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말했던 '또' 파견이 어제(24일)부로 끝나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일하면서 음악 듣지 마라, 하루 몇 개 정도는 해야 한다 등등 온갖 견제에 쉴 틈이 없는 조립 등 문자 그대로 심신이 쉴 틈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점심시간이 제법 길어서 구내식당에서 '맛없는' 점심을 먹으면 약 1시간 정도 푹 잘 수 있어서 좋더군요. 그 이후로 5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서 그렇지. 그나마 제가 미식가는 아니고, 생리현상 등의 핑계로 쉬는 것까지 견제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드래곤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고 하던가요? 진짜 멍때리고 손만 움직이니까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소설 쓰는 데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각나고, 집에서 부모님에게 '그 직장이 오래갈 것 같으냐'라는 꾸중에 대한 자기혐오도 들고... 생각은 그렇게 미친듯이 날뛰는데 정작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간다는 게, 진짜 고문이었습니다. 비정상회담 다시보기를 틀어놓고 하니까 외로움도 줄어들고 좀 낫긴 한데, 위에서 말했듯이 작업량 운운하는 견제구가 들어오니...
사적으로는 집에서 모 인디 게임의 번역을 재작업했는데 장르가 사이버펑크라서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세부적인 연출이 없이 대사만 나오는데다 딱히 새롭지도 않았습니다만, 대도시 묘사는 제 소설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SF적인 요소만 제외하면 분위기가 딱 제가 상상하는 그런 것이었거든요. 2년 전에 잠깐 언급했던 문장 그대로였습니다. "나는 밤이 좋아. 외모도, 피부색도 모조리 알아볼 수 없게 삼켜버리지. 부자들이야 삐까번쩍하게 다니면서 모두가 알아주겠지만, 그러라고 해. 나는 내 초라한 입장만 드러나지 않으면 되니까. 어둠이 우리 모두를 삼키는 한, 우리는 자유다."
한편으론 펜을 놓은 지가 꽤 된데다 뭔가를 그린 적이 전혀 없다 보니 그림 실력이 퇴화를 넘어 제로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포토샵으로 장난을 좀 쳐왔으니 그리는 것 자체를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펜을 쥐고 그린 것은 아니니까요. 회사에서 조립하는 동안 '이번에 펜을 다시 쥐면 진짜 소재 따위 고민하지 말고 아무거나 막 그려야지' 라며 몇 번이고 다짐을 했으니, 진짜 거리낌없이 휙휙 그려야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소재는 '심즈 시리즈'로 정해놨습니다. 심즈의 요소를 따라 그리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일상생활'로 하자니 제 일상이 워낙 삭막한지라 다양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것으로 정한 거죠. 아무튼 파견도 끝났겠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뭐가 됐든 그려서 포토샵 작업 없이 바로바로 올려볼 생각입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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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0-04-26 21:35:19
그러시군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아직 일교차가 크긴 하지만, 그래도 꽤나 따뜻해져 있다 보니까 마음도 보다 여유로와지네요. 레스터님께서도 얼마 남지 않은 이 봄을 즐기실 수 있길 바랄께요.
한동안 손을 놓은 건 재개하기가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재개하다 보면 또 잘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Lester
2020-04-28 11:54:45
그런데 이제 5월인데도 그늘에 있거나 바람이 살짝 불면 춥네요. 워낙 저질 체력이라...
이번 연휴에 뭐라도 하나는 무조건 그리고, 거기서 뻗어나가는 형식으로 계속 그려볼 생각입니다.
SiteOwner
2020-04-27 18:54:17
오래간만에 잘 오셨습니다. 큰 일을 마치고 난 휴식은 정말로 소중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포럼에 다시 와 주신 점에도 깊이 감사드리겠습니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여러모로 축복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가능한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편이 더욱 많다 보니 특히 더 귀중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하시다 보면 의외로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으니까, 너무 부담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Lester
2020-04-28 11:59:41
애석하게도 원래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다른 조립에 투입됐네요... 부처님오신날-근로자의날 연휴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설마 이쪽 조립을 계속 맡길까봐 겁날 정도입니다.
게임번역의 경우 즐겁기는 한데 그 대가로 벌이가 쉽지 않네요. 뭐 두 가지를 동시에 잡기는 힘들겠지만요.
그림그리기나 글쓰기 모두 하나라도 해야 큰 도약이 되는 수준이라 여러가지로 심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