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이번에는 미국의 화성탐사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세계사에서 정말 독특한 국가입니다.
세계최강국인 영국의 일부였으나 영국 정부의 독단에 맞서 독립을 선언하고 전쟁에서 이긴 후에 처음부터 공화국으로 출범한 국가이자 단일주권국가가 아닌 여러 구성국들이 모여 만든 연방공화국입니다. 또한 대체로 연방국가의 경우 외교력과 군사력은 연방이 소유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군사력의 일부를 주방위군(National Guard)의 이름으로 구성국이 육군과 공군의 군사력도 일부 갖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대통령선거 또한 전국에 걸친 투표가 아니라 각 주별로 선거인단을 선발한 후 그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이중체제를 지니고 있는 등 단일주권국가에서는 찾기 힘들거나 아예 사례가 없는 특이점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특이점에서 또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국토의 형성과정 및 단위.
미국의 국토는 독립초기의 13개주에서 시작하여 계속 서진하는 과정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통 다른 나라의 정복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프론티어(Frontier)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지역별로 크게 다릅니다. 캘리포니아(California), 텍사스(Texas), 버몬트(Vermont) 및 하와이(Hawaii)처럼 다른 나라로 시작했다가 미국의 영토(Territory)로 편입된 후 연방주로 승격된 사례도 있는데다 알래스카(Alaska)처럼 러시아에서 구입한 영토의 지위가 장기간 유지되다가 연방주로 승격된 사례도 있었고 그 이외에도 미국의 영토에 편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연방주는 아닌 5개의 유인영토인 미국령 사모아(American Samoa), 괌(Guam), 북마리아나제도(Northern Mariana Islands),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 및 미국령 버진아일랜드(U.S. Virgin Islands)와 9개의 무인영토가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프론티어는 세계 각국의 형태가 거의 대부분 일정해진 지금에도 여전히 중층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미국의 특징에 착안하면 미국의 우주개발의 역사도 한층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우주개발 또한 처음에는 단일기관 체제가 아니었습니다.
항공분야에서는 1915년에 설립되어 1958년까지 존속한 항공자문위원회(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 NACA)가 있었고 이외는 별도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육군, 해군 및 공군이 각각 로켓 및 인공위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만 1957년에 소련이 세계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를 계기로 기존의 체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국 이듬해인 1958년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1890-1969) 대통령의 재가로 민간우주항공분야는 NACA와 육군 및 해군의 연구기관 일부를 통합하여 연방단위의 독립행정기관인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으로 재출범시키고 군사분야는 NASA의 출범 이전에 고등연구계획국(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ARPA, 현재의 DARPA)으로 독립하여 교통정리됩니다. 이렇게 통합된 독립행정기관으로서 막강한 역량축적이 가능해진 NASA는 괴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달 탐사를 성공시키고 그 다음에 금성이나 화성 등의 다른 행성의 탐사를 추진한 게 아니라 병행한 것입니다. 19세기에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영토로 편입한 뒤 급속도로 세를 불린 그 프론티어에의 열의처럼 20세기의 미국 또한 그렇게 일원화의 이익을 제대로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가 미국의 전설의 시작입니다.
미국의 화성탐사는 올해까지의 50회에 걸친 프로젝트 중 23개. 한 국가의 점유율이 46%나 되는데다 그 중 2018년의 인사이트만이 독일과의 공동프로젝트이고 나머지 22개는 NASA 단독주관으로 역시 선택과 집중의 힘은 이렇게 엄청납니다.
연도별 프로젝트는 이하와 같습니다.
굵게 표시된 것은 현재 활동중인 것입니다.
