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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시작하면서 해결된 현안이 하나 있었죠. 서울의 146번 버스의 문제.
이 버스는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 7단지영업소를 오전 4시 5분에 출발하여 57.2km의 거리를 달려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푸르지오써밋 및 롯데캐슬클래식 앞 종점까지 도달하는 간선버스로 새벽 만원버스라고도 불릴 정도로 수요가 많았어요. 그리고 이 버스를 타더라도 제때 출근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죠. 그래서 이것보다 더 이른 시각에 출발하는 버스가 새로 편성되었어요. 그것은 기존의 146번 버스와 동일한 노선을 달리지만 이름이 다른 8146번 버스로 오전 3시 50분에 출발해요. 기존의 146번 버스보다 15분 일찍 출발하는 것이죠.
이 조치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시로 이루어졌어요.
이에 대해 정의당의 김희서 수석대변인의 국회 소통관 브리핑은 대략 이러한 것이었어요.
자세한 것은 아래의 기사를 참조해 주시길 부탁드릴께요.
정의, 버스 첫차 시간 앞당긴 한덕수에 "정치쇼 그만 두라", 2023년 1월 2일 뉴시스 기사
예의 브리핑을 요약해 보죠.
새벽 4시 5분 차를 타도 시간에 쭃겨 일해야 하는 게 더 빨리 운행되는 버스가 없어서인가, 그리고 더 빨리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더 오래 노동하도록 하는 건 기업의 바람이지 총리의 미담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노회찬 전 의원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정치와 일하는 사람들을 향한 진심을 배우길 바란다는 것.
그럴듯해 보이기는 한데 여기에는 2가지 맹점이 있어요.
제목에서도 이미 제시한, 그래서 무엇을 했는가의 문제와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바로 그 맹점이죠.
경제학과 사회학을 배우면서 알게 된 두 학문의 극명한 차이가 있어요.
경제학은 인간의 선택의 문제를 연구하지만 사회학은 왜 어떤 인간은 선택의 문제에서 배제되는지를 연구한다고. 그래서 정의당의 저 관점이 무가치하다고는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관점은 다양한 것이니까 저 지적도 일리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래도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민생에의 대응문제는 경제학적인 관점과 사회학적인 관점이 둘 다 필요하지만 유독 저 관점에는 경제학적인 관점만은 결여되어 있으니까 문제이고 그 결과가 새벽 버스로 통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전혀 제시하고 있지 못해요. 그러니 저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틀린 게, 그럼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버스회사가 여태껏 더 이른 운행을 하지 않았던 것은 손해로 이어지는데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이상 왜 여태 그렇게 안했던 것일까요?
국무총리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일각의 시각도 있어요.
그럼 여기서 반문해 볼께요. 그럼 왜 그 사안이 국무총리가 나서기 전에는 미해결로 있었던가요? 이것만 반문해도 그 시각의 정당성은 깨질 수밖에 없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고 해법이고, 무엇을 해서 도움이 되었고 무엇을 해서 도움을 줄 것인가가 관건일 수밖에 없어요.
이 사안에 대해서 오늘 올라온 선우정 칼럼이 있으니까 이것도 같이 소개할께요.
[선우정 칼럼] 투박한 진실의 ‘칠곡 할매’와 세련된 위선의 ‘신영복’, 2023년 1월 18일 조선일보 기사
여기에 인용된 경제학자 겸 저술가 신영복(申榮福, 1941-2016)의 유명한 문장이 있어요.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라는 것.
공감과 동병상련을 말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이렇게 같이 비를 맞으면 나아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게다가 위험한 사고방식도 보여요. 그냥 공감만 하겠다는 거지 해법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거나 무시해야 하는 것이다는 함의마저 읽히죠.
