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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했던 나날이 이렇게 그리워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만, 정말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리고, 연차를 쓰고 있는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 있습니다.
15년 전의 저는 병원에서 기약없이 장기투병중이었습니다.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은 몇 시간이 채 되지도 않았고 그나마 깨어 있는 시간이라도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혼자서 용변조차 해결할 수 없는, 그리고 내일이라는 날이 과연 다가올지도 예측할 수 없었던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병실에 같이 있던 사람들은 수술이나 약물치료가 끝나자 속속 퇴원하는데 저만 기약없이 계속 입원중이었습니다. 새벽에 극심한 통증에 놀라서 깨었을 때에는 그저 어두운 창밖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고, 당직간호사가 저의 비명을 듣고는 와서 진통제를 투여해 주고 그랬습니다.
물론 그때와 같은 경험을 다시 하라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 저도 힘들었지만 특히 동생이 굉장히 많은 고생을 했다 보니 그때의 일상을 반복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지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갑자기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건 그때가 지나서, 그리고 지금 건강히 살아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쉬킨(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 1799-1837)이 그 유명한 시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은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질 것(Все мгновенно, все пройдет; Что пройдет, то будет мило.)" 이 맞나 봅니다.
영국의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가 토마스 캠피언(Thomas Campion, 1567-1620)의 성가곡 하나를 소개합니다.
Never weather-beaten sail. 영국의 카운터테너 알프레드 델러(Alfred Deller, 1912-1979)의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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