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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시행에서 잊고 있는 것

SiteOwner, 2019-07-10 20:57:50

조회 수
193

2022년부터는 전국의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2025년부터는 새 교육과정이 적용된다고 합니다(교육부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참조). 공론화된지는 꽤 오래 되긴 했는데 정작 진전된 사항은 그다지 없어 보이고 그나마 들리는 소식도 그렇게 희망적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급기야 세미나에서 쓴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고교학점제 '쓴소리' 터진 세미나 “고교등급제로 변질될라”, 2019년 7월 10일 에듀인뉴스 기사).


그런데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하는 교육부도 세미나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교육계 인사들도 의외의 사안 하나는 잊어버리고 있는 듯합니다.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그나마 논의가 있다지만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는 이상하게도 말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일단 하드웨어의 존재가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아예 출발조차 불가능한데 왜 이것은 말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대학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대학 구내에는 학생이 고정적으로 있을 장소가 없습니다. 필수과목을 이수할 때 이외에는 학생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를 모두 자율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도서관이든 빈 강의실이든 각종 자치활동공간이든 체육관이든 야외이든 학생출입이 제한되는 장소가 아니라면 대학 구내의 임의의 장소에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고등학교까지의 각급학교는 학년별로 고정된 교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교실에 배정되는 학생의 수가 거의 일정합니다.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에도 공간배치에 고민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습니다. 국내의 대부분의 각급학교의 사정이 이런데, 이것을 학점제로 변경할 때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또한, 고등학생이 미성년자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미성년자는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학과는 또 다르게,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만 마련해 주고 나머지는 자율에 일임하는 형태로만 운영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중학교까지의 학급제와 대학에서의 학점제를 절충한 형태가 필요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사용되는 건물 자체가 이전과는 크게 다른 구조일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폴리포닉 월드의 고교는 대체로 4년제로 되어 있되 1학년의 경우는 중학교 과정의 연장으로서 고정학급제로 운영되면서 계열에 관계없이 동일 커리큘럼을 이수합니다. 그래서 1학년용 시설은 현실세계의 중학교 전과정 및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사용되는 시설로 충분합니다.

2학년에서 4학년은 단위제로 운영되기에 이 경우 학년별 버퍼존(Buffer Zone)이 필요합니다. 즉 출결관리 등을 수행가능한 대규모의 강당 같은 시설에서 출결관리 시스템이 운영되고, 학생들은 선택한 각 과목의 강의실로 이동하였다가 학내의 모든 활동이 끝나면 다시 강당에 모여서 출결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여 귀가 수속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대학과 유사한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미성년자인 고교생의 학내 관리감독 또한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토론 등이 필요하지 않은 공지사항 전달, 강독식 수업, 시상식 등은 그 버퍼존에서 수행하면 됩니다.


또한 학생들의 여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건이 됩니다. 버퍼존에서의 자습, 도서관 이용, 각종 부활동 등을 이용한 자치공간에서의 활동 등에의 의존도가 높아지므로 이런 방면에서의 공간 확충이나 교직원 충원 등의 문제는 선택사항이 아니게 됩니다. 비효율의 극치이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교사들의 부수입원이 되기도 하는 강제적인 보충수업 및 야간자율학습의 존속 정당성은 더욱 약해지거나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존속되면서 학점제의 장점인 자율성 제고를 추구한다는 것은 상충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본다면 고교학점제가 전국적으로 안착하는 데에는 여러모로 난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인이 봐도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교육계의 인사들은 비책이라도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의외로 이 문제에 초연한 것 같아서 의아합니다. 현재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의 시설상황은 이런 예상되는 문제에 얼마나 대응해 있을지 이것도 궁금해집니다만 아직 자료가 많지 않아서 판단은 유보해야겠습니다.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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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SiteOwner

2021-02-17 21:42:24

[2021년 2월 17일 추가]


교육부에서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기로 발표하였습니다.

