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온 작가수업 시리즈입니다. 작업 때문에 3월 말까지 바쁘다가 마감을 좀 늘려서 겨우 해내고 넘긴 덕분에 겨우 여유가 생겼는데, 갑자기 찾아온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꽤나 막막한 상태에 놓여 있다가 설정이나 한 번 다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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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큐리오시티의 폐지
공동 프로젝트를 제기해두고 폐지라고 선언하는 것도 꽤나 우습지만, 시간이 난 김에 숙고해보니 진행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그리고 설정놀음의 배출구 역할인) GTA 팬픽위키에서의 활동과 비교해보니 더더욱 차이점과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1) 재확인의 번거로움
?언제든지 문서를 둘러보며 업데이트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위키와 달리, 아트홀의 게시물은 묻히면 다시 보기 힘듭니다. SiteOwner님이나 마드리갈님께서 대강당에 연재하시는 글들처럼 글마다 링크를 걸어두면 안될 것도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위키처럼 해당 설정 문서의 존재 유무나 리다이렉트 같은 걸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추가 작업이 더 생깁니다.
?(2) 게시글 분량의 문제
?이런 류의 프로젝트는 게시글 하나에 설정 하나, 혹은 게시글 하나에 설정 여러 개를 담는 경우 2가지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자는 설정을 게시글의 분량 제한에 맞춰서 알차게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가, 후자는 가급적 연계성이 있는 설정들로만 채워넣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소규모 설정들로 채우면 위의 (1)로 돌아가게 되고요.
?(3) 궁극적인 활용 여부
?큐리오시티의 폐지에 방점을 찍은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프로젝트 발안 당시에는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적어뒀는데, (공동 프로젝트라지만 참여자가 없는 것은 둘째치고) 그 활용에 대해 생각하다가 "어차피 소설에서 활용할 정도로 알찬 설정이라면, 그냥 큐리오시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설에 써먹으면 되지 않는가?"라는 합리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솔직히 둘 다 설정 등재건 소설 연재건 머릿속에서 떠돌고 있는 건 마찬가지니, 굳이 한 단계를 더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던 거죠.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결국 큐리오시티는 출발조차 못하고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나쁘게 생각하자면 제목의 공염불이나 헛짓을 한 거고, 그나마 좋게 생각하자면 애매하게 시작해서 수습도 못 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INTP 특성상 아이디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현실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늘상 이런 버릇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인가 합니다.
다만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일단 (결과적 그리고 다소 이기적으로는 제 소설을 위한 설정 모집이긴 해도) 큐리오시티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소개글(위의 링크 참고)을 쓰는 과정에서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세계관을 가급적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금 세계관에 대한 방향을 정리하는 기회가 생겼네요. 재즈가 울려퍼지는 저녁 풍경이 연상되는 푸근한 분위기에, 미국에서 다문화가 가장 보편화된 곳...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하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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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와일라이트 시티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한 역발상 (도시 이야기 #5)
위에서 적었듯이 "미국에서 다문화가 가장 보편화된 곳"이라는 설정은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리틀 아시아'라는 동양인 거주구역이 있다는 묘사를 통해 이미 제시되어 있었습니다(옛날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트와일라이트 시티의 표어 중 "모든 것의 시작, 모든 것의 끝"과 "미국에서 가장 이국적인/색다른(exotic) 도시" 중 무엇을 채택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 다문화(라기보다는 거의 동아시아풍) 도시라는 설정을 이 표어들과 어떻게 엮을지에 대한 고민도 떠올랐습니다. 더 나아가 "애초에 트와일라이트 시티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뭐였지?"라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에도 도달했죠.
트와일라이트(Twilight)를 가져온 계기는 동명의 흡혈귀 로맨스 소설 및 드라마와는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고, 생각보다 훨씬 조촐합니다. 초등학교~중학교 때 불멸의 명작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에 추가된 지형 모음(tileset) 중에 푸르면서도 메마른 듯한 분위기의 지형이 있었는데 맵 에디터에서 그것을 Twilight(게임 및 에디터에서의 분류로는 이렇고, 원작에서는 샤쿠라스 행성입니다)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고, GTA 팬픽을 쓰던 고등학교 시절 후반에 본격적으로 진지 노선을 타기 시작할 때 수많은 가상도시들 중 하나의 후보군으로 확장된 상태였습니다. 이 당시 GTA 시리즈 전통의 3도시-리버티 시티(뉴욕), 바이스 시티(마이애미), 산 안드레아스(LA 등 서해안 대도시)-에 맞춰서 미드비치(Midbeach)와 로스 엠피레스(Los Empires, 나중에 이게 비문임을 알고 로스 임페리오스Los Imperios로 변경)도 만들어 뒀는데, 이 둘은 그 이후로 업데이트 없이 답보 상태라 보류중입니다. 어차피 가상 도시는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드니까요.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며 정리하자면, '트와일라이트 시티'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 명칭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군데에서 언급한데다 지금도 석양을 좋아해서 꽤 마음에 드니 이제 와서 바꾸기는 힘들고, 이 유래와 표어 및 분위기를 어떻게 연결지을지가 관건이 됐습니다.
