 대학에는 입학했지만 전공이 달랐던 것입니다. 그 여학생과 저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말을 못 꺼냈는데, 누구도 그 여학생이나 저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3.
의외로 쌍둥이에 대한 편견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쌍둥이남매는 전생에 부부였으니까 같이 키우면 안된다든지 하는 것.
그리고 신문에서도 보도된 것이 좀 있는데,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형제나 자매가 각각 결혼을 했는데, 그 형제나 자매를 착각해서 다른 사람과 불륜관계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별의별 해프닝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쌍둥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특정인을 의심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문부터 내는 세태가 한심하게 보입니다. 쌍둥이에 대한 편견이 없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그때의 그 쌍둥이들, 지금 어떻게 지내는가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4.
여러 창작물에 쌍둥이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습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든지, 1988년작 영화 트윈스에 나오는 베네딕트 형제, 1995년작 영화 저지드레드에 나오는 주인공 저지드레드의 클론동생인 리코 드레드 같은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애니에서도 이런 사례가 좀 있습니다.
너와나의 아사바 유타/유키 형제, 아이돌마스터의 후타미 아미/마미 자매, 캔디보이의 사쿠라이 유키노/카나데 자매, 도시락 전쟁의 사와기 자매 등이 인상깊게 본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5.
러시아의 쌍둥이자매 가수유닛인 Tolmachevy Sisters의 노래 Shine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곡은 유로비전 2014의 러시아 대표곡으로 출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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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안샤르베인
2015-03-08 22:21:31
저런 일도 있었구나 싶으면서도 황당하기도 하네요.
무엇보다 두번째는 정말... 쌍둥이니 헷갈리는 거야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렇게 비난해놓고 사과 한 마디 없었다는 게 씁쓸하네요.
SiteOwner
2015-03-08 22:44:26
그렇습니다. 말을 하기는 쉽고, 책임지기는 싫어하는 그런 세태가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에서는 도덕, 예의 등을 말하는 자들이 자신의 비도덕과 무례에는 눈감는 것을 보고, 그 욕하던 자들과의 친교도 모두 끝냈습니다. 어차피 그런 자들은 근본적인 반성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의 그 쌍둥이자매 및 형제들 덕분에 제가 그런 사람들처럼 편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들고 있습니다.
Lester
2015-03-09 09:13:20
지금까지 만난 쌍둥이들은 한 두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성격이 좋은 편이라 저나 그 쪽이나 서로 얼굴을 붉힌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쌍둥이들 중에도 성격이 묘하게 다른 걸 보면 참 재미있더란 말이죠.
둘 다 좋은 경우, 한 쪽은 친절하고 다른 쪽은 무뚝뚝한 경우, 둘 다 그렇고 그런(…) 경우 등등.
특히 중간의 경우에는 외모가 거의 똑같으면 쉽사리 농담도 못 하겠더군요. 헷갈렸다간 민폐니까;;;
덧붙여 창작물에서는 (주로 일란성) 쌍둥이가 단순히 '특이한(?)' 사람들로만 나와서 약간 어이없는 감도 있더군요.
뭐 쌍둥이가 어딜 가나 있는 사람들인 것도 아니지만, "그러하다 끝!" 수준으로 만담의 소재 정도로만 넘어가는 건...
TheRomangOrc
2015-03-11 00:31:32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가요.
제가 알고 있는 창작물만 하더라도 '쌍둥이끼리 완전히 같은 경우'도 보이고 '외모만 같고 전혀 다른 경우'도 있고 '평소엔 잘 안 맞다가 위급상황에서만 착착 맞는 경우'도 있다던지 '서로 비슷한듯 은근히 다른 경우'도 있는 등 매우 다양한 유형이 있는대요?
거기다가 비중도 작품마다 달라서 아예 작품의 메인 소재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서브이지만 비중있게 다뤄지는 일도 있죠.
(물론 가볍게 지나가는 소재로 다뤄지는 경우도 있고요)
따라서 단순히 만담의 소재로만 나온다는 말도 사실과 맞지 않아요.
아마 Lester님이 보신 작품에서만 단순히 '특이한(?)'사람들로만 나온거겠죠.
설마 자신이 본 것이 창작물 모두인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만약에 그렇다면 그건 대단히 식견이 좁고 판단이 성급하신 거에요. 제가 본 것만 해도 저렇게 다양한 종류들이 있고 작품과 캐릭터명을 붙이자면 얼마던지 더 예를 댈 수 있으니까요.
SiteOwner
2015-03-14 21:56:44
글쎄요. 어디서 그렇게 단순히 특이한 사람들로만 나왔는지가 의문입니다.
어떤 창작물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떻게 해석하든지 자유입니다만, 근거는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제가 접한 창작물에서는 쌍둥이가 만담의 소재 정도만으로 가볍게 넘어간 것은 없었습니다.
대왕고래
2015-03-10 22:50:53
제가 알고 있는 쌍둥이는 총 두 쌍둥이었는데, 두 쪽 다 일란성이라서 얼굴이 분간이 안 갔죠.
제일 신기한 건 걔네들의 친구들이었는데, 잘 구분하더라고요, 그 아이들의 친구들은. 전 아무리 봐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래서 신기했어요.
사과없이 넘어가는 경우는 참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모르오" 이건가요, 참...
SiteOwner
2015-03-14 22:12:41
역시 저와 비슷한 경우를 겪으셨군요.
그나마 제 경우는 어릴 때의 그 쌍둥이자매가 다른 옷을 입고 있어서 일단 아침에 확실히 누구인지를 기억하면 하루종일 틀리지는 않았습니다만...역시 난감했겠습니다.
그 사건을 통해서 실감한 게 있었습니다. 책임지기 싫어하는 얄팍한 사고방식의 한계.
TheRomangOrc
2015-03-11 00:15:51
전 저의 어머님과 이모님이 쌍둥이이세요.
물론 분위기나 스타일이 서로 다른지라 겉으로는 쉽게 구분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일란성 쌍둥이이긴 한지라 목소리가 완전히 똑같으셔서 전화를 받으면 친자식인 저조차도 구분이 전혀 안 될 정도이죠.
그리고 가만히 보면 얼굴이나 체형, 키 등도 완전히 같아요.
확실히 쌍둥이는 쌍둥이인지라 가만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죠.
그래서인지라 이모님 댁과 저희집은 친가 외가 친척들을 통틀어서도 유달리 서로 친하게 지내기도 해요.
SiteOwner
2015-03-14 22:24:01
실제로 어머님과 이모님이 쌍둥이인 경우군요. 전화상으로는 전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음성이 같고, 얼굴, 체형, 키도 같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어렸을 때 같은 학교를 다녔던 그 쌍둥이자매가 성장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친척관계가 좋은 것, 그건 정말 큰 행복입니다. 앞으로도 그 행복이 잘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쌍둥이 관련으로 여러 좋은 말씀을 해 주신 점에 특히 감사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