역시 아니나다를까 시설에 대한 언급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부족한 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발표된 것이 너무나도 빈약합니다. 또 미래세대가 실험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이하의 보도를 참조해 보셔도 좋습니다.

교육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올해 초6부터 대상 (2021년 2월 17일 조선일보)

SiteOwner

2023-04-23 00:54:18

[2023년 4월 23일 추가]


이미 본문에서 지적한대로 고교학점제를 위해서는 학교내의 공간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전광역시내의 고등학교인 대전지족고에서 실천되고 있습니다. 융합수업실, 자율적인 휴식, 학습 및 창작물 전시 등을 병행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자치활동이나 실습활동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간이 달라져야 고교학점제가 가능하다는 예측은 이렇게 4년의 세월이 지난 끝에 증명되었습니다.


이하의 보도를 참고하시면 자세한 사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 고교학점제] "교실이야 카페야?"…교육 현장 변화의 바람 (2023년 4월 17일 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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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00:02:47

[2023년 6월 25일 추가]


고교학점제를 선행도입한 경기도의 각 고등학교에서 문제가 다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체로 지적되는 것은 학생 차원에서는 공강시간의 활용 및 학급단위 활동의 격감에 따른 교우관계의 감소 등이고 교사 차원에서는 업무량 과중 및 진로인성교육 수행의 난점 등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하던 문제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하긴 내국세의 일정비율에서 확보되는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이 엉뚱한 데에 쓰이니까 설비투자도 인력확보도 모두 실패해서 이 꼴이 안 나는 게 이상합니다.


이 코멘트의 작성을 위해 참조한 기사를 소개해 두겠습니다.

선행 도입 ‘고교학점제’ 경기교육 현장선 ‘삐걱’ (2023년 6월 21일 경기일보)

SiteOwner

2023-11-07 21:10:04

[2023년 11월 7일 추가]


경기도 부천시의 원미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공간조성 준공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조성된 공간은 1층 중앙현관에 입지하여 카페 및 갤러리공간으로도 활용가능한 학생의 자유교류공간인 길가온, 학년별로 학생들이 공강시간 활용, 소그룹 미팅, 사제동행 등의 여러 목적에 사용가능한 다락, 학년별 휴식공간인 SPACE-X 및 기존음악실의 수업소음 및 간섭을 피해 4층으로 이전한 음악실 및 음악준비실입니다.


참고한 보도를 하단에 소개합니다.

부천 1호, 원미고 고교학점제 공간조성 (2023년 11월 7일 경기매일)

SiteOwner

2023-11-12 03:00:46

[2023년 11월 12일 추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의 학부모설명회가 교육부 주관으로 부산에서 개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현재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응시할 예정의 202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2025학년부터 내신평가체계를 기존의 9등급에서 5등급 체제의 상대평가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상대평가제의 공존에 우려하고 있음은 물론 고교학점제의 폐지, 지역학생들에게의 불리한 입시결과 초래의 위험 등의 의견도 내었습니다.


이하에 소개된 보도를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고교학점제 포기하는 것 아니냐”…우려 쏟아진 2028 대입 개편안 설명회 (2023년 11월 10일 부산일보)

SiteOwner

2024-07-28 13:46:24

[2024년 7월 28일 추가]


교육부가 2025년부터 전면시행하기로 한 고교학점제를 경기도교육청이 2022년부터 선행도입했지만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환열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 이 회답이 경기교사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라는 것은 꼭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설문에 응답한 교사의 99%가 부정평가중입니다. 또한 특정과목에의 쏠림 현상도 심하고 교사들의 수업부담도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정적 안착여부에 대해서는 기형적 운영이 61%, 본래목적대로 추진에 대해서는 84%가 아니다, 교육청의 지원에 대해서는 62%가 매우 부족을 말하는 등 여러모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심층보도는 하단에 소개해 두었습니다.

대입과 따로 노는 고교학점제, 경기도 99% 반대…"지원 부족·특정과목 쏠림" (2024년 7월 23일 경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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