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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9월 18일에 발사된 소련의 첩보위성 코스모스 954(Космос 954)는, 이듬해인 1978년 1월 24일에 캐나다에 추락했습니다.
사실 우주공간에서 지상으로 물체가 떨어질 경우 아주 곱게 조용히 떨어지라는 법은 없습니다. 대기권 진입시 마찰열에 의해 유성이 만들어지는데, 다 소진된다면 그나마 문제가 없습니다만, 소진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벌어집니다. 이미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발생한 운석낙하사건으로 수천명이 부상을 입고 건물 수천동이 피해를 입은 것을 생각해 보면, 소진되지 않은 우주물체의 낙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코스모스 954는 원자로를 탑재한 인공위성이었고, 이것이 캐나다의 북서준주(Northwest Territory) 내에 추락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소련에서는 이 인공위성이 재돌입과정에서 다 소진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캐나다와 미국의 공동수색결과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수습된 잔해는 12개인데 그 중 10개는 방사능을 띠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것도 있었습니다만, 그 방사능의 양으로 판단해 볼 때 탑재된 원자로의 핵연료의 일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즉 핵연료 대부분은 어디 간 지 알 수도 없었다는 것.
캐나다와 미국의 공동수색 대상면적은 남한 면적의 1.24배 정도. 만일 그 첩보위성이 우리나라에 떨어졌다면 그 뒤는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코스모스 954가 원자력위성의 유일한 추락사례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개발중인 신개념 무기가 이런 코스모스 954의 악명을 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끔찍한 물건인 것.
9M730 부레베스트니크(Буревестник, 슴새)라는 이름의, 또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보고명 스카이폴(SSC-X-9 Skyfall)로 불리기도 하는 원자력추진 크루즈미사일. 이것은 항속거리가 사실상 무한대로 계속 공중에서 비행하면서 지령을 받는 즉시 목표물에 명중하는 방식의 것. 탄두가 일반탄두라도 원자로를 탑재한 것이라서 낙하지점의 방사능 오염은 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에서와 달리 대기권을 비행하기 위해서 설계된 물건일만큼 원자로의 출력도 더 높을 것도 예상됩니다.

이것은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표한 6가지의 신전략무기 중의 하나로,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말도 많았는데다 2019년 러시아 서부의 세베로드빈스크에서의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만, 이 무기의 개발은 사실로 판명되었고 2025년에 취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언제 어디서 쏘았는지 모를 9M730 부레베스트니크 미사일이 갑자기 머리 위에 떨어질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름인 부레베스트니크에서도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슴새(Petrel)의 러시아어로, 슴새는 날개가 길고 활공능력이 탁월하지만 지상에 내릴 때에는 날 때만큼 우아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슴새과의 신천옹(Albatross, 알바트로스)은 착륙하면 정말 바보같이 구르고 엎어지고 하는 게 일상일 정도로 유명합니다. 하고 많은 이름이 하필이면 부레베스트니크라니, 정말 떨어지는 곳을 헤집고 박살내서 복구조차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무섭습니다.



이 기사를 같이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UK Chief of Defence Intelligence Warns of Capability of Russia’s Burevestnik Missile (2020년 9월 13일 스푸트니크 인터내셔널,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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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앨매리

2020-09-16 21:09:16

섬뜩하네요. 가장 유명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지 무려 34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확실한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았고 방사능의 영향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 전에 발생한 코스모스 954 추락 사고는 어느 면에서 보면 체르노빌보다 더 끔찍하네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핵연료가 방사능을 얼마나 누출하고 있는지도 모르니...
그런 끔찍한 병기에다가 하필 이름을 붙여도 일본에서는 바보새라는 별칭도 있는 신천옹과 관련된 이름을 붙이다니, 이쯤이면 누군가가 일부러 악의를 가지고 작명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SiteOwner

2020-09-18 21:41:22

정말 끔찍한 발상의 무기라서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게다가 소련시대에 최소한 3건의 원자력위성 추락사건 및 현재의 러시아 공화국 시대에 1건의 우주충돌사건이 일어났다 보니 안심할 수 없습니다. 1973년에는 일본 북부의 태평양에, 1983년에는 남대서양에 원자력위성이 추락했고, 2008년에는 오염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만 충돌사고로 원자력위성의 냉각재가 일부 누출되기도 했습니다. 문제의 코스모스 954 추락사건에서 소련은 캐나다의 청구금액의 반에 좀 못 미치는 배상금을 지불하는 등, 사건의 처리도 졸렬했습니다.


부레베스트니크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이전에도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일본시대에 치시마열도(千島列島)의 에토로후 섬(択捉島)에 개설된 텐네이비행장(天寧飛行場)은 소련이 해당지역을 점거후 섬의 이름을 이트루프(Итуруп)로 개칭하면서, 텐네이비행장도 부레베스트니크 공항(Аэропорт Буревестник)으로 명명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안개가 짙어서 민간공항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 보니 민간공항으로의 사용은 2014년에 종료되었고, 현재는 군용비행장 및 예비공항입니다. 소련시대인 1968년에는 미국에서 출발하여 일본의 수도권 내에 있는 미 공군의 기지인 요코타비행장으로 향하던 전세여객기가 소련군의 위협을 받아 강제착륙당하고 이틀간 억류된 사건이 있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고약한 이름인 셈입니다.

SiteOwner

2023-11-12 16:52:04

[2023년 11월 12일 추가]


러시아가 9M730 부레베스트니크 원자력추진 크루즈미사일을 시험발사하야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0월 5일에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문제의 미사일은 북빙양의 도서지역으로 과거 핵실험에도 자주 이용되었던 노바야젬랴 섬에 개설된 판코보 미사일발사실험장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사정거리 무한대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의 정보기관에서는 대략 10,000-20,000km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의 규제 밖에 있어서 러시아에게 유리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주장하는 것처럼 무한대의 항속거리에 힘입어 전세계를 주유하다가 원하는 때에 그대로 직격가능한 잠재적인 공포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알 길이 없지만 조약의 허점을 이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어서 그렇습니다.


해당 코멘트에 참고된 보도를 소개합니다.

Russia claims to have tested nuclear-powered cruise missile (2023년 10월 13일 IISS Missile Dialogue Initiative,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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