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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일 특성상 전화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 중에 제가 몇 번 상대하게 된 고객이 하나 있었는데 이 사람 성격이 특이한 편입니다. 전부터 유명했던 것 같은데 서류의 글씨도 상당히 특이하게 쓰고, 받아보는 문서의 글자가 조금만 삐뚤빼뚤해도 다시 보내서 똑바로 쓰라는 등의 이야기가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요 근래 전화를 주고받은 건 별 탈 없이 넘어갔죠.
문제는 그 며칠 전이었습니다. 우편물을 보낸 것 같았는데 제가 처음 받았을 때는 우편물이 안 와서 아직 안 왔다고 했습니다. 그 사이에 제 사무실에 우편물이 왔고 그 사람은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편물이 왔다고 하니 그 사람은 저에게 왜 거짓말을 하냐고 했습니다. 안내실에서부터 다른 부서까지 다 물어서 우편물이 도착했냐며 물어 본 것은 덤이었죠.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자기 할 말만 계속 하는 건 덤이었고, 거기에다가 겨우 제 말을 한마디 듣고는 '자신은 이 업계에 오래 있을 테니 앞으로 각오하라'는 투의 말을 하고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과 같은 일,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한 일을 겪고 나자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지를 뻔하다가 상사가 제지한 덕분에 그나마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죠.
집에 와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저보다 나이도 적은 그 사람은 어쩌다가 그런 진상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말입니다.생각해 보니, 그 사람은 애초에 우편물이 잘 도착했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애초에 우편물이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되었다면 그렇게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소재파악을 한다든가 두번째 전화했을 때와 이야기가 다르다고 거짓말쟁이로 몬다든가 사과하라든가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이를 테면, 상대하는 담당자를 곤란하게 하고 괴롭히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찾아본 이른바 '젊은 진상'의 유형에도 다는 들어가지는 않지만 얼추 들어맞는 사람이었죠. 특유의 '논리정연함'으로 상대방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함, 나이 든 진상보다도 더 말이 통하지 않음, 내 말은 무조건 옳음 등등.
그리고 거기에서 그 사람의 살아온 결도 대략적으로 읽혀졌죠. 그 정도의 괴팍함이라면 분명 주변인들에게도 배척당하고 있을 게 분명했습니다.
정말이지, 실제로 마주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 사람의 인상이 어떻든, 제가 충격을 받을 것은 분명합니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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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3-01-28 22:09:26
정말 이상한 사람을 만나셨군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런 사람에게는 논리적인 설득이고 뭐고 전혀 통하지 않아요. 그러니 제 풀에 지쳐서 물러나기를 기다리거나 상대가 매우 위협적이거나 해서 그런 미친짓을 하면 자기 안위가 위협받을 확률이 비상히 높거나 하는 이상 답이 없죠. 그리고 그런 사람을 상대하는 시간은 정말 길기 마련이예요.
오래전의 일 하나가 생각나네요.
국내의 어떤 백화점 경영본부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 당시 면접관은 저를 괴롭히는 데에만 열중했어요. 한 면접장에 3명씩 들어가서 면접을 보는데 처음부터 저를 떨어트릴 게 바로 보였어요. 저는 가운데에 있었고 양 옆에는 남성 지원자가 있었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군대 어디 나왔냐, 병과는 뭐냐 하는 이야기를 할 뿐이고 저에게 대해서는 지방출신인 여대생이 서울에서 자취하면 그런 일 있지 않느냐 내지는 중간에 휴학한 게 이유가 뭐냐 하는 것들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잘 대답하더라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저도 그 면접관에게 더 이상 예의를 차리고 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때 그 백화점의 지주사 주가정보도 계속 주시해 있었다 보니 그걸 말하면서, 투자가로서 판단하건데 당신 회사는 투자부적격이라고. 그리고 향후 10년간 주가는 1/5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쏟아부었죠. 그리고 그날 귀가하는 열차 안에서 계속 울었던 게 생각나네요.
그리고 그 회사의 주가는 면접 당시 45만원을 넘었는데 지금은 10만원도 되지 않아요. 도중에 액면분할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급전직하한 것이죠. 그리고 전 그 회사의 주가가 그때의 수준을 회복한다고 보고 있지도 않아요. 그리고 코로나19 판데믹이 지배중인 2020년대 들어서는 창사이래 첫 감원을 맞았다고 해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게 근래에 들어 다시 생각나고 있어요. 이건 나중에 다시 다룰 일이 있을 거예요.
시어하트어택
2023-01-29 20:45:56
어디서 봤는데 그들과 대화할 때는 마음이 없어야지 편하다고 한 게 생각납니다. 어떤 분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높여야지 그 진상이 그나마 자기 성격을 누그러뜨리게 된다고 하더군요.
마드리갈님에게 그런 일이 있었던 건 몰랐네요. 예의는 나이의 문제가 아닌가 봅니다.
SiteOwner
2023-01-29 17:52:38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잘 참으셨습니다.
나이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 자신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 뿐이지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까지는 제 능력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만, 그의 패악질이 통하지 않게 되면 그때는 자기 의지로 뜻을 꺾기 전에 강제로 그 행동을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다른 교통시설에서는 유독 난동을 부리는 사례가 많아도 공항에서 그러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특히 미 공군의 51구역같은 곳이라면...
시어하트어택
2023-01-29 20:47:34
평소에 접하는 저런 사람들의 유형은 그나마 잘 설명하면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이번에 겪은 진상은 대단히 집요하면서도 또 대화할 때는 이 사람의 목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죠.
역시, 그런 진상들은 주먹이나 가까운 공포에는 쉽게 굴복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