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에 돌아와 보니, 헬리콥터가 이상할 정도로 저공비행하는 게 보였습니다.
게다가 동생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더군요.
사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기는 산자락에 있다 보니 헬리콥터가 저공비행한다면 근처에 산불이 나서 진화용으로 헬리콥터가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바로 뒷산이 아닌 게 다행이긴 하지만 아파트단지의 입지상 산불에 민감할 수밖에는 없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헬리콥터 관련으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늘어놓아 볼까 싶습니다.
군용 헬리콥터 탑승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군복무 때 훈련, 그리고 훈련이 아닌 경우에는 문서수발 등의 여러 임무 차원에서 타고 다녔는데, UH-60 블랙호크라는 게 작아 보여도 실제로 굉장히 큰 기체라서 그 큰 부피에 압도된 적이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로터가 일으키는 바람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탑승할 때 최대한 몸을 숙이고 뛰어가야 했던 것도 생각납니다.
헬리콥터의 창밖으로 보는 지면은 또 다른 맛이 있다고 할까요, 민항 여객기같이 고공을 나는 항공기와도 다르고, 고층건물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도 또 다른 묘미가 있습니다. 실용성도 높지만 또한 독특한 감각이 있기에 헬리콥터를 선택하는 조종사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헬리콥터 관련 외화 중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으로는, 미국의 드라마 에어울프(Airwolf), 영화 압솔롬탈출(No Escape) 및 러시아의 영화 제9중대(9 рота)가 생각납니다.
에어울프는 미국의 헬리콥터 제작사 벨(Bell)이 자사의 벨 222/230 헬리콥터 홍보를 위해서후원을 많이 한 드라마로도 유명한데, 거기에는 적 헬리콥터로서 경쟁사인 시코르스키(Sikorsky)의 제품이 등장합니다. 최강의 라이벌 헬리콥터인 HX-1과의 일전 장면 또한 기억납니다.
압솔롬탈출에는 검은색의 기묘한 헬리콥터가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동축반전로터로 유명한 카모프의 Ka-32였습니다.
제9중대는 딱히 헬리콥터만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소련군의 3234 고지 전투를 영화화한 것이라서 소련-러시아의 무기가 많이 등장하고 헬리콥터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 봤느냐 하면 그렇다고 단언하지는 못했습니다. 저와 동생은 이 영화를 집에서 VOD로 봤는데, 좀처럼 접하기 힘든 소련-러시아의 사정을 들여다 본 것 이외에는 후한 평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람보 영화에서처럼 소련제 헬리콥터를 구하지 못해서 프랑스제 푸마 헬리콥터의 외장을 좀 바꾼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싶기도 합니다.
지난달 동생과 도쿄 여행을 했을때 일이었는데, 요코하마 해변의 야마시타공원 상공에서 정지한 헬리콥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촬영인지 크루즈인지는 모르겠지만, 10여분 이상 공중에서 장시간 정지중인 헬리콥터를 본 건 처음이기도 합니다.
동생이 헬리콥터 관련으로 쓰는 표현 중 재미있는 게 있어서 동생의 허가를 얻어 소개합니다.
- 복어 - Ka-32 동축반전로터 헬리콥터
- 날개구리 - 얼룩무늬도색의 Mi-24 공격용 헬리콥터가, 다리를 펴고 뛰는 개구리와 닮음
- 다람쥐 - AS350 에퀴레이(ecureuil) 경량헬리콥터의 이름을 직역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헬리콥터 관련 기술 중에는 페네스트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페네스트론(Fenestron)이란, 테일로터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내장된 형태의 것을 말하는데, 에어버스 헬리콥터(당시 유로콥터)의 등록상표명입니다. 테일로터로 인해 인명사고가 꽤 나고 일단 났다 하면 참혹하게 벌어지니 확실히 그 설계가 좋아 보입니다. EC135나 카와사키 OH-1 같은 실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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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2018-04-04 02:28:40
헬리콥터 하니 제 인상에 아주 강렬히 남아있는 기체가 있네요.
