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샌드록 1차 마무리와 잠깐의 휴식
실질적으로 1차를 마무리한 건 10월 중순, 그러니까 11일인가 됩니다. 그리고 나서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거의 침대에 누워서만 2주일을 보낸 것 같네요. 물론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 가끔 운동 겸해서 언덕 아래에 있는 동네 음식점들에서 하루에 한 끼씩 때우긴 했는데, 이게 계속되다 보니 아예 집밥을 준비하지 않는 지경까지 가 버렸습니다. 냉장고 냉동실에는 부모님께서 바리바리 싸주신 얼린 국들이 즐비한데 말이죠.
1-2. 그래도 일
밥은 둘째치고,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반송장처럼 지내다가 그저께쯤에야 자잘한 프로젝트들을 할 기력이 생겨서 얼른 작업하고 보냈습니다. 해당 작업들이 규모가 별로 크지 않아서 그만큼 부담도 눈에 띄게 적었다는 점에서 한층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네요. 물론 규모가 작아서 보수도 적고 포트폴리오에도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 말입니다.
1-3. 그리고 돈
뭐 개인적으로는 이제 포트폴리오도 충분히 빽빽해졌다고, 그러니까 '짬'이 충분히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오로지 돈 보고 일하는 거죠. 남들이 정년이다 뭐다 할 무렵까지 이 직업 하나로 먹고 살려면 그만큼 벌어둬야 능력이 뒤떨어져도 타격이 없을 테니까요. 물론 막연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의문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저 자신의 생활 패턴이라거나 업무능력(?)을 보면 '네가 그런 배부른 소리를 할 처지는 아닐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뭐 개인적으로는 검수를 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번역 과정에서 최대한 공을 들이는 편입니다. 그러니 속도는 더딜지언정 퀄리티는 꽤 높다고 자평하는 거고요(실제로 노바디즈나 스톤샤드 같은 최근 작업들에서 번역 관련하여 특별히 안 좋은 소문을 들은 적도 없고. 악플 제외).
그나마 스톤샤드와 샌드록을 뼈빠지게 작업한 덕분에 돈이 많이 들어와서 옷이라든가 염색이라든가 하는 건 거리낌없이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서서히 질리네요. 쾌락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공허해지는 것도 사실이라...
1-4. 그러니까 일
일단 샌드록 2차는 어떻게든 받아볼 생각입니다. 이것도 12만 단어, 그러니까 13만 단어였던 1차보다 1만 단어가 줄었다 뿐이지 적지 않은 양인 건 사실입니다. 개발자 쪽에서 기한에 대해 딱히 언급을 주지 않고 있기도 하고요. PM은 (돈도 받았겠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일단 먼저 시작해보고 연락을 기다리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추가인력들한테 일감을 넘겨줄 생각도 없거니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거든요. 1-1에서 말했듯이 2주 동안 정신줄 놓고 쉬느라 감을 잃기도 했고...
뭐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추가인력들한테 일감 떼어주고 느긋하게 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넘겨주고 휴가를 더 오랫동안 가져야겠네요. 스톤샤드와 샌드록에 근 반년을 사로잡히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만큼 진이 다 빠졌거든요. 그래도 돈 벌려면 일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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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스타? 휴가?
코로나가 다소 풀렸다보니 지스타(G-STAR)가 11월 중순에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기에 휴가 겸해서 가볼까 했는데, 이번에는 숙소랑 교통편이랑 예매해야겠다 다짐했건만 잠시 미뤘더니 다시 고민이 됩니다. 하도 지쳐서 그런 건지 (이번 BIC과 마찬가지로) 딱히 기대가 안 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또 가고 싶지 않아졌어요. 실제로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지스타에 BIC존 둘러보러 갔을 때도 생각보다 쓸만한 게임들은 보이지 않아서 다른 데에서 이래저래 시간을 때우다가 바로 귀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스타가 됐든 BIC이 됐든 용건은 거기서 거기거든요. 인디게임 탐방, 아는 대표님과 저녁 같이 먹으며 이야기하기, (지스타 한정해서) 코스프레 구경. 이 중 1번은 사실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외국 게임은 잘 안 보이고, 2번은 꼭 부산까지 갈 필요가 없는데다가, 3번도 그렇게까지 절실한 건 아니거든요. 막 누구들처럼 사진기 들고 다니면서 찍을 생각은 없고, 코스프레도 다 유명한 캐릭터들만 골라서 하느라 제 취향하고는 거리가 좀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지스타 자체가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져서 초심을 잃었다거나 실제로 볼 게 없다거나 하는 비판이 제법 있는데, 그렇다면 어떤 게임 캐릭터들의 코스프레가 나올지는 명약관화죠. 이름만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마차시위와 간담회의 주인공) 우마무스메, 원신, 소녀전선, 명일방주, 블루 아카이브... 뻔하지 않습니까? 그나마 블루 아카이브 정도면 국산 게임이니만큼 관심은 있습니다만 그거 보러 지스타에 간다는 것도 좀 웃기긴 해요. 애초에 해당 게임의 유저도 아니고.