일단 표어는 검색을 해보고 ChatGPT에게 확인차 물어봤더니 대체로 공식 표어가 있지만 비공식 표어나 별명이 통용된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창작자 마음인데요 뭐'라는 원론적인 마무리는 덤) 그래서 생각하다가 "모든 것의 시작, 모든 것의 끝"을 어디까지나 '트와일라이트 시티'를 나타내는 공식 표어로, "미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를 비공식 표어로 쓰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 전자의 경우 '주거와 출산과 교육(열)이 충만한 트와일라이트 시티' 느낌으로 밀어볼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도시 전체가 베드타운Bedtown이 되서 좀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검색해보니 제가 살고 있는 성남이나 분당 같은 데를 일컫기도 하고 또 제 세계관에서는 어쨌든 뉴욕이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뉴욕의 동아시아계 거주와 교육을 책임진다 뿌뿌뽕'라는 의미를 대놓고 강조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뉴욕 놔두고 뭐하러 가상도시를 만드냐는 일말의 의문이 남습니다만... 저는 미국인도 뉴욕 거주자도 아니니 당연한(?) 처사라고 봐야죠. 뭐 그에 대한 보험으로 '미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를 비공식 표어로 마련한 것이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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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이어서 토요일에도 마작을 치자고 하길래 신나서 갔습니다만... -1만점 이상으로 독보적 꼴등을 3연속 하고 나니까 신물이 나네요. 이제 2번째 간 모임이라 아직 낯설고, 앞 순서 사람이 꽤나 버림패를 까다롭게 내서 고생한데다, 가뜩이나 목감기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목의 궤양이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데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결국 또 폭발하려던 감정을 억지로 누르고 화장실로 갔는데... 분위기가 싸한 걸 감지했는지 지인을 제외한 다른 두 사람은 (어차피 그 시간에 가기로 했지만) 그새 자리를 떴더군요. 지인은 저 달래주려고 '마작이 원래 그런 거다'란 말만 반복하고... 1일 무제한 이용료(1만원)를 낸 상황이라 그냥 좀 더 남아서 다른 모임의 보드게임에 참여할까 했는데, 이미 시작된 판이 끝나려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던데다 도저히 멘탈이 쉽게 회복되지 않아서 그냥 귀가하다가 오락실에서 하얗게 불태운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뻗었네요.
휴식하자고 시작한 보드게임과 마작인데 왜 이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번에 열 받아서 대폭발했던 오버워치도 그렇고, (중독이 아니라) 어쨌든 사람을 만나서 같이 노는 재미가 있으니까 계속 하고는 싶거든요. 그냥 게임일 뿐인데 패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제 성격이 문제인 건지... 담대해지려고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쫌생이가 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 자신에게도 속상합니다.
일단 원래 다니던 모임이건 새 모임이건 마작은 확실히 재고해 봐야겠습니다. 원래 마작이라는 게 도박이라는 점도 있고 이런 게임일수록 겁나 잘하는 사람들(소위 '고인물')만 남기 마련이니, 영 안 되겠다 싶으면 철저하게 그만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아니면 저번에 올린 글처럼 컴퓨터 상대로 놀아도 될 테고. 그러합니다. 한두번만 더 가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때려치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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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3-04-16 18:40:01
그렇게 결정하셨군요.
큐리오시티의 폐지 결정은 분명 큰 결단이예요.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서 프로젝트가 확립되는 것이니까 그간의 노력과 사고가 결코 헛된 것은 아니라고 봐요.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중간에 폐기되거나 존속하더라도 방향이 급거 전환되거나 한 것들이 있었다 보니까요.
