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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대학가에서 많이 유행하던 논리였는데, 북한의 간첩 남파는 전혀 나쁠 게 없다는 논리가 참 기막히게 성립했습니다. 북한만이 간첩을 남파하는 것도 아닐테고 우리나라도 간첩을 북파하니까 간첩 자체는 어차피 나쁜 게 아니고, 애초에 대한민국은 미국의 괴뢰정권이고 북한은 소련의 괴뢰정권이다 보니 6.25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었으니 민족 동족상잔이었던 것만 아쉬웠을 뿐 그것으로 북한을 미워하거나 경계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나타나더군요.
미국의 앞잡이는 친미사대매국주의자이고 소련의 앞잡이는 반제국주의의 선봉이자 선각자들이라고.
대칭성에 충실한 논리니까 그 양쪽이 거울이미지같아야 할텐데, 그게 각론으로 들어가면 또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미군은 나쁜 점령군이고 소련군은 착한 점령군이라고.
그런 논리 속에서 저의 세대보다 앞서 청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이 좋든 싫든 그런 논리에 물든 것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보니 균형감각을 운운하면서도 각론이나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진영에 따라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그런 내로남불과 편가르기에 중독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세대들이 이미 장년층이 된 지도 오래고 이제는 노년층으로도 달려가고 있다 보니 그것을 바꾸기는 더더욱 늦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듯합니다.
그건 또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실례하겠습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2-07-28 00:27:15
쓰레기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그 사람들이 목소리까지 컸던 시대가 있었네요.
미국보다는 북한을, 중국을 더 좋아하던 이상한 시대. 적어도 제 고등학생 시절까지도 그런 목소리가 있었어요.
그런 목소리에 홀리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SiteOwner
2022-07-30 13:57:23
그 시대에는 그런 사고방식이 균형잡힌 생각이고 과학적인 발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청년기를 바친 자들이 지금의 사회의 중추를 차지하는 중년층이 되어 있으니 사회 여러곳에서 반지성적인 움직임이 터져나오는 것은 역시 필연의 결과일 듯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나 중국이 감사해 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남조선 괴뢰패당 운운에 중국은 여전히 가오리빵즈 운운에...
부질없는 짓에 청춘을 바친 사람들같이는 되지 않아야겠지요. 적어도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