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 정식 발매판에 대한 푸념글
2부: 착잡하네요
3부: 기본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부제는 "장사꾼의 도리란..."
지난 2017년 12월 1일에 비로소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발매된 8세대 거치/휴대 하이브리드 콘솔 닌텐도 스위치. 현재 국내에 발매된지 3개월 정도가 경과했습니다만, 닌텐도의 태도는 보따리상과 뭐가 다른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여기서의 닌텐도는 한국 관할 마케팅 사무소 '한국 닌텐도' 뿐만 아니라 이를 총괄하는 일본 본사 '닌텐도 주식회사'까지 통틀어 부르는 의미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2018년 2월 15일 현재까지 재기 및 공론화된 대한민국 정식발매판(이하 정발판, 정발로 통칭) 닌텐도 스위치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기 OS의 언어 설정에 한국어 없음.
- 한국 E Shop 없음.
- 한국 닌텐도 어카운트 사용 불가.
- 닌텐도 스위치의 컨셉을 살릴 수 있는 '1-2-스위치'나 '함께 싹둑하고 스니퍼즈' 같은 다인 플레이 특화 파티게임 외국어 정발.
- 베요네타 2는 다른 국가들 처럼 1,2편 합본이 아닌 2편만 외국어 정발. 심지어 그러면서 가격은 무려 69,800원으로 책정.
- 스플래툰 2, 제노블레이드 2, 파이어 엠블렘 무쌍을 비롯한 다수의 퍼스트 파티(닌텐도 직접 제작) 게임도 외국어 정발 혹은 정발 계획 없음.
- 카트리지 단자의 흠집 문제 및 타국의 국가코드가 인쇄된 스티커가 부착된 카트리지 유통. 이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정발판에서 공론화 되었으며, 단자에 심한 흠집이 나있고, 독일의 대상연령 표시가 인쇄된 카트리지로 유통됨. 젤다의 전설 뿐만 아니라 현재 유통, 판매되는 대한민국 정발판 카트리지의 대다수가 일본-JPN, 유럽-EUR 등의 국가코드가 적혀있는 상태.
- 기타 소비자의 질문이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미정으로 일관.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쯤되면 장사를 하고 싶은 건지 보따리상의 패악질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입니다.
특히나 심각한 것은 밑줄친 세 부분. 정식 발매된지 3개월이 경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는 기기의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타국 유저들과의 형편성을 고려해 언어 하나 덜렁 패치해줄순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정식발매라면서 기본적인 언어 설정조차 안되는 기계를 판매하는데에 대한 이유가 될 수는 없죠. 일단 개별 게임의 경우에는 해당 게임이 멀티 언어에서 한국어를 지원하는 경우에만(대표적으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나 수퍼 마리오 오디세이), 본체의 언어 설정을 한국어(소프트웨어 언어)/English(시스템 언어)로 설정하면 해당 게임에 한해서 소프트웨어 언어는 한국어로 출력 됩니다.
당장에 기기 언어 설정부터 이렇다보니 한국 닌텐도 어카운트는 아예 사용조차 못하며 한국 E 숍 역시 없기 때문에 다운로드 컨텐츠의 구매, 다운로드, 플레이를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의 어카운트를 사용하거나 아예 신설해서 등록하여 다른 나라의 E 숍을 빌려 써야할 지경입니다.
당연하지만 타국의 닌텐도 어카운트를 사용해 타국의 E 숍에서 구입한 게임은 그 나라에서 판매된 것으로 취급하고 카트리지는 구입한 카트리지에 등록된 국가코드의 국적으로 취급되므로 멀티플레이 시에는 해당 국가의 국기(북미판일 경우 성조기, 일본판일 경우 일장기 등)가 표시됩니다. 내가 내 돈 주고 산 내 나라에 정발된 내 나라 전용 기계를 가지고 다른 나라 계정으로 다른 나라 이숍 들어가서 게임을 사서 다른 나라 국기를 달고 다른 나라 사람 행세를 하면서 멀티플레이를 해야된다는 소리죠.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이 한국에 정식발매된 기계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참극.
그 외에도 서로 조이컨을 나눠쥐고 협동 플레이나 견제 플레이가 가능한 '1-2-스위치', '함께 싹둑하고 스니퍼즈', '오버쿡드' 같이 다인 플레이에 특화된 파티게임류가 전부 외국어로 정발되거나 정발 자체가 되지 않아 프로모션 영상에 나오는 다 같이 스위치를 갖고 노는 화기애애한 풍경은 정발판 기기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모습.