- Mariner 3 (1964년 11월 5일) - 발사실패
- Mariner 4 (1964년 11월 28일) - 근접비행성공
- Mariner 6 (1969년 2월 25일) - 근접비행성공
- Mariner 7 (1969년 3월 27일) - 근접비행성공
- Mariner 8 (1971년 3월 9일) - 발사실패
- Mariner 9 (1971년 5월 30일) - 화성공전궤도 진입성공
- Viking 1 (1975년 8월 20일) - 화성표면 연착륙성공
- Viking 2 (1975년 9월 9일) - 화성표면 연착륙성공
- Mars Observer (1992년 9월 25일) - 교신실패
- Mars Global Surveyor (1996년 11월 7일) - 화성공전궤도 진입성공, 7년간 활동 후 2006년 11월 2일 교신종료
- Mars Pathfinder (1996년 12월 4일) - 화성표면 탐사차량 안착성공, 84일간 활동
- Mars Climate Orbiter (1998년 12월 11일) - 교신실패
- Mars Polar Lander/Deep Space 2 (1999년 1월 3일) - 교신실패
- 2001 Mars Odyssey (2001년 4월 7일) - 화성공전궤도 진입성공, 활동중, 2025년까지는 지속가능예정
- MER-A Spirit (2003년 6월 10일) - 화성표면 탐사차량 안착성공, 2010년 5월 25일 교신종료
- MER-B Opportunity (2003년 7월 8일) - 화성표면 탐사차량 안착성공, 2018년 6월 10일 교신종료
- Mars Reconnaissance Orbiter (2005년 8월 12일) - 화성공전궤도 진입성공, 활동중
- Phoenix (2007년 8월 4일) - 화성착륙성공, 2008년 11월 2일 활동종료
- Dawn (2007년 9월 27일) - 근접비행성공(소행성대 탐사도중), 2018년 10월 30일 교신종료
- Curiosity (2011년 11월 26일) - 화성착륙성공, 활동중
- MAVEN (2013년 11월 18일) - 화성공전궤도 진입성공, 활동중
- Insight/Mars Cube One (2018년 5월 5일) - 화성착륙성공, 활동중
- Perseverance/Ingenuity (2020년 7월 30일) - 화성표면 탐사차량 및 헬리콥터 안착성공, 활동중
여기에서 매리너(Mariner) 프로그램에 결번이 보이는 이유를 잠깐 설명하겠습니다.
매리너 프로그램은 다른 행성에의 탐사를 목적으로 하여 1962년에서 1973년에 걸쳐 10차례 수행된 것이었습니다. 즉 처음부터 화성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1, 2, 5호가 금성탐사, 그리고 3, 4, 6, 7, 9호가 화성탐사, 10호가 금성 및 수성탐사를 위해 발사된 것으로 이 중 1, 3, 8호가 실패했으나 2, 4, 5, 6, 7, 9, 10호는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화성탐사는 최초의 근접비행성공, 최초의 다른 행성에의 연착륙, 최초의 표면탐사차량 운용, 최초의 행성공전궤도 안착 및 최초의 다른 행성대기에서의 양력비행 성공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성과는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운용이라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조기를 단 무인탐사선이 화성이라는 붉은 행성에서 이렇게 독보적인 성공을 기록하고 있는 데에는 프론티어를 향해 달려온 역사 그리고 우주개발의 역사의 여명기에 단행한 효과적인 선택과 집중의 힘이 낳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주관한 화성탐사 프로젝트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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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21-12-22 01:10:19
저중에서 Mars Climate Orbiter(화성 기후 궤도선)는 미터 법과 야드-파운드 법의 단위 환산 실수로 상정치 이상의 과추력이 분사되어 소실되었죠.
총예산 3.4억달러의 프로젝트가 고작 실수로 숫자 몇개를 잘못 적어서 공중분해 되었다는 강렬한 임팩트(...) 때문에 기억하고 있네요.
SiteOwner
2021-12-22 19:39:04
어떤 단위를 써야 하는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프로제트의 경우 록히드 마틴에서 공급했던 소프트웨어는 미국 단위계(United States Customary Unit)를 전제한 것이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급한 것은 SI단위, 즉 미터법에 근간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두 소프트웨어간의 단위변환을 잘못하는 바람에 그렇게 실패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단위계를 쓰더라도 이상하게 에러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어버스 A380 개발의 경우 프랑스측과 독일측이 분담한 부분이 조립과정에서 서로 맞지 않아서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었는데 이것이 일본의 계측기 제조사 마키타에서 제공한 솔루션으로 해결되었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