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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제가 게임을 정말 무식하게 했습니다

Dualeast, 2017-06-24 12:32:33

조회 수
232

물론 플레이 시간도 무식하게 길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무식하게 했던 건 플레이 방식. 제가 그렇게 했던 게임이 블레이징 소울즈라는 게임인데, 일례로 다른 사람들이 보스와 전투해서 필살기에 전멸했다는 얘기를 할 때 저는 공격력 높이고 HP 높여서 그냥 힘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필살기 쓰기도 전에 빠르게 격파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죠. 아니면 캐릭터들이 필살기를 맞아도 살아남을 정도로 강한 적도 있었습니다. 다른 예시로 리바이브라고 사용하면 캐릭터가 전투 중에 죽어도 자동으로 부활할 수 있는 스킬이 있는데, 이게 사람들이 공인 사기 스킬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좋아서 파티원들 전원에게 들려줄 수 있게 다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캐릭터가 죽지를 않아서 기껏 만들어놓고 한번도 못 썼어요.


원래 이런 비효율적인 플레이는 어느 순간에는 한계에 봉착해서 다른 공략을 찾거나 해서 바뀌기 마련인데, 블레이징 소울즈는 RPG라서 그런지 그저 캐릭터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 공략을 굳이 찾아볼 필요를 못 느껴서 결국 게임의 진엔딩을 볼 때까지 저는 저 플레이를 반복... 사실 이 게임에서 캐릭터 강화라는 게 지겨운 반복 작업의 연속인지라 이걸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아서 공략을 찾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에디트를 하는 사람도 꽤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좀 힘들다고 생각하기는 했어도 결국 끝까지 해내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네요. 사실 진엔딩을 보게 된 경위도 묘한데 원래는 진엔딩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서 다른 사람들 하듯이 노말 엔딩을 보려고 했으나 제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진엔딩 봐도 된다는 말을 듣고 방향을 바꿨습니다.


snap000.jpg


작업 끝에 결국 만들어버린 제 최종병기. 빈말이 아니라 저 이상으로 더 강해질 순 없습니다.


이 게임이 사실 밸런스 조절이 잘 된 게임은 아닌지라 하위호환이나 대놓고 효율이 너무 안 좋아서 약한 캐릭터가 꽤 있는데, 제가 그 캐릭터들을 마음에 들어해서 썼다면 그 캐릭터들을 썼어도 문제없이 게임을 클리어했을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 한 건 그 게임을 오래한 사람들도 결국 이 게임의 정답은 반복 작업을 통한 캐릭터 강화라고 의견이 일치한 것을 보면 제 플레이가 어느 의미로는 정답이었다는 것이네요. 어느날 제가 한 일을 되짚어 보니까 이런 생각이 막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제가 그때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네요.

Dualeast

음악 소설 애니 만화 게임 다 좋아하는 듀얼리스트입니다.

11 댓글

앨매리

2017-06-24 13:06:39

저도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며 괴로워한 적이 꽤 있다보니 공감이 가네요. 지금은 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레벨 올리는 것보다 편법으로 헤쳐나갈 궁리부터 합니다만, 끈기 있고 우직하게 정공법으로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던 과거의 저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쓰다보니까 기억나는 게 있는데, 옛날 포켓몬스터 은에서 스타팅 포켓몬과 가장 처음 잡은 포켓몬의 레벨을 100으로 만든 기억이 나네요. 이때는 고레벨 포켓몬의 레벨을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은빛산의 레드를 이기는 건데, 레드는 포켓몬 리그를 클리어해야만 재등장하기에 레드를 이김->포켓몬 리그를 클리어->다시 이김->다시 클리어만 반복...

당시 가지고 있던 게임이 그것뿐었다고 해도 지금 생각해보면 레벨 100을 달성한 포켓몬이 둘이나 있는게 참 굉장하네요. 거기다 그때 이후로 레벨 100을 달성한 적이 없어요...

Dualeast

2017-06-24 13:27:02

저도 사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듯...

당시의 저는 레드를 어떻게 만나는지 몰랐죠. 포켓몬 리그는 돈 좀 벌고 싶을 때 클리어하러간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레벨 100이라니, 되기는 되는 거였군요 그거...

마키

2017-06-24 13:50:37

예전에 하던 리듬게임 osu!의 모드 중 하나가 Perfect 라고 정확도 100%를 요구하는 모드인데, 말인즉 정확도가 단 0.01%라고 떨어지는 순간 가차없이 그냥 곡을 재시작시켜버리는 무자비한 모드입니다. 좋아하는 곡들 SS랭크, 즉 퍼펙트 클리어 한다고 죽어라 연습하고 반복 플레이해서 곡 완주하고 랭킹 기록표에 SS랭크 박아넣었을때의 희열과 짜릿함은 이미 손을 놔버린지 몇년째인 지금도 잊을수가 없네요.


