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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이름은 그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표식이자, 때로는 이름 자체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Charactonym)해 캐릭터의 이름 그 자체가 반전 요소로 사용되기도 하죠. 역으로 이름의 의미를 알면 그 캐릭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이름 자체가 작품의 핵심을 숨기고 있는 경우도 있죠.
당연하지만 이름이 스포일러 라는 것은 그 의미 자체가 작품의 반전 그 자체라는 말과 동일한 말이므로 이름의 의미를 아는 순간 작품이 숨기고 있는 진의를 알 수 있게 되죠.
게데히트니스.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 "파이어볼 시리즈"에 등장하는 집사 로봇입니다.
작품 자체가 드롯셀: 시시케밥! 시시케밥은 어딨냐! / 게데히트니스: 예 주인님. 참고로 제 이름은 게데히트니스 입니다. 같은 식으로 말장난으로 농담하는 내용 밖에 없다보니 주인인 드롯셀이 자신의 이름을 엉터리로 부르면 "제 이름은 게데히트니스입니다"로 정정하는 것이 1기의 내용이자 개그코드 였죠.
한편, 시간대가 전작의 400년 전인 프리퀄 파이어볼 챠밍에서는 드롯셀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의 전말이 드러납니다.
챠밍의 마지막화는 이런저런 소동을 겪은 둘이 장기간 휴면 모드에 들어가게 되는데, 게데히트니스는 '장기간 휴면 상태가 될 경우 기억의 일부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지만 드롯셀은 "내가 당신의 이름을 잊는다면?" 이라면서 크게 개의치 않죠.
그의 이름 게데히트니스(Gedächtnis)의 의미는 독일어로 기억.
이 사실을 알고 챠밍 마지막화와 마지막 대화, 그리고 그 결과인 파이어볼 1기를 다시 돌아보면......
슈바르츠 브루더.
기동무투전 G건담에 등장하는 네오 독일 소속의 건담파이터.
분명 서로 접점이 없을 것이 분명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첫 만남에서부터 주구장창 주인공 도몬 캇슈를 훈계하고 꾸짖고 가르치며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준 길잡이 중 한명입니다. 도몬의 말로는 '친근한 느낌이 난다'는 평가. 여기서 이미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이 자가 도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충분하죠.
그의 정체는 다름아닌 도몬의 친형 쿄우지 캇슈.
본편의 일이 시작하기 이전, 네오 재팬 정부와 미카무라 박사의 흉계에서 도망치기위해 지구로 강하한 얼티밋 건담에 타고 있던 쿄우지는 지구에 낙하한 이후 운 나쁘게 네오 독일의 슈피겔 건담과 조우해 싸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망한 본래의 네오 독일 파이터 월프 하인리히의 육체를 기반으로 DG세포의 힘으로 자신의 의식과 기억을 옮겨심은 일종의 분신 격인 존재죠.
그의 이름 슈바르츠 브루더(Schwarz Bruder)는 독일어로 번역하면 검은 형제.
검다=그림자 라는 연상으로 그가 사실은 도몬의 형으로서 동생을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이끌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이름이었던거죠. 탑승기이자 전용기는 건담 슈피겔(Spiegel), 독일어로 거울 이라는 뜻으로 곧 그가 도몬의 거울쌍과 같은 존재=형제 라는 것을 암시하는 명칭. 이런저런 이유로 개명이 가해진 북미판에서는 독일의 주간지 이름과 겹치기에 그림자를 의미하는 섀도우(shadow)로 개명되었는데 이 역시 그가 도몬의 그림자 속에 숨어 동생을 이끌어주고 있었다는걸 의미하는 이름이 됩니다.
사실 성우부터가 같은 화에 등장하는 쿄우지 캇슈와 같은 목소리(CV. 호리 히데유키)이기에 이미 이름, 성우, 행적 모든 것이 대놓고 정체가 "I am Your Brother"임을 말해주고 있었죠.
하쿠오로.
칭송받는 자의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으로 독특한 가면이 트레이드 마크인,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어쩌다 자신이 살게된 마을을 번영으로 이끌어준 남자입니다. 그의 이름 하쿠오로는 촌장 투스쿨이 과거에 있었던 아들의 이름을 물려준 이름이었죠.
