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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 많이 일어난 일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최소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갈라졌다는 말이 잘 나돌았지만 요즘에는 그것을 말하는 경우는 사실상 소멸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신 대거 등장한 것이 의혹제기를 빙자한 온갖 가짜뉴스 양산입니다. 아예 처음부터 실재하지도 않은 사건을 사실판단의 근거로 삼으면서 의혹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고, 아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정한 사안을 말했다가 망신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해 "이 모 교수" 를 "이모" 라고 착각해서 질의를 했던 사안이 바로 그렇습니다.
최소 득표율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낙선한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실제 선거통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 34,067,853표 중 윤석열 후보가 16,394,815표 및 48.56%를 기록했고 이재명 후보가 16,147,738표 및 47.83%를 기록하여 득표수 247,077표 및 득표율 0.73%p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아무리 득표수나 득표율의 차이가 적더라도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자가 당선되는 다수결의 원칙의 성립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는데 그 사실을 계속 거론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와 함께 대선불복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도 있는데다 윤석열 후보의 역대 최다득표 및 직전대통령인 문재인 후보의 13,423,800표 및 41.08%에 비해 득표수도 득표율도 월등히 높은 사실을 거론하지 않은 점에서는 좋게 봐 주어도 이것이 절반의 진실(half-truth)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패자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여 생각해 보면 석패(惜敗)에의 안타까움 정도로는 봐 줄 여지도 있는데다 일단 거짓말은 안 했으니 굳이 이것을 갖고 왜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느냐고 따져야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그렇게 봐줄 여지도 없이 나빠져 있습니다. 절반의 진실조차 없는데다 아예 허위에 기반하여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스토킹을 자행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나중에는 테러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예전에 테러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미 16년도 더 전인 2006년에 벌어졌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커터칼 자상테러같은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중에는 이렇게 상해를 입히는 정도가 아니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정치인이 아닌 관료에 대해서까지 대상이 넓어지는데 채택하는 수단만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지난달인 10월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제21대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및 법률회사인 김앤장의 변호사 30여명이 7월 19일에서 20일 사이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한달을 끌어온 이 의혹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일로 판명되었고 김의겸 의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사과 자체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의혹의 발달이라는 것이 문제의 의혹에 등장하는 여성 첼리스트가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허언을 늘어놓은 것을 근거삼아서 국회의원이 법무부장관을 공격하는 데에 동원한 것입니다. 최소한 상대를 맞추려면 화살촉이나 총구를 그 표적 방향으로 돌릴 것이 필요한데 그것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은 이전의 0.73%p라는 하나의 진실을 갖고 불복을 시사한 것보다도 더 후퇴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더욱 타락한 상황에 대해서는 의혹제기 당시에 소리를 높였던 사람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이상하게도 대부분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 자체가 그 자체로 위법한 것도 아닌데다 국회의원은 국회내에서 직무상 한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법으로 다스릴 수도 없습니다. 물론 침묵을 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러한 가짜뉴스를 무기삼은 공격은 확실히 절반의 진실보다는 못하지만 일단 법적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즉 법령이상 도덕미만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의 두 경우보다도 더 퇴화한 사안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이것의 단초는 이미 있었습니다. 2022년 9월에 알려진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에 시민언론 더탐사의 구성원들이 자행한 지속적인 미행사건. 그리고 그것은 오늘인 11월 27일 한 장관 자택 특정 및 진입시도로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형법상 주거침입으로 간주되는데다 복수의 인원이 공동으로 한 것이라서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하기도 합니다. 비록 전용공간에 진입하지 않았더라도 공동주택의 각종 공용공간에 거주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은 주거침입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공용공간에의 진입은 물론이고 택배화물을 뒤지거나 도어락을 해제하려 시도했습니다.
언론보도가 2건 있습니다.
