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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유래는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셸리(Mary Shelley, 1797-1851)가 1818년에 발표한 과학소설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임을 미리 밝혀 두겠습니다.
20세기 은막의 스타로 세계적인 명성을 과시하여 역대 최고의 여배우 중의 한 사람으로 칭송받는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1901-1992), 통칭 마를렌 디트리히는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대스타였음은 물론 191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활동하며 제1차 세계대전, 전간기, 제2차 세계대전, 냉전기, 독일의 통일 및 소련의 해체까지 보고 90년 4개월 남짓한 생애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이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36세가 된 1937년에 독일 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미국인이 되었습니다. 제3제국의 출범 후 많은 독일계 영국인 및 미국인들이 독일식 성씨를 버리거나 독일어 대신 영어를 쓰기로 하는 등 독일계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려고 했던 것과 달리 그녀는 디트리히라는 독일식 성씨를 유지하면서 미국인이 되었고 전시에는 독일 및 프랑스를 탈출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인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은 물론 그들의 미국으로서의 정착 및 미국 귀화도 옹호하였습니다. 또한 격전의 유럽전선을 방문하여 위문공연을 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도 활약한 진정한 인도주의자로서의 명성으로 전후 많은 국가들의 칭송을 받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으로서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21세기가 이미 1/5 시점을 넘기고 1/4 시점으로 달려가는 이 시점에 세계는 현대의 마를렌 디트리히의 탄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올가 스미르노바(Ольга Смирнова, 1991년생)라는 이름의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나.
이미지 출처
'We cannot remain indifferent': Russian star ballerina Olga Smirnova quits Bolshoi Ballet (2022년 3월 17일 CNN, 영어)
이 무용수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리나로 1776년 이래 러시아의 공연문화의 주축이 된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단(Балетная труппа Большого театра)의 간판스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번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반대하며 그 발레단을 떠나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의 네덜란드 국립발레단(Dutch National Ballet)으로 옮겨갑니다.
상트페테르스부르크 출신의 그녀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할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합니다. 소련시대에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통혼이 활발했다 보니 이런 가계가 적지 않고, 그녀의 가문인 스미르노프 가문 또한 이에 해당됩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의 전쟁에 분노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며, 미증유의 감정인 자신의 조국에 대한 수치심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재능이 많은 러시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던 올가 스미르노바에게는 이제 마음 속에 선이 하나 그어져 그 전쟁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것 같다고도 심경을 토로합니다.
이제 더 이상 무관심하게 있을 수 없다는 그녀의 말에 저는 21세기의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재림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선뜻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 시대에도 과거의 마를레네 디트리히같은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잔혹한 현실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비극입니다. 이 축복을 기뻐하기에는 그 원인이 비극이고, 그 비극에 탄식하기에는 이 축복을 저버릴 수 없어서겠지요.
여담입니다만, 올가라는 이름과 저 발레리나의 출신지인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차이코프스키(Пётр Ильич Чайковский, 1840-1893)의 1833년작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Евгений Онегин)이 생각납니다. 알렉산드르 푸쉬킨(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 1799-1837)이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오페라에는 블라디미르 렌스키라는 젊은 몽상가가 나오는데 렌스키의 이름이 블라디미르인 것은 우연의 일치인지 2세기 앞의 예견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듣지 않았던 이 오페라가 다시 생각난 만큼, 예프게니 오네긴도 오랜만에 들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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