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1965년 11월 9일, 미국 북동부 및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이르는 약 20만 7000㎦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13시간동안 대정전이 일어나면서 미국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저지, 뉴욕, 로드아일랜드, 펜실베이니아 및 버몬트주의 7개 주 및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거주자 약 3천만명은 전기 없는 삶에 노출되면서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당시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했던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북미의 북동부 지역은 많이 추워지기에 전력사용량이 급증해서 금세 전력수요가 정점에 도달하는 일이 잦고 그 중 캐나다의 나아이가라 폭포에 있던 아담 벡 제2수력발전소(Sir Adam Beck Hydroelectric Power Station No. 2)에서 시작되는 하나의 전력계통이 무력화되면서 잔여 부하가 남은 전력계통으로 이어지고 이어져서 연속 과부하상태에 노출되어 연속 블랙아웃을 초래해 버렸다는 것이 다수설입니다. 그나마 별도의 전력계통을 갖고 있었던 뉴욕주 및 매사추세츠주의 일부 지역은 대정전의 영향을 받지 않았거나 일시적인 정전에 그친 채 조기복구가 가능했습니다.
이 대정전은 미국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그 시대가 뜻하지 않은 일로도 갑자기 그 근간이 통채로 박살나 버릴 수 있다는 데에 무서운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완전한 해결책이 없었다 보니 1977년에는 퀸즈를 제외한 뉴욕시내가, 2003년에는 1965년과 같은 지역내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 38년 전보다 인구가 더 늘어났다 보니 정전피해를 겪은 사람들은 5500만명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과연 해외의 사례에만 한정될 것이며 또한 전력망에서만 일어날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이 2018년의 서울시내에서 일어난 한 화재에서 증명되고 말았습니다.
IT강국으로 등극한 우리나라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가 빠르고 저렴하며 또한 이용하기 쉬운 네트워크.
그런데 KT 아현지사 지하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더니 서울 강북지역 및 경기도의 인접지역 등을 아우르는 수도권 북서부가 사상최악의 통신장애에 직면했고, KT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유선전화, 무선전화, 인터넷, IPTV 등이 사용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대학, 병원, 군용 통신선도 초유의 대란에 속수무책이 되었습니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웹호스팅 서버 등도 타격을 입은데다가 119 신고가 불가능해져서 응급환자가 구조받지 못하고 사망한 일도 일어났으며, 아현지사의 마비에 여의도지사 쪽에 과부하가 걸려 여의도지사 관할지역 또한 연쇄적으로 통신대란에 노출되어버린 것 또한 1965년 대정전과 유사합니다.
한 전력계통에서의 과부하가 이어진 다른 전력계통의 과부하를 만들어 광역권을 전기 없는 세상으로 돌려놓은 1965년 대정전은 이렇게 2018년에도 비슷한 성격으로, 단지 무대를 한국으로, 분야를 통신계통으로 바꾼 것을 제외하면 재현되었습니다. 메이저 통신사의 본사도 아니고 지사에서 일어난 사고로 이렇게까지 혼란이 벌어지고 우리 사회의 근간이 의외로 취약점에 노정되어 있어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가장 끔찍한 형태로 갑자기 중단당해버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사례는 앞으로의 안전대책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대처능력을 봐서는 미국의 대정전이 1965년에 이어 1977년과 2003년에 또 일어난 것처럼,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나마 1965년 대정전 직후는 보름달이 밝게 뜬데다 마침 하늘에 구름도 없었기에 완전한 암흑천지는 면했습니다만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번의 2018년 KT 화재사고같은 것이 일어났을 때 불행중 다행인 상황이 조성되어 피해경감이나 조기복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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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8-12-08 22:56:28
요즘 SCP 재단 이야기들을 읽고 있는데, 거기의 괴담들보다도 더 무서운 현실이네요.
한 곳이 부서지니 그대로 무너져버리기 시작하는 상황이 어찌보면 현실의 괴담보다도 더 무서운 거에요.
SiteOwner
2018-12-10 20:04:06
그렇습니다. 전화국 하나 불타서 그게 뭐가 탈인가 싶은데, 생각한 이상으로 위험과 여파가 컸습니다.
그리고 네트워크화된 사회는 하나로 이어져 편리하면서 동시에 어딘가 한 곳이 부서지면 전체가 속절없이 무너져 버릴 수 있는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는 의미로도 통합니다. 게다가 안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태도를 낭비, 호들갑, 말이 씨가 된다는 풍조 등으로 폄하하기도 일쑤이니 대대적인 의식개혁이 있지 않는 한은 방법이 없어 보여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경감될 여지 또한 별로 없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잘해봤자 천수답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