더탐사, 한동훈 장관 아파트 무단침입... 택배 뒤지며 생중계 (2022년 11월 27일 조선일보)
더탐사, 한동훈 집 도어록 해제 시도... “압수수색 심정 느껴봐라” (2022년 11월 27일 조선일보)
이러한 행위는 우연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압수수색의 심정을 느껴보라 운운하는 표현으로 밝혔듯이 범의를 가진 것입니다. 그들이 만일 한 장관 명의의 택배화물을 발견해서 그것들을 뜯어보거나 가져갔다면 그 구체적인 행태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절도의 범의(animus furandi)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타인의 재물을 정당한 이유없이 뺏으려는 그 자체가 절도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렇게 봤을 때 1단계에는 그나마 절반의 진실을, 2단계에는 진실은 이미 버렸지만 최소한 위법의 영역에는 닿지 않은, 그리고 3단계에는 위법의 영역도 불사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단계로 타락했음이 분명해집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이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결국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타락시키면서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불복의 정치. 그리고 이것이 최종전략입니다. 단계를 거치면서 이전단계보다 더 못나고 야비하고 이제는 아예 위법의 영역에 들어갔지만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은 불복의 정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더 타락한다면 그때는 민주주의의 근간의 부정도 나올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법령과 제도마저 거부하는데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해서 부정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 4단계로의 이행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는 누가 집권하든 간에 국정을 잘 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2017년 8월 22일에 쓴 글인 여러가지 의문 - 그런 정책으로 괜찮은가에서의 코멘트에 "누가 정권을 잡든지 국정을 잘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다 보니 새 정부가 국정수행을 잘 해 주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고" 라고 제 소신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저는 중도를 표방하지도 않는 보수성향인데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해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기도 한데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 보니 현대사회를 사는 민주시민으로서는 비록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이 당선되었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고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야의 한낱 소시민인 저도 그런데 왜 유명한 정치인과 정치권의 인플루언서들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이해불가입니다만, 적어도 문제의 시민언론 더탐사는 물론이고 그들과의 운명공동체 관계인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을 사안의 성격에 관계없이 단 한 건도 전혀 통과시키지 않았다든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에 대해서도 2021년에 이낙연 당시 대권주자가 사업을 앞당길 것을 주문했는데 올해에 들어서는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예산불용우려를 근거로 삭감을 시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근거없다며 반발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이것이 왜 그렇겠습니까.
앞으로 더한 것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민주주의의 폐제(Vernichtung der Demokratie) 내지는 민주주의의 파괴(Zerstörung der Demokratie)가 다음 대기열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기열을 현실로 만드는 자들이 누구일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짜뉴스, 스토킹, 테러 등을 일삼아서 불복의 정치를 실현하려는 자들이 유력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예측이 빗나갔으면 좋겠습니다만 저는 예언자가 아니라서 빗나갈 확률도 말할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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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2-11-27 22:15:17
크게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김은희의 <신양반사회(생각의힘, 2022)>가 있습니다. 한때 저도 그쪽의 지지자이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닮은 점이 상당히 많더군요. 참고로 이 책뿐만 아니라, 2019년 당시에는 동양철학자 임건순도 '운동권은 조선시대 사대부와 사고방식이 똑같다'는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한 명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단순한 설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여러 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건 분명히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겠죠.
SiteOwner
2022-11-30 22:30:13
운동권들이 일으키는 크고 작은 트러블을 유년기 때부터 뉴스로 접하고 대학생 때 생활권 내에서 겪어보기도 하면서 느낀 것 중에 운동권들의 사고방식이 조선 사대부들과 똑같다는 생각을 해봤고 주변에 말하기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여러 학자들도 그 말을 하는군요. 제가 시대를 이미 거의 한 세대 정도 앞선 것에 놀라면서도 떨떠름합니다.
소개해 주신 책 및 칼럼도 읽어봐야겠군요. 현 시점에서는 읽은 적이 없는데 저의 생각과 비슷한지...
일단 제가 꼽아본 특징은 대략 이렇습니다.
현실과 유리된 협소한 세계관, 교조주의적 사고방식, 인명경시, 순혈주의, 무오류성 주장, 무능 등.
대왕고래
2022-11-28 01:42:05
일단 의혹을 던지면 그만, 불만이 있으면 선을 넘어도 그만, 옳든 말든 반대하면 그만, 이렇게 "어쨌든 우리 의도가 옳으니 우리는 뭘 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행동하면 이건 양복을 입어도 아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식의 ~하면 그만이 극한으로 가면 테러리즘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네요. 먼 미래가 아닐거에요, 어쩌면. 큰일이네요. 나라가 큰 홍역을 치룰 거에요.
SiteOwner
2022-11-30 22:51:10
이런 말까지 하기에는 그렇지만, 그들이 절반의 진실을 이야기하다 이제는 아예 거짓말이든 뭐든 상관안하겠다는 것은 공산권에서 말하는 합법투쟁-반합법투쟁-비합법투쟁 단계로의 이행과 매우 닮았습니다. 합법투쟁은 법을 어기지는 않는 범위 내에서의 방식, 반합법투쟁은 기본적으로는 준법이지만 위법한 수단을 쓰면서 저항권 등의 논리로 방어하는 등의 합법과 비합법을 적당히 섞는 방식, 그리고 비합법투쟁은 사회전복이라는 목표와 방법을 숨기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들이 음모론을 내세우는 것도 충분히 예측가능합니다. 그리고 테러리즘으로 이행할 날이 곧 내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