(온카미 위찰네미티아 로서의 본모습)
그의 정체는 사실 작중에 등장하는 신적 존재이자 사실상 신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온카미 위찰네미티아. 본편으로부터 아득한 과거, 운 나쁘게 그의 화석(늘 쓰고있는 가면)과 그와 관련된 사건에 휘말린 어느 고고학자와 계약을 맺고, 그를 사실상 자신의 분신이자 대리인으로 삼게 되었죠. 그로부터 다시 아득한 시간이 흐르고, 본편의 시간대에 다시 깨어나 활동하게 되는게 본편의 하쿠오로. 남들이 모르는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었던 것도 그가 신의 대리인이자 권능을 가진 존재였으니 당연했던 일들이었던 셈이죠.
투스쿨이 붙여주었다는 그의 가명 하쿠오로는 한자로 백황(白皇), 번역하면 하얀 황제 라는 의미로 그가 곧 위찰네미티아 임을 암시하는 이름. 사실 투스쿨의 아들 이름이었다는 말도 실제로는 반대로 투스쿨이 그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을 지었고, 하쿠오로의 정체가 위찰네미티아 임을 알아본 투스쿨이 그 이름을 본인에게 되돌려준 것이 되죠.
이외에도 공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의 경우 Vader는 네덜란드어로 아버지를 의미한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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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드리갈
2023-01-12 14:39:34
재미있어요, 그리고 굉장해요. 캐릭터의 이름 자체가 스포일러라는 게.
그리고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바로 이런 것을 의미했구나 하고 또 크게 놀라게 되겠네요.
게데히트니스는 기억의 독일어. 정말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설명이 되네요.
슈바르츠 브루더의 탑승기체는 원판의 슈피겔도 그렇지만 북미판에서 개명된 섀도우 자체도 아주 훌륭한...정말 굉장했어요. 전율이라는 단어는 이런 경우에 쓰는 것인가 보네요.
하쿠오로는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가명이 정체를 드러내는...
마키
2023-01-12 22:25:23
독일어를 안다면 정말 노골적인 이름들이죠.
기억을 가지고 만담하는 캐릭터의 이름이 기억이고, 애들이 어려운 독일어를 알리가 없었겠지만 동생의 거울쌍인 형의 모습으로 동생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가르침을 전해주던 검은 그림자의 형제. 달리 말하자면 독일어를 안다면 처음부터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었다는걸 보여주는거죠.
Lester
2023-01-13 00:13:20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 "유쥬얼 서스펙트"에서 작중 전설적인 범죄자로 등장하는 '카이저 소제'는 사실 터키어로 '거짓말의 황제'라는 뜻이어서, 막상 터키에서 개봉했을 때는 관객들이 별로 놀라지 않았다는 루머가 있다고 합니다.
마키
2023-01-13 18:20:24
유명한 영화 몰락의 패러디도 기본적으로 '화자가 독일어를 모른다는 전제' 하에 아무 대사나 갖다붙이는게 유머 포인트다 보니 독일어를 안다면 전혀 유머 포인트를 느낄 수 없는 내용이었죠. 생소한 외국어를 반전 요소로 쓰는 것은 혹시라도 그 언어를 아는 사람에겐 먹히지 않는다는게 맹점이죠.
SiteOwner
2023-01-21 14:30:21
소개해 주신 사례, 모두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성우까지 같다면 시청자에게 "이렇게까지 정체를 알렸는데 그래도 모를래?" 라고 말하는 것같이도 여겨지겠습니다.
"제 이름은 게데히트니스입니다." 라고 말하는 게데히트니스는 "저는 기억 그 자체입니다" 라고 말하고,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주인공을 이끌어주는 슈바르츠 브루더는 도몬의 친형 코우지 캇슈. 거기에다 하쿠오로는 하얀 황제임을 숨기면서도 드러내는 역설적인 존재이기도 하고...
이렇게 재미있는 사례를 많이 알게 되어 좋습니다.
마키
2023-01-25 22:43:21
글 쓸때 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름도 어찌보면 이름 그 자체가 스포일러인 케이스였죠. 이쪽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해볼까 하네요.
"저는 게데히트니스 입니다." 라는 언뜻 평범해보이는 대사가 프리퀄의 진실을 알고 다시 보면 "저는 (당신의 잃어버린) 기억 입니다."라는 무시무시한 대사가 되죠... 하쿠오로도 세계관 설정이 상당히 복잡한 편이라 본문에서는 핵심만 간단하게 추렸지만 사실 작중에서는 그가 위찰네미티아의 화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최대의 반전 요소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