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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중(安美経中) 신화는 깨졌다

마드리갈, 2023-06-22 19:58:26

조회 수
148

글로벌 경제시스템에서 뚜렷한 위상을 지닌 우리나라의 경제를 판단하는 데에는 경상수지(経常収支, Balance of International Payments)가 중요한 지표가 되어요. 경상수지란 간단히 말해서 나라 안으로 들어온 돈과 나라 밖으로 나간 돈의 차이인 것. 들어온 돈이 더 많으면 경상수지가 흑자(黒字, Surplus)인 것이고 반대로 나간 돈이 더 많으면 적자(赤字, Deficit)가 되는 것이죠. 참고로 적자란 고대 인도의 상인들이 손실을 표현할 때 장부에 그 수치를 빨간색 잉크로 썼다는 데에서 유래해요.

그리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안미경중(安美経中), 즉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담론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굳건히 유지되고 있었어요. 상당 기간동안 현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의 유효기간은 이미 2021년으로 끝났고 2022년에는 상황이 달라져 이미 과거형이 되었어요.

그럼 2021년 대비 2022년의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상대국/권역별 경상수지 현황을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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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1년 만에 첫 對중국 경상적자…對미국 흑자는 사상최대, 2023년 6월 22일 연합뉴스 기사

일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다지만 2022년의 것은 2021년 대비 65% 줄었어요. 하지만 소개된 대표적인 국가/권역인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럽연합(EU)의 경우로 나누어 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죠. 미국에 대해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48% 이상으로 크게 늘었고 일본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2021년의 80% 수준으로 적자를 억제할 수 있었어요. EU에 대해서는 흑자전환에 성공.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적자전환이죠.

그러면 그 다음에는 미국. 중국, 일본 및 EU에 대한 지역별 경상수지의 상세내역.

AKR20230622059300002_01_i_P4.jpg
이미지 출처는 위와 동일


2019년에서 2022년까지의 상황을 보면 미국에 대해서는 상품수지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즉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 그것뿐만이 아니라 서비스수지가 적자이긴 해도 적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요. 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둔 당시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미국에 여지없이 깨질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게다가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각종 자본이득의 수지인 본원소득수지도 급증하고 있어서 2022년의 것은 2019년 수준에서 배증되고도 남았어요. 이 경향은 EU에 대해서도 대략 비슷하게 지속되는 중이죠.
중국의 경우는 계속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악화되고 있어요. 즉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도 한국기업의 서비스도 중국 시장에서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특히 서비스수지의 악화는 중국기업의 게임컨텐츠 같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는 상품수지가 악화하다가 적자폭을 줄이는 데에 성공했고 서비스수지도 흑자전환에 성공해서 희망적이예요. 단 본원소득수지 면에서는 거의 횡보하는 적자구도가 지속되고 있어요.

그뿐만이 아니예요. 1998년 이래 미국에 대한 흑자는 2022년에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화학공업이나 석유제품 등의 대일수출의 호조가 이어져서 상품수지 적자를 상당부분 축소시킬 수 있었어요.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흑자전환한 게 의미깊어요. 서비스수지에서는 유럽계 금융회사들의 국내진출이 많은 것도 감안해야 하니 여전히 크다는 것이 보이지만 그래도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급증한 것은 고평가할만한 사안.

이제 안미경중 신화는 이렇게 깨졌는데다 우리나라의 국부(国富)의 창출루트가 다변화되고 있음이 이렇게 선명히 드러났어요. 그리고 경제를 위해 중국에 굽혀야 한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낡았음은 물론 올바르지도 않을 거예요. 그런 주장을 펴는 인사들이 어쩌면 중국과 운명공동체가 아닐지...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Lester

2023-06-25 03:41:15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고들 합니다만, '최악보다는 차악을 골라라'라는 말도 있죠. 중국이 지금까지 보인 행보에 비춰보면 도저히 어디서 어떤 이득을 봤는지 모르겠는데 왜들 그렇게 중국에 열을 올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한국인이면서 항미원조 같은 소리를 주워섬기는 부류는 도대체 몸과 마음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전전 정부 당시 그토록 비난했던 박근혜가 했던 말 중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과 이론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원...

