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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가 중립국 노선을 버렸습니다.
4월 4일에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서 드디어 나토 회원국이 31개국이 되었는데다 그 결과 러시아는 북부국경이 나토 회원국들과 인접하게 되었습니다. 북부부터 차례대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북서부 국경을 막고 있는 형국인데다가 러시아의 본토와 떨어진 칼리닌그라드 오블라스트(Калининградская область)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 둘러싸였습니다. 또한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스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에 꼼짝없이 감시당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래의 지도가 바로 그 상황을 요약해 줍니다.
이미지 출처
(핀란드가 정식가맹 나토 북방확대, 31개국으로 - 대러시아 긴장 높아질 위험, 2023년 4월 4일 지지통신, 일본어)
위의 지도에서 청색은 소련 붕괴 이전부터의 가맹국, 녹색은 1999년 가맹국, 노란색은 2004년 가맹국, 보라색은 2009년 가맹국을 나타냅니다. 메르카토르 도법상의 왜곡이 있긴 합니다만, 핀란드와 러시아의 국경은 1,340km로 꽤 긴 편인데다 이전과는 달리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대략 15% 정도의 국경에 핀란드가 방벽을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물리적인 차단도 가해질 예정입니다. 과거 서독시대의 독일에서 핀란드가 소련에 대해 자기검열을 일상화했던 상황을 불렀던 어휘인 핀란드화(Finnlandisierung)는 이렇게 올해 4월 4일을 기해 완전히 끝났습니다.
그리고 4월 15일.
독일에서 마지막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끝냈습니다.
원래는 2022년에 탈원전을 완료할 예정인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벌어진 전세계적인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 줄이기에 소극적이었다가 결국 러시아산 에너지자원을 끊기로 하였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춥고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물론 전세계를 위협했지만 겨울은 의외로 따뜻했고 에너지위기는 없이 겨울이 끝나고 이제 봄도 절반을 넘은 시점입니다.
탈원전의 시점을 미룬 독일에서는 4월 15일을 기해 마지막으로 남은 3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중단하고 이제 해체에 나선다는데, 탈원전 반대여론이 강한 분위기 속에서도 탈원전론자들은 이것으로 독일이 안전해졌다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핀란드화의 종언을 선언한 핀란드도 인접국인 프랑스도 그리고 아시아 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발전을 확대한다고 선언했는데 독일만 정반대로 신재생에너지와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건 독일화(Deutschlandisierung)이라고 불려도 될 것 같습니다.
독일의 이런 풍조에 대해 미국의 유명 저널인 포브스(Forbes)에서는 독일이 유사과학을 포용한다고까지 고강도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Germany Embraces Pseudoscience With Nuclear Phaseout (2023년 4월 20일 Forbes, 영어)
앞으로 독일의 탈원전이 매년 대기오염 사망자를 1,100명 이상 늘리게 된다든지 하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전기료 45% 인상도 독일에서는 일상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독일내에서 연료를 자급할 수 있는 갈탄(Brown Coal, Lignite)의 테라와트시(TWh) 당 사망자 수 또한 일반적으로 선택된 주된 발전방식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미지 출처
Germany Embraces Pseudoscience With Nuclear Phaseout (2023년 4월 20일 Forbes, 영어)
갈탄이 32.72명으로 압도적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이미 신재생에너지의 수급불안정은 그간의 실례로 증명되었다 보니 그때마다 독일은 전력부족 사태에의 대응책으로서 갈탄화력발전에 의존하거나 프랑스 등의 원전대국으로부터 전력을 수급해야 합니다. 결국 탈원전이라고 해서 위험을 낮추는 게 아닌 것입니다. 갈탄의 대기오염 심화 및 인접국의 원자력발전소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데 독일 내에만 원자력발전소가 없으면 된다는 그런 유사과학적 사고방식이 독일의 위험을 늘리는 것밖에 되지 않고,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하지 않으니 프랑스발 원자력사고 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론하는 순간 안전을 위해 탈원전을 했다는 독일의 주장의 정당성은 깨져 버립니다.
몇일 전에 동생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현대인류의 3대 바보짓이 탈원전과 군축과 친중이라는데 독일이 그 3가지를 다 이루었다고.
아마 몇년 안가서 그 바보짓의 대가를 독일이 크게 부담할 것 같다고도 말했는데 부정할 수가 없을 듯합니다. 그때도 앙겔라 메르켈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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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3-05-02 13:30:12
원전을 굳이 없애고 종래의 발전으로 돌아가면 에너지 충당이 되는지, 에너지 충당을 위한 디메리트는 무엇인지 분석이 되어있겠죠?
그렇지도 않고 없애고 본 거라면 큰일일 거에요.
SiteOwner
2023-05-05 17:32:52
독일의 탈원전구상은 정말 이론만큼은 좋은 사례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론이 들어맞기에는 현실의 변수는 너무도 많았습니다. 서유럽은 대체로 바람이 강한데다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부는 경향이 높고 여름이 덥지 않아서 태양광발전의 효율도 높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바로 지척에 있는 좋은 에너지공급원이었지요.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는 바람이 강하지도 않고 방향성도 약화되어서 풍력발전의 효율이 급감했고 태양광발전도 이상고온으로 인해 발전량이 저하되거나 설비가 과열되어 화재나 폭발사고가 연발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결코 믿을만한 에너지공급원도 아닌 것이 최근의 횡포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패를 인정하기보다는 반대자들을 환경빌런으로 몰아붙이는 게 더욱 손쉬웠고 그 에너지구조 재편도 어디까지다 독일 국내에 한정되었다 보니 정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면 인접국인 프랑스에서 조달하면 된다는 상당히 안이한 사고방식이 팽배했습니다. 앞으로는 좋든 싫든 슈뢰더 및 메르켈 정권하의 독일이 추진한 그 프로젝트의 실패의 대가는 독일 국민들이 갚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독일의 국가경쟁력을 크게 잠식하겠지만 남은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습니다.
사실 독일의 정책을 파헤치면 이런 식으로 이론상 완벽한 것을 꾸몄다가 실패한 게 많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슐리펜 계획이라든지, 전후체제에서 무역에 의한 변혁의 기치 아래 중국에 대한 무역을 확대해 왔던 것이라든지, 공학적 능력만 믿고 실제의 현장경험을 도외시한 무리한 설계와 대표적인 실패인 BMW의 차량 화재연발이라든지, 폴크스바겐의 조직적인 데이터조직인 디젤게이트, 친러정책 그리고 탈원전...얼마나 더 실패해야 배울만큼 교훈이 쌓일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