그래서 지스타 참석은 포기하고, 대신 대표님께 따로 만나뵈는 게 가능한지 타진을 해 볼 생각입니다. 애초에 바쁘신 분이셔서 일개 번역가를 위해 시간을 내 주시리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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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많이 힘들어서 그런가 중언부언하는 일이 많아진 것 같네요. 쉬는 것도 마음놓고 쉬지 못하고 어디엔가 계속 초조한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2주간 그 휴식이라는 걸 대부분 잠으로 때웠는데도 말이죠. 제발 오늘 저녁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잠들고 싶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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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2-10-29 15:32:00
여러모로 고생하시네요. 그런데 하루에 한끼는 확실히 위험해요. 최소한 1일 2식이 필요하죠. 같은 양을 먹더라도. 안 그러면 몸이 기아상태라고 착각하게 되어서 과하게 영양소를 흡수하려 들거든요. 그게 상당히 해로우니까 유의하시는 게 좋겠어요.
현업에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실 만한 퀄리티를 계속 유지하는 건 확실히 좋아요.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 더욱 긍지를 가지시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장거리 이동은 확실히 필요할 것과 몸 상태가 좋을 것이 둘 다 양립되어야 하는 것이죠. 하나라도 부족한 경우는 실행하지 않는 게 상책이예요. 그러니 제가 볼 때는 지스타 참가는 안 하시는 게 맞아 보여요.
Lester
2022-11-08 01:48:58
사실 끼니 거르는 것보다 고독을 견디는 게 더 심각한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잠이 많아지거나 남들 자는 시간에 활동하는 것도 그런 영향인 것 같아요. 괜히 떠들썩한 낮에 혼자 집 안에서 깨어 있으면 괴리감이 생겨서 적응이 안 되거든요. 차라리 아무 소리도 없는 저녁이 훨씬 낫습니다.
지스타는 입장권만 예매한 상태라 바로 취소했고, 대표님과 잡았던 약속도 금방 해결돼서 안 가는 걸로 했습니다. 일이 밀어닥치기도 하고... 어느 쪽이든 연말 휴가는 못 가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SiteOwner
2022-11-05 13:50:39
그 동안 고생하신 것에 많이 보상받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제는 일과 생활의 균형에도 주력해야겠지요. 몸과 마음은 오버클럭하면 안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요즘 코로나19가 다시 유행양상이 만만치 않은데다 독감 등도 동반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동을 전제하시는 일시는 11월 중순이니까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체력보충 등을 잘 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 들여서 독이 되는 일이 벌어지니까 유의해야겠습니다.
가능한 한 그 대표님은 따로 만나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Lester
2022-11-08 01:52:08
그래서 쉬어야 할 때는 충분히 쉬자, 해서 간만에 10시간 정도 몰아서 잤습니다만 윗 댓글에서 적었듯이 고독이 밀려와서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정말 몸이 안 좋아서 피곤한 건지, 고독해서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건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아는 대표님 만나뵙는 건 역시 윗 댓글에서 적었던 대로 그럭저럭 잘 풀려서, 지스타는 안 가는 걸로 했습니다. 그래도 1년에 약 10개월을 집에만 처박혀 있었더니 눈 내리는 12월에 어느 한적한 야외 온천, 하다못해 산기슭이 보이는 모텔 같은 곳에서 조용하게 있다 오고 싶은 건 정말 절실하긴 합니다. 굳이 온천이 아니어도 좋으니 어디든 다녀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