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확연한 목표를 지니고 간 여행은 아니었고, 그냥 시간 때우기에 가까웠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우울해서 어디 놀러나 가고 싶단 얘기를 했는데, 지인이 '그럼 (제가 사는) 부산 오실래요?'라고 말씀하셔서 엉겁결에 결정된 거죠. 덕분에 맛있는 회도 잔뜩 얻어먹었습니다만, 갈아입을 옷도 깜박했거니와 식사를 대접받았는데 자고 가기까지 하는 것은 굉장한 실례인 것 같아 모텔만 잡았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우다가... 그대로 돌아왔네요. (숙소를 따로 잡은 건 글을 쓰기 위해서였음에도 말이죠. 결국 한 자도 적지 못했습니다) 즐거웠다면 즐거웠고, 아쉽다면 아쉬운 주말이었습니다.
숙소에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작품을 접했는데, 작품도 재미있지만 주인공 콤비가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시노카와 시오리코가 말이죠. 거유인 걸 떠나서 특정 분야에 해박하고 그와 관련해선 말이 많아지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선 말주변이 없고 덜렁이. 뭐 이런 걸 모에하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만화에서 정감이 가는 여캐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본 건 원작인 라이트 노벨이 아닌 코믹스 버전이라서, 원작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몇몇 부분이 키리사와 마코토와 비슷해 보였지만, 결국엔 다르죠? 일단 성격부터가. 그나마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남을 속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비슷해 보입니다만.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이하 생략하겠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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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드리갈
2019-08-19 12:56:11
그러셨군요. 잘 다녀 오셨어요.
부산은 여러모로 신기한 부분이 많죠. 특히, 내륙지역에 사는 저로서는 깜짝 놀랄만큼 식문화도 다채롭고 음식의 맛 또한 발군인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집에서는 일본여행을 할 때 대구에서 바로 출발할 수도 있지만 항상 부산착발로 여행을 계획, 실행해 왔어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시노카와 시오리코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키리사와 마코토와는 다른 점이 많아요.
일단, 키리사와 마코토에 대해서는 공작창 문서 링크(로그인 필요)를 추가해 둘께요.
그리고, 키리사와 마코토가 시노카와 시오리코에 비해 어떻게 다른지를 몇 가지 추려서 정리해 보았어요.
Lester
2019-08-19 17:26:38
하지만 혼자 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산에는 도통 볼 게 없더군요. 그나마 해동용궁사(오버워치 맵 '부산' 중 사찰의 모델)가 끌려서 가볼까 했는데, 속이 안 좋아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안은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매리
2019-08-20 09:55:40
부산에 가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보니 부러워지네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가족이나 친구를 꼬드겨서 당일치기로 한 번 다녀와보고 싶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친척 중에서 그 시리즈를 좋아해서 여러 번 읽은 사람이 있는데 표지의 시오리코가 예쁘게 나왔더군요. 표지 덕분에 읽어보고 싶다는 흥미가 마구 솟구쳤습니다.
Lester
2019-08-21 15:12:18
뭐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음식과 BIC 빼고는 용건이 없었지만요. 야경투어라도 볼까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예약하는 걸 깜박했습니다.
비브라늄비블리아 고서당은 캐릭터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전부 마음에 들더군요. 코믹스판으로도 재밌는데 원판인 라이트노벨은 어떨지 읽어보고 싶기도 합니다.SiteOwner
2019-08-20 19:40:19
여유가 되면 딱히 구애된 일정 없이 어딘가 여행을 잠깐 갔다 오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요즘은 국내는 그다지 생각이 없고 해외는 환율이 너무 올라서 곤란하군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평일에는 일하고 휴일에는 쉬고 그렇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것이 의외로 영향을 주는 것이 많습니다. 그게 여행의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기분전환 그리고 좋은 창작물과의 만남, 이것이 바로 이번 여행의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Lester
2019-08-21 15:14:04
여행도 훌쩍 다녀오면 좋을텐데 국내라도 워낙 걸리는 게 많아서 말이죠. 교통편, 숙박, 가족의 끊임없는 생존신고 요구... 더 큰 문제는, 어딘가로 여행을 가도 막상 도착하면 할 게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나마 말씀하신 대로 좋은 작품을 하나 안 걸 큰 수확으로 여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