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국내 언론의 언어사용에 대해 여러번 지적해 왔습니다만, 날이 가면 갈수록 상황이 더욱 고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본 어휘 2가지가 난무하는 언론보도를 보니, 이제는 비판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듯합니다.
링링허우, 존버. 대체 이런 말을 쓰고도 언론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링링허우(零零後)라는 말은 2000년대생을 가리키는 중국어입니다. 그냥 이것이 본문중에 "중국에서는 2000년대생을 가리켜 링링허우라고 부른다" 정도로 인용되었다면 그 정도야 중국의 사정을 전하는 정보니까 이해못할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아래의 기사를 보면 제목부터가 정상적인 언론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의 기사.
‘국뽕’으로 뭉친 어린 꼰대…中 ‘링링허우’를 이해하는 키워드 넷 [23CM] (2021년 5월 24일 조선일보)
이미 속어 2개에 중국어 어휘 1개.
게다가, "국뽕" 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메스암페타민의 상표명이었던 일본어 히로뽕.
이미 2017년 가을에 썼던 글인 이상한 어휘 둘 - 필로폰 및 희귀병에서 지적한 것처럼, 언론에서 메스암페타민을 "히로뽕" 에서 "필로폰" 으로 바꿔 불러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좀 뭣한 표현입니다만, 아무리 너그럽게 보더라도 "팬티는 빤스다" 정도의 문장 정도의 가치를 넘어서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국뽕" 이라는 단어 덕분에, 그렇게도 퇴출하고 싶었던 "히로뽕" 이라는 어휘가 부분적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이런 기묘한 역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다음, "존버" 라는 단어.
이 기사의 제목은 그야말로 황당함의 극치입니다.
‘존버’ 할까요 ‘돔황챠’ 할까요… 코인 폭락에 일상이 마비됐다 (2021년 5월 24일 서울신문)
"존버" 라는 어휘는 비속어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어원은 "존나 버티자" 라는 것인데, 문제의 "존나" 라는 것이 남성의 성기에 관련된 비속어 표현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공적인 상황이나 중요한 이해관계인을 만날 때 이런 어휘를 사용한다면 그 사용자의 평가가 어떨지는 명약관화하겠지요. 게다가, 이 용어를 소개하면서 어원의 일부분을 복자처리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코인 폭락하자 전세계 거래소 한때 먹통 참조). 본문에서 '존버(X나 버티자)' 라고 소개했습니다만, X로 복자처리된 글자가 이미 약어에는 등장하니 쓸데없는 소리를 중언부언한 거나 아무 다를 게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생각없이 구사하는 어휘 덕분에, 언어생활의 중심이 중국어와 비속어에 있고, 게다가 어떤 경우에는 배제하고 싶은 어휘가 역설적으로 부활하기까지 합니다. 끝내주는 국어생활입니다. 이렇게 무분별한 중국어 및 비속어 남용이 지속되면, 사전의 표제어 중 몇 가지도 성공적으로 부활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신문지상에서든 아나운서의 발언에서든, 엄연히 국어사전의 표제어 중 하나(네이버 국어사전 참조)인 "좆같다" 라는 단어를 흔히 접하게 된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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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키
2021-05-25 22:37:37
유토리나 사토리 세대조차 슬슬 유행이 사그라들어가는데 대체 중국어로 2000년생을 뭐라 부르는지 알 필요가 있나 모르겠어요. 아무리 요즘 신조어에 거부감이 적은 저라지만 중국어 단어 같은건 딱히 알고싶지도 알아서 쓸데도 없고 말이죠.
SiteOwner
2021-05-26 20:22:41
중국어를 남발하는 풍조가 나날이 늘고 있는데, 사실 문제의 그 "링링허우" 라는 세대구분 중국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80년대생을 바링허우(八零後), 1990년대생을 주링허우(九零後), 우리나라의 금수저에 해당하는 말인 푸얼다이(富二代), 스타 가문의 2세를 뜻하는 싱얼다이(星二代) 등 대체 안 쓰는 게 뭔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일본의 유토리 세대, 사토리 세대 등의 어휘는 최소한 예의 어휘가 세대구분에 대한 것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국어로 주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어의 경우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중국어부터 쓰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국내 독서계를 강타했던 전여옥의 저서 "일본은 없다" 에,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에 대해 일본인들이 "일본어도 쓰고 좋잖아요?"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 점에서는 분개하는 한국인이, 이런 중국어 남발에 대해서 중국인들이 "중국어도 알고 좋잖아요?" 라고 반문할 때는 과연 그때는 반박할 의지라도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내 언론은 아마 100년이 지나도 반박의 필요조차 못 가질 것입니다.
카멜
2021-05-27 14:36:07
‘받아쓰기 언론’ 이라는말이 와닿는데요, 요즘 뉴스 기사를 보면 이게 SNS 흥미글인지 기사인지 분간이 안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좀 더 품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iteOwner
2021-05-28 21:32:38
그렇게 언론보도의 질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쓰는 어휘에 대해 생각을 안하니까 당연히 그런 어휘로 형성된 컨텐츠에도 생각이 담길 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중국어든 비속어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국립국어원에 대해서도 전혀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마, 품위를 기대하는 게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품위를 갖추면 좋겠는데 개선이 되기는커녕 악화만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