그렇게 한 결과 종합적인 연주 정확도  '99.87%', SS랭크 326개. 콤보 최고기록은 2,897 콤보인 '조곡 니코니코 동화 유성군'으로 달성. 그외 가장 많이 연주한 노래는 순서대로


1. 할 수 있을까 ☆☆☆(히다마리 스케치x☆☆☆ OP) 하드 난이도 - 254번

2. 하츠네 미쿠의 소실 노멀 난이도 - 197번

3. 도레미파 론도 하드 난이도 - 120번

4. ?로 영차(히다마리 스케치x365 OP) 인세인 난이도 - 116번

5. 도레미파 론도 노멀 난이도 - 100번


한창 하던 때는 Perfume의 비타민 드롭을 이지 난이도로나마 HARD(난이도 상승), PERFECT(연주 정확도 100%), FLASHLIGHT(자기 캐릭터 주변만 보이고 나머지 화면 암전) 모드를 걸고 정확도 100%로 완주해서 월드 랭킹 3위에 닉네임을 올려놓기도 했었지만 이젠 모두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일뿐(심지어 순위가 추락했는데도 아직도 5위라는게 함정)...


접기 직전까지 죽어라 했던 곡 중 하나가 '조곡 니코니코 동화'와 MEGPOID 오리지널 곡 '인생 리셋 버튼' 이었는데 결국 둘다 퍼펙트 클리어는 못해보고 접었네요.

Dualeast

2017-06-24 22:57:02

무자비하네요 그거... 저 같아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도, 실수 안 하는 것도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니까요. 저는 리듬 게임을 체질상 못해서 그런 거 보면 부럽습니다.

마드리갈

2017-06-24 20:14:55

사실 튼튼한 게 최고죠.

아무리 컨트롤이 좋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이상 실수가 전혀 없을 수는 없고, 따라서 불의의 일격에 캐릭터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 위기가 닥치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를 안 입을 만큼 튼튼한 게 좋아요. 어떻게 보면 Dueleast님의 플레이 스타일이 기본에 충실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의 하나일 수도 있겠어요.


게임을 하는 순간이 즐거웠다고 회상가능하다면 보람있게 하신 게 아닐까요? 전 그렇게 봐요.

Dualeast

2017-06-24 23:07:56

그래서 제 캐릭터들은 항상 HP를 최대치로 유지하고 있었죠...


보람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는 플레이가 좀 많이 비효율적이었다는 거죠. 돌아보니 그냥 그게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을뿐이고, 게임 자체는 재미있게 했었습니다.

Papillon

2017-06-25 11:51:07

저도 비슷한 류의 플레이를 많이 합니다. 소위 쓰레기라고 부르는 캐릭터들도 제 취향에 맞으면 주력 파티로 썼고 그러다보니 평범한 레벨로는 승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지금도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꽤 많네요.


여담인데 "라스트 리벨리온"이라는 게임은 "레빌을 올려서 물리로 때리면 된다"가 최선의 공략법이었죠. 스테이터스가 레벨마다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바람에 레벨업을 어마어마하게 해야만 플레이가 가능하고, 마법으로 이기는 건 컨트롤도 귀찮은데 경험치도 적게 줬으니…….

Dualeast

2017-06-25 21:10:13

저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제일 먼저 들어온 6명을 주력 파티(최대 6명)로 썼는데 초반에 게임이 어려워서 여러명을 키워야하는 것을 감안한 건지 다들 쓸만한 캐릭터였죠. 물론 제 플레이 스타일로는 그 게임에서 제일 안 좋다 평가받는 캐릭터를 써도 문제없이 플레이했겠지만...


그 말은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공략을 잘 모를 때 사람들이 흔히 하게 되는 플레이기도 하죠.

SiteOwner

2017-06-25 14:35:44

말씀하신 플레이스타일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서 어지간한 인내심이 없으면 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제대로 육성되면 뜻대로 운용할 수 있어서 그런 점이 좋습니다.


저는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보다는 탑승메카닉이나 세력을 육성하는 종류의 게임을 주로 했는데, 여기에서도 일단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함락되지 않을 정도로 키우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이를테면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 6에서, 적 세력이 출진해 오는데 군사가 "지금의 병력으로도 충분히 방어가능" 이라는 의견을 낼 정도로 주둔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증원군도 최대한으로 동원가능하게 배후도시에 배치하여 유사시에 적 세력의 병력을 압도적인 수적 우위로 밀어버리도록 세력을 키우고 그랬습니다.

Dualeast

2017-06-25 21:11:34

개인적으로 인내심보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느냐가 큰 관건이라고 봅니다.

그런 게임은 거의 해본 적이 없지만, 제가 해도 비슷하게 했을 것 같네요.

콘스탄티노스XI

2017-06-26 15:46:04

저는 어릴때는 게임에 꽤나 빨리 질리는 스타일이라 어지간해선 만렙 콘텐츠도 제대로 못했죠(....) 그런데 제 취향이 온라인이 아닌 샌드박스계 게임이란걸 깨닫고 부터는 유로파 유니버설리스 플레이시간 700시간, 크루세이더 킹즈 플레이시간 300시간을 찍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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