선우정 칼럼에 언급된 각종 사례에는 유독 성토의 목소리만 있고 해법은 없고 그래서 결국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용어인 "착취" 만 남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착취라고 해서 거대권력이나 자본이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위해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해법은 절대로 만들지 않고 그저 그 약자들을 착취하는 데에만 열중하는. 그리고 지금까지의 행적을 봤을 때 해법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
그렇게 새벽부터 출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자기 재산을 출연했다든지 일자리를 만들어 준 사례는 여지껏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겠죠.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사회적 약자를 그들의 투쟁을 위한 연료로밖에 안 보는 듯해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 1부 팬텀블러드에서 디오 브란도가 하는 말이 있어요.
사람을 수없이 죽여온 그의 행각에 대한 윌 A. 체펠리의 비판을 디오 브란도는 이렇게 되받아쳐요.
"너는 지금까지 빵을 몇 개 먹었는지를 기억하는 건가(おまえは今まで食ったパンの枚?をおぼえているのか?)?"
디오가 보여준 인간의 도구화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창작물의 것보다 더욱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어요. 사상과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서 실질적인 해법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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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3-01-18 19:01:09
"너는 잘못되었어!"라고 말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이렇게 하면 더 좋아!"를 말하지 않게 되는 상황.
좋지는 않다고 생각되네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인가...
마드리갈
2023-01-18 19:53:06
사실 그 불길한 예감이 맞아요.
진보성향의 과격 환경운동가들은 인류의 활동 자체를 지금 당장 즉각적으로 멈추어야 한다는 실현불가능한 이야기를 아주 손쉽게 입에 담는 경우가 많죠. 그게 돌연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라 사실 자칭 진보사상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배양된 투쟁적 사고방식의 소산. 그래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마르크스의 폭력적 계급혁명, 레닌의 기득권층 학살, 스탈린의 정치적 반대파 배제작업인 "숙청", 모택동의 파괴적인 광풍인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그리고 김일성이 정착시킨 주체사상과 굶주림의 구조화 등의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죽이고 때려부수는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새롭게 창조해낸 것도 없고 평생 해온 게 반대투쟁밖에 없으니 어휘도 빈곤해지고, 생각을 담는 언어가 그 모양이니 계속 생각도 퇴화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약자를 위한다는 건 위선일 뿐만 아니라 계속 스스로 그 목표에서 멀어지는 것이죠.
당장의 생계를 위해 매일 사투를 벌이는 사회적 약자들과 달리 그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현실의 삶을 살지 않죠.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갈 실질적인 도움을 배척하고 그들을 고립시켜가고. 그런 가스라이팅의 대상이 다 죽고 나면 그 다음에는 또 누구를 연료로 삼을 것도 분명하겠죠.
Lester
2023-01-18 22:39:14
과거에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속담이 만고의 진리처럼 통용됐는데 개인주의가 제법 자리잡은 지금은 자취를 감춘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실제로 별다른 대책 없이 일단 "그래서 빠질 거야? 그래서 남들 버릴 거야? 그래서 (협동) 안 하겠다는 거야?" 라고 따지는 것도 전체주의의 다른 일면이 아닌가 합니다. 본문이나 링크 거신 칼럼도 '대책 없는 단합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고.
비슷한 논쟁을 자주 인용하던 "검은 사기"에서 본 것 같은데, 나중에 포럼에 요약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마드리갈
2023-01-19 12:37:49
진보를 말하는 자들이 유독 전체주의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그래서일 거예요. 이미 세계는 상당부분 개인주의적으로 변모했고 사적자치가 확대되었는데 그들은 현실의 삶을 살지 않고 최소 몇십년 뒤처진 세계관을 고수하다 보니 원래부터 그들의 사상이 전체주의적으로 흐를 위험이 큰데다 그 뒤떨어진 세계관까지 중첩해서 전체주의의 농도가 더 짙어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쓰레기를 산만큼 쌓아도 결국 쓰레기일 뿐.
그리고 비를 맞는 사람이 있는데 같이 비를 맞으면 그건 바보인 것이죠.
검은 사기에도 비슷한 논쟁이 있군요. 그러면 그것도 기대해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