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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언어환경의 핵심과 맥락인 "주인의식"

마드리갈, 2021-09-22 20:50:18

조회 수
123

포럼에서 여러 방면으로 언어환경에 대해서 비판해 오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우리나라의 근래의 언어환경의 제반문제는 언중의 각자에 "주인의식" 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즉 말과 글의 주인으로서 살려고 하기보다는, 말과 글에 끌려다니는 생활이면 어때 하는 안일함에 지배되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일단 정리해 본 쟁점은 이렇게 열거할 수 있어요.
  1. 유행어, 속어 등의 무분별한 남용
  2. 무리하게 내지는 불필요하게 줄인 약어로 인한 언어의 경제성 저하의 역설
  3. 긴 글을 스스로 읽지 않고 세줄요약을 바라는 세태
  4. 현지원음주의라는 해괴한 헛소리로 정당화되는 중국어 유입
  5. "안한글 안사요" 로 요약되는 게임시장의 행태
  6. "금도" 의 원래 의미는 무시하고 오용하는 등의 어휘오용 반복
  7. 사이시옷 남발과 언론의 확대재생산
  8. 일본산 영상물에 대한 병적인 한글역식 남발
  9. 오역을 의역이라고 변호하는 작태
  10. 혐오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언어 재정의

이 10가지 쟁점이, 주인의식의 부재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어요.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무섭게.
그러면 이것들이 어떻게 주인의식의 부재의 소산이 되는지를 간단하게 볼께요.
  1. 떠도는 말이 정말 적합한 표현인지 생각하지 않고 막 주워다 쓰니까 남용인지 아닌지도 의식하지 못한다.
  2.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말을 줄여 썼다가 줄인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원래의 말을 써서 약어의 유용함을 자기부정한다.
  3. 스스로 읽고 생각하지 않고 사고력을 외주에 맡긴다.
  4. 현지원음주의의 허구성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어 범람의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5. 스스로 언어의 장벽을 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의 고립을 자초한다.
  6. 사전을 찾아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잘못된 관행을 답습한다.
  7. 아름다운 언어생활 및 합리적인 어문규정에 대한 고민 없이, 정해 놨으니 옳고 그래서 한다는 법실증주의적 사고의 폐단을 노정한다.
  8. 타국산 영상물에서 하지 않는 것을 왜 유독 일본산 영상물에서만 그렇게 하는지도 생각안하고, 보면 편하니 됐다고 만족할 뿐이다.
  9. 실력이 없는 것은 드러내기 싫고 자존심은 세워야 하니까 자기기만부터 한다.
  10. 더러운 말을 찾아쓰고 부족하면 만들어내어 자신이 언어의 오염원으로 타락한다.

정말, 말과 글의 주인이 되기가 이렇게 싫은 건가요.
전에는 이런 생각도 했어요. 또 우리의 말과 글을 남에게 뺏기는 상황이 되어야 소중히 여길지. 그런데 요즘은 이 생각 자체를 하고 있지 않고 있어요. 왜일까요? 이렇게 망가지고 더럽혀진 것을 누가 탐낼지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로 보이니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1-09-23 00:09:18

간단히 말해서, 귀찮음이 원인이죠. 이거저거 따지기 귀찮으니까 "다 됐고 세줄요약" "줄임말이 더 편함" 같은 게 되는거죠.
개인적으로 "안한글 안사요"는 쉬려고 하는 게임에서 공부하기는 싫으니까 이해할 수는 있지만, 어려운 어휘를 쓰는 게임이 아닌 한 (실제로 그런 게임도 잘 없고) 영어판으로 해도 충분하다고 보거든요. 영어를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영어를 어느정도 읽는데도 한글 아니면 안 산다면 극도의 신토불이가 아닌 이상 귀찮음이 원인인 것.

7~9도 결국에는 좋은 방향이 있는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그냥 한 방향 쭉 밀고 가고 싶은 귀찮음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10번이 좀 골때리는데... 고속도로에서 마구잡이로 운전하면서 비매너 일삼는 그런 사람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애매하죠. 제가 맘대로 심판해서 벌금을 매길수도 없으니...

마드리갈

2021-09-23 13:37:02

자신이 주도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안하니까 이런 대참사가 안 벌어지는 게 이상하죠.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게, 그것 또한 선택적이라는 거예요. 게이머 팬덤에 만연한 "안한글 안사요" 의 경우가 바로 그렇죠. 게임을 하려면 좋든 싫든 게임의 규칙과 플레이방법은 배워야 해요. 그게 없이 게임을 즐긴다는 자체는 어불성설. 그에 대한 노력은 하는 사람이, 언어 문제에만은 스스로 장벽을 쳐 버리는 식으로 손쉽게 태세전환을 해 버려요.


그런 사람들이, 자신들과 꼭 닮은 사람들을 보면 너그럽게 여길까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놀랍게도 아주 지독하게 싫어하죠. 즉 동족혐오.

Lester

2021-09-23 01:02:14

읽어봤을 때 주인의식이라기보단 그냥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4번이나 8번 같은 경우 주인의식이 없는 건 맞겠지만요. 9번의 경우 현직 게임번역가로서 다소 분통이 터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뭐 오역을 지적하다 보면 '그래서 넌 얼마나 잘났냐' 같은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라 과도하게 지적하고 다니지는 않지만, 그래도 틀린 건 틀린 거니까요. 문제점이 명확히 보이는 것을 맞다고 우길 수는 없잖아요.

마드리갈

2021-09-23 13:43:56

관점은 다양하죠. 저는 작금의 언어생활에서의 제반문제에서 주인의식의 부재를 읽었고, 레스터님께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재를 읽었고...그래서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요즘 세태 중에 진영논리도 간과할 수 없죠.

틀린 것도 누가 주장하면 맞는 게 되고, 맞는 것도 누가 주장하면 틀린 게 되고, 이런 풍조가 범람하니까 상대방을 찍어누르기 위해서는 거짓말이든 뭐든 불사하는 경우가 횡행하게 되어요.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진영논리가 더욱 첨예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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