가장 걸작인 부분은 한국 닌텐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1-2-스위치의 소개 영상은 게임의 종류와 플레이 모습에 한국어 자막이 붙어있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외국어 정발이고, 함께 싹둑하고 스니퍼즈 역시 패키지는 예쁘게 한국어로 번역해놓고 중요한 게임 자체는 외국어 정발입니다. 번역조차 하지도 않은 외국어 기반 게임 주제에 소개 영상과 패키지는 한국어로 번역된 정성은 가히 한국 푸대접 최고의 백미.
과거 자행된 불법복제 카트리지와 소프트웨어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대접이란 의견도 있습니다만 이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당연히 겪어왔던 일이지만 그들은 그래도 한국어 OS와 E 숍이 구동되는기계와 한국어 정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의 조각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느낌.
오히려 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대표였던 카와우치 시로 사장의 경우 한국시장에 회의적이었던 본사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중문화의 자리를 빌려타는 형식으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보급하여 콘솔 게임의 흥행을 이끌었고 그에 호응하여 물건을 구입하고 응원을 보내준 국내의 게이머들에 의해 제조사에게 "어쨌거나 한국어로 내면 기본은 팔린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리하여 한국 지사 근무를 마치고 본사로 돌아갈때엔 그의 공적에 고마움을 느낀 한국 게이머들이 감사패를 만들어 선물로 드리고 심지어는 라이벌인 닌텐도의 팬들조차도 우린 왜 저런 사람이 없냐고 한탄 할 정도...
닌텐도 스위치 직전 정발된 닌텐도 3DS 계열까지의 기기는 국가제한에 의해 한국에서 한국어로 번안하여 발매한 것들만 한국에서 발매한 기기에서 구동되었기에 판매량이 나오지 않을거라 생각한 소프트는 아예 정발하지도 않았죠. 그렇기에 지역제한이 없는 닌텐도 스위치는 그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푸대접.
더 이상 한국어로 번안할 필요도 없으니 그냥 외국어로 내거나 아니면 아예 판매하지도 않거나.
2018년 1월 16일에 대원 미디어가 밝힌 바에 따르면 12월 한달에만 무려 11만대가 팔렸다는 닌텐도 스위치.
하지만 지금 그 정발판 닌텐도 스위치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은 자국어 사용은 물론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정식 발매된 게임은 소수에, 그마저도 젤다와 마리오라는 자신들의 시그니처 브랜드만 제대로 한국어화가 이루어진 36만원 짜리 반푼이 단말기 따위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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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SiteOwner
2018-02-16 20:08:29
창작물에 나오는 상황이라도 경악할만한 사안인데, 이게 현실이라니...
이게 뭐하자는 상황인 건지, 어이가 없군요. 1990년대 애플 제품의 한국총판이었던 엘렉스컴퓨터는 자기들이 들여온 정품도 자신들의 직영판매점에서 구입한 게 아니면 정품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렸지만, 그래도 닌텐도 한국법인만큼 한국 현지화를 배제해서 사용자가 타국 계정을 우회이용하도록 만드는 짓은 안 했습니다.
진짜 이거 소비자들이 단체행동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마키
2018-02-22 09:24:17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굉장하네요.
가면 갈수록 점점 이걸 왜 샀는지 스스로의 선택에 자괴감이 느껴질 지경입니다... 그래도 급하게 낸다고 정신없는 상태인걸 감안해서 언젠가 해주겠지 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여기는 그냥 물건만 팔면 서비스 따윈 해줄 필요가 없다는 듯이 느껴지네요.
마드리갈
2018-02-17 23:29:41
이거,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사실이라니...국내 소비자를 어떻게 보면 저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걸까요? 하다못해 보따리상이라도 저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사실 저렇게 팔 것 같으면 굳이 한국지사가 아니라도 되겠죠. 그냥 한국내 총판을 하나 지정해 놓고, 각 디스트리뷰터에 제품을 유통시키면 될 것 같은데요. 한국내에 발매된 제품으로 한국 닌텐도 어카운트를 쓸 수 없다는 것에서는 그냥 실소가 나올 수밖에....
36만원짜리 반푼이 단말기...안타까운 현실이예요.
마키
2018-02-22 09:28:15
포럼이라 가능한한 사실관계만 쓰고 감정을 절제해도 이럴 정도니 뭐..
이미 관련 게시판 등지는 아예 닌텐도에 등을 돌린 사람들과 그래도 해주겠지 하고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과 소위 빠라고 하는 광신도들의 춘추전국시대라는 난장판입니다.
일단 대한민국 국내에서 닌텐도 관련 제품 유통판매는 대원 미디어가 관할하고 있는데 솔직히 일이 이따위로 돌아가는데 한국 지사 같은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지경입니다... 저는 이왕 산거 어쩔 수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끌어안는 쪽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