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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근황

국내산라이츄, 2022-01-20 01:38:46

조회 수
151

1.?

그 면접 이후로 질질 끌던 데 결국 떨어졌습니다.?


제대로 된 코드 리뷰 하나 없이 "A 기능 쓰셨네요? 그거 없이 한 번 해보세요. " 딸랑 한 마디 하고, 인사팀 통해서 헤드헌터가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지금까지 한 거 파일이랑 출력 주시면 1~2영업일 안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물론 이 말도 지켜지지 않았죠. 제가 12월 24일에 보내드렸는데 12월 28일까지 제 메일함은 잠잠했고, 이번달 초쯤 헤드헌터 통해서 불합격 통보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 밑에서 일하면 제대로 된 성장보다는 그날그날 대충 일하면서 넘기는 삶을 살겠구나, 싶더라고요.?


솔직히 떨어졌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더럽지만, 합격했어도 위의 이유를 들어서 제가 거절했을겁니다. 임원 면접에서 피드백이 늦은 이유를 물어봤을지도 모르죠... 오죽하면 친구한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 있냐고 하면서 자초지종 설명했더니 친구도 뭐 그런 데가 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2.?

그 뒤로 면접을 한군데 더 보긴 했는데, 여기는 2차까지 합격했는데 제가 거절했습니다.?


저는 연봉보다도 워라밸과 사람을 중시하는 편인데(비중을 굳이 두자면 45:55정도...), 2차 면접에서 저한테 물어 본 질문이 '(연봉)주면 몇 시까지 야근하실 수 있으세요? '였습니다. 뭔가 쎄해서 찾아보니, 야근이 잦은 걸 떠나서 정시퇴근을 하면 노는걸로 간주해 일을 더 준다네요. 그래서 인사팀에서 offer가 왔을 때 위 질문때문에 워라밸이 잘 지켜지지 않는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저도 이제 정착할 직장을 찾아야 하고 제가 중시하는 가치는 돈보다 워라밸과 사람인데 안 맞는 것 같다고 하고 거절했죠. 거기가 집에서 한시간 거리라 정시퇴근하고 가도 7시인데, 야근하면 저는 저녁도 굶어야 합니다...?


...그 뒤로는 뭐 없습니다. 사실 생활비도 이번달까지 버틸 수준이지, 그 뒤로는 어떻게 될 지 몰라요. 당장 돈이 없어서 전화가 끊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전 직장을 그만둔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심심하면 월급 밀리고(아직도 면접 가서 이 얘기 하면 바로 납득하세요) 선 넘고 전 직원 스토킹까지 하는데다가 말이 허구헌 날 바뀌는 사람을 뭘 믿고 일을 하나요??


그러고보면 Bioinformatics쪽이 지금까지 봤던 곳은 하나씩 뭔가 나사빠진 느낌이네요. 처음으로 갔던 곳은 Python 개발 환경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와중에 Jupyter try 페이지에서 코딩테스트 보고(물론 사전고지 없었음), 두번째는 피드백이 너~무 늦는데다가 코드리뷰 하나 없었고, 세번째는 근무조건이 쎄한 부분이 있고... (심지어 집에서 멀어요...)?


3.?

최근에 제한효소 관련 코드를 세 개 만들었는데 하나는 서쳐(검색엔진같은 거), 하나는 커터(DNA 시퀀스를 입력하면 이 시퀀스를 잘라주는 제한효소를 다 출력해주는 거), 파인더(DNA와 제한효소를 입력하면 어디를 자르는 지 표시해주는 거)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이런거 있으면 좋겠다 해서 만들었는데, 만들다보니 점점 연구자 관점에서 필요할 것 같은 기능들도 보이고... 그렇다보니 지금은 이런저런 기능이 추가되거나, 새로운 걸 배움으로서 코드가 짧아지거나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FASTA파일이 지원 안 되는 것만 빼면 제법 쓸만한 툴이 나왔어요. (이것때문에 정규식 독학한게 함정)?

*정규식: 구글 검색의 *같은겁니다. 식빵 팥빵 붕어빵을 정확한 키워드 입력 대신 *빵으로 찾는 느낌이죠.?


그 외에도 백준 풀다가 생각나서 간단하게 코딩해 본 것들도 꽤 있긴 합니다. 워드클라우드 만드는 것도 있고요.?

1*ERDr_Ks_gudzWP9G9b8hfg.png

그러니까 워드클라우드라고 하면, 이런 거 만드는겁니다. (이미지는 포켓몬 이미지 썼습니다. 본문은 윤동주-별 헤는 밤) 최근에는 한글로 워드클라우드 만들 때 명사만 제대로 처리하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저기서 은는이가가 빠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2 댓글

마드리갈

2022-01-20 23:33:17

우선, 근황을 전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전에 말씀하셨던 그 회사, 절대 대안이 될 수 없죠.

게다가, 2차합격하신 그 회사도 대안이 될 수 없기는 마찬가지네요. 정시퇴근하면 노는 것으로 간주하다니 발상이 완전히 미쳤네요. 프랑스의 대기업에서는 업무시간 내에 일을 다 마쳐야 유능하다고 인정하고, 덴마크의 대기업에서는 계속 야근을 지속하고 이러면 오래 열심히 일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해서 야근을 오히려 만류한다는데 말이죠. 그런 곳도 나중에 계속 말이 바뀌고 그럴 게 분명해요.


직접 만드신 워드클라우드, 좋아요. 이렇게 직접 만드신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영광이예요.


분명 지금의 상황은 좋지는 않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어요. 그리고 2022년의 남은 날, 그리고 그 뒤의 해는 더욱 좋은 일이 있으리라 믿어요.

SiteOwner

2022-01-28 19:23:20

그러셨군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식언을 일삼는 첫번째의 회사도 비상식에 말바꾸기가 상습적일 것이 보이는 두번째의 회사도 모두 대안이 아닙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실력을 배양하고 계신 국내산라이츄님께 더욱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희망을 버리지 않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접 만드신 워드클라우드에서 빛이 나는 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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