실사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트랜스포머가 디셉티콘의 블랙아웃인데, 모델이 되는 기종이 'MH-53 페이브 로(CH-53 수퍼 스탤리온의 장거리 탐색, 구조형)'로 설정되어 있죠.
극중에서는 영화 세계관에서 트랜스포머의 존재를 인간들에게 처음 드러내는 장면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어필하는데, 헬리콥터가 갑자기 이리저리 갈라지고 변형되면서 거대로봇이 되는 모습이 어린 마음(초대가 벌써 11년 전 영화네요)에는 정말 컬처쇼크를 느낄 정도로 멋있어보였죠.
(https://youtu.be/pQFIR9Crtk0, 변형하는 모습은 2분 20초부터.)
SiteOwner
2018-04-05 21:11:04
CH-53 계열의 헬리콥터는 그 자체로도 워낙 크다 보니 존재감이 상당한데, 저렇게 영화 속에서 변신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인상깊습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저도 좋아하다 보니 저 장면이 아주 반갑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 CH-53 시리즈가 일본에서는 잊을만하면 뭔가 문제를 일으키는 건지, 주일 미 해병대의 CH-53이 추락하거나, 작년에는 문 부품이 떨어져서 오키나와의 한 초등학교에 떨어진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저것도 개발된 지 좀 있는데다 여러 임무에 투입하다 보니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나 봅니다. 다행히도 CH-53K 킹스탤리온이라는 후계 신제기가 올해부터 취역한다니까 스탤리온 시리즈의 역사가 계승되면서 이전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도 기대할 만하겠습니다.
대왕고래
2018-04-04 14:02:34
복어, 날개구리, 다람쥐! 특이한 별명이네요. 어째서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요... 혹시 닮았나요? 헬리콥터를 상세히는 잘 몰라서...
제가 본 헬리콥터는 그렇게 많지 않네요, 건물 위에 있는 걸 본 기억이 나는데 그게 직접 본 건 아닌 거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아마 없었을 거에요.
저공비행하는 헬리콥터는 더 보기 힘들겠죠. 정말 불 났을 때 말고는 볼 일이 없을 거 같고...
SiteOwner
2018-04-05 21:20:41
Ka-32는 이렇게 생겼습니다(이미지 링크). 동체 자체가 둥글둥글하고, 뒤의 수직미익이 꼭 복어의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해서 동생은 Ka-32를 복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얼룩무늬 도색의 Mi-24 옆모습(이미지 링크)을 본 동생은, 어릴 때 논에서 자주 본 개구리가 다리를 펴고 나는 모습같다고 그래서 이것을 날개구리로 부르고 있습니다. 점프하는 동물을 보고 날냥이(고양이), 날쥐(개)라고 부르는 언어습관을 그대로 저 헬리콥터에 적용해서 날개구리라고 부르는 게 재미있지요.
AS350 헬리콥터는 딱히 다람쥐같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만, 에퀴레이가 다람쥐를 뜻하는 프랑스어인 것을 직역해서 다람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보통 헬리콥터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공비행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게 아무래도 일반적이지요.
Exocet
2018-04-11 10:38:15
카모프는 춘천 살때 주구장창 봤어요... 아마 산림청 소속이였을거에요. 아무것도 안달고 날아다니는 경우도 있었고, 물바구니는 아닌데 뭔가 큰걸 달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지요. 가끔은 휴이도 날아다녔지요.
SiteOwner
2018-04-11 18:02:49
Excoet님, 오랜만에 잘 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카모프 헬리콥터를 많이 보셨다니 그게 신기합니다. 여기서는 간혹 볼 수는 있는데, 역시 더 많이 보이는 헬리콥터가 UH-60, 500MD, 수리온, AS350 등입니다. 그러고 보니 S-64 스카이크레인도 드물게는 본 게 기억납니다. S-64는 어릴 때 그림책에서 본 것도 기괴하게 여겨졌는데, 실물을 보면 항공기가 아니라 무슨 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색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