뉴욕을 빅 애플(Big Apple)이라고 한다든지 디트로이트를 모타운(Motown)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비공식 애칭이죠. 이렇게 자발적으로 탄생한 명칭이 관청에서 정한 공식적인 표어보다 더욱 친숙해지기 쉬운 건 당연한 수순이기 마련이죠. 누군가가 쓰라고 한 것과 자기들이 쓰고 싶어하는 쪽의 거리가 어느 쪽이 더 가까운지는 말할 필요도 없죠. 그리고 주의 공식 슬로건은 영어 이외에도 라틴어나 그리스어나 스페인어로 만들어진 것도 있으니 아무래도 생경할 수밖에 없겠죠.
이걸 소개해 볼께요. 미국의 도시 슬로건 및 별명일람(바로가기, 영어).
개인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대해서는 사실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워지지만...
역시 놀이는 놀이죠.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 너무 끌어안고 있지 않으려 하시는 게 좋겠어요.
Lester
2023-04-17 01:41:38
다만 저는 두 표어 중 무엇을 중심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별명은 하나도 고려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본문에서 설명을 빼먹은 것 같은데, "모든 것의 시작, 모든 것의 끝"은 원래 '황혼'의 이미지에서 출발했을 뿐 특별한 뜻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걸 해드립니다'로도 해석할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지금 와서 트와일라이트 시티의 별명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해보려니 당장 꼽히는 건 없지만 요람Cradle 어쩌구 정도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주신 링크에서 뉴욕 주 올버니Albany의 별명이 "연방의 요람Cradle of the Union"이기도 하고. 그런 주거나 복지, 교육, 동양 등에서 착안하되 바로 입에서 튀어나올 만한 단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원래 감정소모가 큰 편이다 보니 게임에 대해서도 승패에 연연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감정 컨트롤이 너무 안 되고 있어요. 정신과는 검사료만 더럽게 받아먹는 것 같아서 어지간하면 안 가려고 했는데, 한 번쯤 다시 들러봐야 하나 싶습니다.
SiteOwner
2023-04-22 13:42:07
어떤 프로젝트이든 간에 최적화는 필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각급학교, 대학이나 직장에서의 팀프로젝트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최소 하나씩 내놓은 의견들이 모두 다 채택되는 건 아닙니다. 토의나 토론을 걸쳐서 적절하다고 판단된 것은 채택되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은 버려지고, 그런 것입니다. 혼자서 자주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라고 해도 역시 그 문제는 딱히 다른 건 아닙니다. 시점이나 상황에 따라 생각이 수시로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어렸을 때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이가 들어서 보인다든지 그런. 그러니 큐리오시티 프로젝트의 폐지는 최적화를 위한 수련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이 아니겠습니까.
여명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희망차고 진취적인 이미지이다 보니 역시 여러 로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자기 로망을 투영하는 건 멋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점에 긍지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동생의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의 경우 "폴리포닉" 은 사실 다성음악(Polyphonic Music)에서 유래합니다. 이렇게 지은 이유는 고전파 이후 현대로 이어지는 음악의 주류가 화성음악(Homophonic Music)인 데에 있습니다. 저와 동생은 중세시대 때부터 단성음악(Monophonic Music)에서 분화되어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에 융성한 다성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그 시대에 만들어진 정형화된 감정의 표현같은 공통성 있는 부분 및 전혀 다른 복수의 멜로디를 조합하는 대위법(Counterpoint) 등에 착안하여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겠다고 착안해서입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현실세계이자 현실세계에 대한 비판 및 궤도수정의 성격을 지닌 이것을 이렇게 추진하여 다음주에 그 프로젝트가 11년째를 맞게 되기까지 이어온 것입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언젠가는 포화(飽和)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뜻대로 안 풀리면 그 포화의 시점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합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멀리해서 포화도를 낮추는 게 좋습니다.
Lester
2023-04-24 00:49:49
큐리오시티의 경우 솔직히 설정을 (다소 무분별하게) 모아놓는 것이 목적이었다보니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아무리 진입장벽을 낮춰봤자 명확히 방향이나 기준이 잡히지 않았기에 저부터가 첫 설정을 어떻게 올릴지 고민했을지도 모르죠. 어차피 활용 방안이 애매해진 이상 다 지나간 일이겠지만요.
하긴 Twilight는 꼭 해질녘이 아니라 새벽녘을 뜻하기도 하더군요. 보통은 해질녘에 많이 쓴다고 해서 저는 시티헌터의 그 야경 쪽으로 생각하다가, 요새는 많이 지쳐서인지 최선을 다하고 스러져가는 뭔가 서글픈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가능하면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겠죠. 웃으면 복이 오고 우울했던 기분도 좋아진다고 하니.
그래서 마작은 당분간 거의 안 하고 있습니다. 이미 역만 한 번 나왔기 때문에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