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왕 비룡이라는 번안명으로 잘 알려진 1997년작의 장편애니 중화일번(中華一番!)은 온갖 기상천외한 요리, 당대 최강의 아티스트들의 음악, 그리고 우주를 움직일 정도의 화려한 리액션으로 유명하죠.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2019년 4분기부터 리메이크작인 진 중화일번(真・中華一番!), 번안명 요리왕 비룡 더 마스터가 국내에서는 애니맥스 코리아를 통해 방송되고 있어요. 그런데 아쉬움이 꽤 많네요.
여러가지를 거론할 수 있지만, 그 중 두드러진 것은 언어문제.
이것은 일본어 원문은 물론 한국어자막에서도 드러나 있어요.
먼저 일본어 원문.
요리왕 비룡은 사실 고증 따지면서 보는 애니는 아니죠. 그러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19세기 후반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면서, "격추마크(撃墜マーク)" 라는, 항공전을 전제로 한 20세기 이후의 개념의 어휘가 등장하는 건 미묘하네요. 어차피 대사에 영어 등의 서양언어에서 온 어휘가 많이 등장하는만큼 "킬마크(キルマーク)" 정도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해요. 전근대에는 동양에서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일기토(一騎打ち, 잇키우치)라는 장수들간의 일대일 배틀이 많이 묘사된다든지, 서양에서는 명예를 건 기사들간의 결투가 현실과 창작물을 가리지 않고 자주 등장했다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 다음은 한국어자막.
국내에서는 이번 신작이 "요리왕 비룡 더 마스터" 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어요. 즉 1997년작의 직계 후속이라는 점이 이렇게 제목으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죠.
하지만 등장인물의 번안명은 계승되지 않았어요. 즉 1997년판의 비룡, 유란, 소호, 장용사부, 만사통 어르신, 천봉 등은 2019년판에서는 마오, 메이리, 시로, 초유, 루오 대사로 나오고 있어요. 즉 이전의 요리왕 비룡이라는 타이틀만 계승했을 따름.
게다가 중국지명의 표기도 일관성이 없어요. 일단 잘 나오는 지명은 사천(四川), 광주(広州) 등으로 표기하면서 절강성(浙江省)은 저장성이라고 중국발음을 사용한다든지. 설마 예의 "저장" 이라는 표기가 그냥 한국식 발음인 것으로 여겨진 것일까요?
사실, 1997년판이 2010년대에는 애니맥스 코리아를 통해 재방영되었다 보니 당시의 인명표기에 대해서 자료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여러모로 무성의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일관성 없는 언어문제는, 아직 3화까지 겨우 진행되었는데도 이렇게 많이 드러나네요.
앞으로는 또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이래서 리메이크작은 기대하면 안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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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19-11-03 00:51:24
아예 '요리왕 비룡 제 2탄'으로 소개된 거나 마찬가지인 제목이라면, 등장인물 번안명은 유지해주는 게 맞지 않았나 싶네요.
'슬램덩크 후속작'(있지는 않지만 가정으로 있다고 하겠습니다)을 국내에 방영했는데 주인공 이름이 '강백호'가 아니라 '사쿠라기 하나미치'면 다들 적응을 못하겠죠.
마드리갈
2019-11-03 01:04:21
그렇죠. 그래서 현재의 요리왕 비룡 더 마스터에는 정작 "비룡" 이 없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이것만 있는 게 아니예요. 굴소스(호유, 蠣油)를 굴기름이라고 쓰는 어이없는 작태마저 연출하고 있어요. 사실 굴소스는 한자 표기에 기름 유(油)가 등장하지만 이것은 기름이 아니죠. 실제로 100g당 지방은 0.3g에 불과한데다, 油는 기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액체상태의 조미료를 의미하기도 하거든요. 간장의 일본어 한자표기인 쇼유(醤油)도 마찬가지.
마드리갈
2020-07-23 14:11:21
2020년 7월 23일 업데이트
요리왕 비룡 더 마스터의 우리말더빙에서는 또 인명표기가 1997년작의 것으로 돌아가 있어요.
그렇다면 결국 자막방영 당시의 인명표기 원칙은 또 이렇게 뒤집어진 것. 일관성이 없다 보니 매번 이렇게 뒤집히고를 거듭하는군요. 과연 이게 좋은 결정인지는 의문이지만요.
마드리갈
2021-01-21 17:41:27
2021년 1월 21일 업데이트
요리왕 비룡 더 마스터 2기의 자막방영이 시작되었는데, 우리말더빙과는 다르게 자막에서의 인명표기는 2019년의 것과 동일하게 되어 버린 것이 확인되었어요. 아예 계통분리를 하기로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자막방영과 더빙방영의 원칙이 다르다는 것만큼은 재확인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