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보이는대로, 요즘은 감정이 그다지 없습니다.
예전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기분파나 다혈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폭발하는 경우가 없지도 않았는데다, 어떤 퇴직 언론인으로부터는 "열병에 걸린 채 얼음을 안고 있는" 것같다는 표현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꽤 다면적인 성격의 사람이었던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감정이 없어진 듯 합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좋아하는 사람이나 분야가 아니면, 오늘의 뉴스마저도 역사책 속의 몇백년 전의 기록같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현재 상태가 이렇습니다. 워낙 세태가 어지럽다 보니 아예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인지, 이제 분노할 힘마저 잃어버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개념이 문득 생각납니다.
인간은 페니아와 포로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존재인 에로스.
빈곤, 결핍 등의 가치를 지닌 페니아와 풍요, 완전 등의 가치를 지닌 포로스의 2세인만큼, 이렇게 탄생한 에로스인 인간은 늘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있지만 완전, 이상 등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과연 이렇게 저에게 일어나는 감정의 결핍은 대체 무슨 이상을 추구하기에 일어나는 것인지, 지금 바로는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습니다. 단지 확실한 것은 감정의 결핍 그 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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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19-10-03 21:20:29
경험상 그럴 때가 정말 위험하더군요. 감정이 막 기차를 탔을 때 지나가는 풍경처럼 느끼기도 전에 지나쳐 사라져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정도로 굉장히 궁지에 몰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낫긴 한데, 언제 또 그렇게 될지 모를까봐 걱정이네요. 빨간날인 개천절이니만큼 즐겁게 푹 쉬시기를 빕니다.
SiteOwner
2019-10-04 21:33:38
지난주에 동생이, 10월 4일에 휴가를 내 줬으면 한다고 요구를 해 왔는데, 좀 이례적이었습니다만 어제와 오늘을 쉬면서 생각해 보니까 역시 동생도 그런 것을 직감했나 봅니다. 역시 감정이 없어져 가는 현상의 현저화가 위험하게 보이는 것은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분명한가 봅니다.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어제와 오늘을 쉬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대왕고래
2019-10-03 21:33:56
과한 참견일지는 몰라도, 휴식을 가지시는 편이 좋겠어요.
피곤이 많이 쌓이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리프레시를 하는게 좋을지도...
SiteOwner
2019-10-04 21:39:14
정신적인 피로라는 게 정말 위험하게 보인다는 것을 다시금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 동생이 휴가를 내줬으면 하고 부탁한 것이 선견지명이라는 것도 제대로 알았습니다. 역시 혼자서는 제대로 다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좋은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잘 쉴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