마드리갈

2023-06-25 16:35:36

오래 살아온 건 아니지만 친중적인 마인드의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사고방식이 있었어요.

레스터님이 말씀하신 그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와 "최악보다는 차악을 골라라" 를 정면부정하는 태도가 매우 팽배했어요. 이런 것이죠. 첫째 인용문장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은 영원한 적이고 북한과 중국이 영원한 아군이다" 라고 말한다든지, "최선 미만 잡" 이라고 완전히 단언한다든지. 그러니 어디서는 조국해방전쟁이나 항미원조 등을 말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거리낌없이 내보이고 그게 아니면 중국의 경제 등을 거론하면서 이득이다 운운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이런 역설이 발생하죠. 개인 레벨에서의 합리가 사회 레벨에서의 불합리로 귀결되는.

그런 친중론자들은 중국을 등에 업고 많은 이권을 챙겨왔어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 레벨의 것이지 사회 레벨의 것은 아니죠. 자신에게 이득이 되니까 차이나 넘버원 운운하는. 즉 사고방식이 철저히 이기주의적인데다 그들의 행동양식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오퍼상 정도이고 사실은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말하는 매판자본가인 것이죠. 그러니 그들은 다른 사람들, 특히 기업가들을 매판자본가라고 비난하기 바빠서 재벌해체 등을 주장하는 것이죠. 자신들에게 있는 혐오스러운 속성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타인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자신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정당성을 강화하는 그런 사고방식이 팽배하니까 친중론자들은 화법도 남탓이 만연해 있는 동시에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면 못 견뎌 하는 것이죠.


박근혜의 그 발언은 황당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신론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고 좋게 봐 주면 덕담 정도예요.

그러나 친중론자들의 발언은 중국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중국의 앞잡이가 되겠다는 차원이 다른 극악한 발언인 것이죠.

마드리갈

2023-11-14 18:45:47

2023년 11월 14일 업데이트


윤영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세계의 상황 급변 및 한반도 주변의 국제질서의 질적변화를 지적했어요. 특히 어느 해보다도 변화의 속도도 양상도 현저한 한국 외교는 미중 대립 및 디커플링의 기조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과거의 안미경중 담론 또한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했어요. 그리고 이념과 실리는 구별하기 힘들게 되었고 실익을 추구하려면 결국 이념적 포지셔닝을 확실히 해야 하는 이상 어느 편에 있어야 하는지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게 되어 있음도 받아들여야 할 현실인 것이죠.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윤영관 명예교수 “안미경중 전략 안 먹혀…양자택일 상황 내몰렸다”, 2023년 10월 5일 경향신문 기사

마드리갈

2024-01-03 21:13:04

2024년 1월 3일 업데이트


2023년의 무역판도는 안미경중 신화가 이미 시대착오라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무역에서 미국이 최대 흑자시장으로 부상한 반면 중국은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요. 여전히 중국이 최대 교역국의 지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미 상황의 급변을 막기는 역부족이예요. 중국만 시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렇게 지표로 잘 증명되고 변화 또한 거세게 일어나는데 언제까지 낡은 안미경중 신화에 안주해야 할까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20여년만에 무역판도 변화…대미 수출, 대중 수출 앞질렀다, 2023년 1월 2일 매일신문 기사

마드리갈

2024-01-29 13:05:07

2024년 1월 29일 업데이트


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6%대로 떨어져 1993년 이후 30년만의 최처치를 기록하고 수입국 순위에서도 3위로 한 순위 밀렸어요. 즉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은 경쟁력을 잃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의미로 통해요. 게다가 매년 이 비중 하락이 나타나고 있어서 이것이 반등할 만한 여지도 보이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2022년에는 중국의 한국산 수입액이 2002억 달러였는데 반해 2023년에넌 18.8% 감소한 1625억 달러로 급감하는 한편 중국이 추진중인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져 있다든지 2023년의 반도체 수출이 전년대비 30.6% 하락한 361억 달러로 집계되는 등 한중 경제의 의존도는 낮아지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급변에서 과연 안미경중 운운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중국서 쪼그라든 한국… 30년前 수준으로 후퇴, 2024년 1월 29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4-05-03 23: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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