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올해의 첫달의 화제가 된 성전환 군인의 강제전역조치.
다른 하나는 트랜스젠더인 인물이 여자대학에 합격한 경우.
저는, 개인의 특수한 상황이 비난이나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성별보다는 인간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은 1980년대에 여러 여성지를 읽으면서 성전환자의 존재를 알면서부터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는 생각입니다(오래 전 여성지에서 읽었던 무서운 의견 하나 참조). 그런데 천부인권 개념이 탄생한지 2세기가 넘었고 3세기의 역사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세계 각지를 보면 과연 천부인권의 태동기인 근대에 비해 확실히 진보한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사회규범의 준수가 무가치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 자체보다 성별이 더 중요하다는 주객의 전도가 합리화되어도 안됩니다. 게다가 규범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바로 대처할 수 없는 경직성이 있는 동시에, 변화의 추종에만 천착하면 규범의 가치를 상실해 버리기에 어느 쪽을 택일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헌법학에서 말하는 합헌적 법률해석같은 규범의 변천 같은 각종 기법인데 이번의 성전환 군인의 강제전역 사태를 보면서 그렇게 지혜를 강구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특기할 사안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인물의 여자대학 합격.
이렇게, 그 합격자가 대학에 등록하게 된다면, 국내에도 트랜스젠더 여대생이 탄생하게 됩니다(‘男→女’ 성전환 20대, ‘여대생’ 된다…숙명여대 법대 합격, 2020년 1월 30일 조선닷컴 기사 참조). 이 경우는 위의 강제전역 사태와는 달리 명문의 규범상 문제는 없습니다만, 날로 늘어나는 성별갈등 및 성전환자를 증오하는 원리주의 페미니즘(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약칭 TERF)의 횡행과 그에 따른 증오범죄 합리화에의 경계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사실, 성문화된 각종 규범보다도 인간의 두뇌 속에 형성되고 저장되는 생각 쪽이 바꾸기에는 기술적으로 더 유연합니다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생각이 더욱 바뀌기 힘듭니다. 그래서 선진적인 법령과 제도를 도입해도 사람들의 의식이 따라와주지 못하는 기묘한 역설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사회의 발전속도가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빠른 현대에도 이것은 여전합니다. 성별보다 일단 인간인 점을 먼저 생각해 주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거나 싫은 것인지,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성전환을 택한 첫 군인, 그리고 여자대학에 합격한 첫 성전환 여대생이 밝은 미래를 영위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이 보다 유연해지기를 희망합니다. 성문의 규범도 변천을 거치는데 인간의 의식이 정체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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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SiteOwner
2020-02-08 22:29:01
[2020년 2월 8일 추가]
결국, 여자대학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수험생은 온갖 비난과 압박 속에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여자 파이 뺏는것" 트랜스젠더 학생있는 단톡방서 숙대생이 한말 (2020년 2월 6일 머니투데이)
성전환자를 배제하는 원리주의 페미니즘(TERF)의 승리입니다.
이 승리 덕분에, 한 세기도 더 전에 있었던 서프레제트(Suffragette) 탄압이 정당화되는 거라고 받아들이면 될까요?
오래전의 어떤 국내 영화가 하나 생각납니다.
성별정정이 아직 법의 테두리에 포섭되지 않았을 때, MTF 트랜스젠더에 대해 여성들이 그 사정을 알고, 조촐하게나마 여자로서 새로 태어난 것을 기념한다고 초코파이를 쌓은 급조 케익으로 축하해 주던 장면이 꽤 신선했는데, 세계는 그때보다 더 쇠퇴했습니다. 이렇게 서프레제트 탄압이 정당화되다니, 서프레제트의 발안자 에멀라인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 1858-1928)가 봤다면 뭐라고 할지...
대왕고래
2020-02-09 23:37:53
말로 돌을 던져서 무고한 트랜스젠더를 물리쳤어요.
"죄를 짓지 않은 자가 돌을 던져봐라"하던 이야기에서의 무자비하게 돌 던지던 군중들은, 그래도 돌 맞은 사람이 (돌로 때려죽이는 건 너무한 거 같지만 아무튼) 죄를 지어서 그랬다고 쳐도, 저 트랜스젠더는 뭘 잘못했길래 (말로) 돌을 맞은 걸까요.
앞서의 이야기에서의 돌 던지던 군중들도 어느정도 야만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들보다 더한 해당 대학 반대파들은... 여기서 말을 아끼는 게 좋겠네요.
SiteOwner
2020-02-11 20:25:40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탄압은 사실, 자신의 열등한 특질을 소수자에게 전가시키고 그들을 희생양으로 만들면서 자신들의 그 특질에 대한 은폐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그렇다면 그 트랜스젠더 합격자를 비난해서 등록을 포기하게 만든 그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그들이 스스로 열등한 것을 이렇게 소수자 혐오로 증명한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들의 야만성도 이렇게 드러난 것입니다. 온갖 페미니즘 담론으로 포장해서 논리적이거나 절박한 것 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명주 자루에 개똥인 것이지요.
SiteOwner
2021-03-03 21:57:21
[2021년 3월 3일 추가]
성전환수술을 이유로 강제전역조치를 당했던 전직 군인인 변희수 전 하사가 충청북도 청주시의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이미 수일 전에 타계한 듯하지만 다른 사항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향년 23세.
자세한 사항은 이하에 소개된 기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성전환 변희수 전 하사, 자택서 숨진 채 발견 (2021년 3월 3일 조선일보)
SiteOwner
2021-10-07 19:27:31
[2021년 10월 7일 추가]
군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이유로 강제전역조치를 당한 이후 사망한 변희수 하사에 대해 대전지방법원에서 군의 전역조치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이 여성인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전역처분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결요지입니다.
유족측이 소송수계하여 진행중인 이 사건에 진전이 있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이하의 언론보도를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법원 “성전환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판결 (2021년10월 7일 조선일보)
SiteOwner
2022-01-08 15:43:08
[2022년 1월 8일 추가]
미군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4성장군이 나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해군의 레이첼 리바인(Rachel Levine, 1957년생)을 해군제독에 임명하였습니다. 이렇게 레이첼 리바인은 최초의 트랜스젠더 4성장군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군 최초의 4성 여성제독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이하의 기사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Dr. Rachel Levine becomes nation's first transgender four-star officer (2021년 10월 21일 NBC NEWS,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