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3만 단어, 8월에 3만 단어 이렇게 대규모 작업이 예상되는 터라 조금이라도 여유를 늘리기 위해 작업을 좀 앞당겨서 했는데, 푹 쉬다가 갑작스럽게 작업을 빡세게 해서 피로가 겹쳐서인지 푹 자다가 이제 일어났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듯한 근육약을 먹어서인지 머리는 아프고(이 약들은 결국 다 모아서 인근 약국에서 폐기처분할 생각입니다), 눈은 쑤시고, 허리에는 종기 같은 게 나서 불룩 튀어나오고... 자다깨다 하면서도 열몇시간쯤 푹 자니까 대부분의 증상이 가라앉은 것 같지만, 돈에 미쳐서 대규모 작업을 덜컥 받아들이긴 했는데 어차피 번 돈 다 치료비로 쓸 바에야 지금이라도 추가인력을 받아야 하나, 하고 살짝 고민됩니다.
그보다 진짜 본론은 이게 아니라, 이 수면 중의 자각몽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피곤할 때 몰아서 잘수록 자각몽이 더 잘 발생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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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기억하기로는, 저는 강변의 도로를 따라서 걷고 있었습니다. 왼쪽 발에 갑자기 감각이 없어서 의자에서 일어나다 넘어질 뻔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보니 허리를 위해 걷기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 그래서 마냥 걷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지만 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출발할 때부터 처음 보는 곳이었음에도 코스(?)를 벗어나 계속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길을 잘못 골랐는지 강변의 논두렁길(?)로 갔습니다만 가로등도 없고 맞은편에서는 따르릉따르릉하고 자전거가 홱 달려와서 지나갔으며, 흙길에는 뭔가 수숫대 같은 게 잔뜩 자란데다 저 역시 갑작스럽게 막 쓰러질 것처럼 피곤해져서 '이대로 쓰러지면 저 수숫대에 배가 꿰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무서워서 큰길로 나왔는데, 하필 도로 끝이 영화 "인셉션"에서 보는 것처럼 거의 수직에 가까운 언덕이었습니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 기어가다시피 해서 언덕을 올라가는데(어색함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주위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저를 환자라고 생각했는지 지나가던 택시나 버스가 서더군요. 택시는 2대 정도가 왔지만 제가 안 타겠다고 오기(?)를 부려서인지 그냥 지나갔지만, 버스가 왔을 땐 결국 매달려서(?!) 탔습니다. 진짜로 문이 열렸을 때 걸어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문에 매달려서 탔지만 기사님도 승객들도 전혀 당황하지 않더군요.
그렇게 버스를 타고 숨을 돌리는데, 어찌저찌 옆좌석과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과 번역이라는 공통된 화제가 생겨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둘 다 얼굴은 기억이 안 나는데 옆좌석은 마른 체격에 안경을 꼈고 뒷좌석은 통통한 체구였을걸요? 대충 사주팔자 앱을 만드는 개발자였는데 더 많은 판매를 위해 번역을 고려했지만 저는 세일즈 포인트가 없으면 안 팔릴 거라는 (당연한) 충고를 했죠. 제가 '도서관이나 서점에 사주팔자 책은 많이 있지만 누가 꺼내 읽기를 하냐' 같은 얘기를 했더니 마른 쪽이 감탄하며 수긍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중에 버스가 아파트 단지 근처의 상점가에 멈추더군요. 무서운(?) 부분은 여기부터입니다. 커피라도 마시면서 얘기를 좀 더 하자는 데에는 동의했는데, 이 사람들이 자기네 사무실이 이 근처에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공짜라면 거절할 수 없으니 OK 했는데, 이 사무실이 지하에 있는 겁니다. 이 때부터 무서워서인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쪽 일행이 1명 생겨서 4명이 됐어요. 그렇게 4명이 지하로 내려가서 지하 1층의 복도를 걷다가, 뒷골목의 비밀클럽 입구 혹은 대공분실스럽게 셔터가 달린 쇠문을 ('이 방이 아니다'라며) 지나치고는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쇠문인지 다른 데서인지 들리는 차락차락 소리는 마작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이 시점에서야 이 개발자들이 중국계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니면 자각몽 특성상, 제 무의식이 설정을 덧붙였겠죠)
그렇게 그 쇠문 옆방으로 들어갔는데, 구조상 그 쇠문이 있는 방과 동일한 방이었습니다. 가운데엔 중국음식점 같은 데에서 볼 수 있는 원탁이 있고 벽에는 책상이나 캐비넷이 있었는데, IT개발자의 어수선하고도 현대적인 책상은 절대 아니었던 건 확실합니다. 컴퓨터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같이 들어왔는지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대표(?)랑 5명이 원탁에 앉아서 명함을 교환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문제의 쇠문이 열리더니 가톨릭 신부(?) 같은 사람(안경을 낀 젠틀한 중년)이 다른 한 명과 함께 들어오는데 저희를 보고 경악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대표(?)가 괜찮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그 가톨릭 신부(아니면 마오칼라셔츠였던가? 검은색인 건 확실합니다)는 의미심장하게 '조심해라'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방을 나갔습니다.
그 시점에서 저도 얘기를 더 계속하긴 힘들겠다 싶어서 개발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밖에 연락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가짜통화 전용 핸드폰으로 제 폰에 전화를 건다 - 집에서 전화가 온 척하고 자리를 뜬다 - 112에 친구인 척하면서 신고' 라는 다소 복잡한 방법으로 외부와 연락을 시도했는데, 이 다음에 잠에서 깨서 엔딩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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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걷기운동은 어느 보드게임 모임에 참석하려다 너무 일찍 와서 인근 강변을 걷다 아파트단지에서 돌아선 적이 있던 기억이 사용된 것 같지만, 이야기 끝무렵의 지하기지(?)는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식겁했네요. 아마 최근에 나무위키 편집 활동에서 야인시대 등장인물들의 행적이나 평가 부분을 건드린 게 또 무의식에서 나왔나 봅니다. 그렇게 치면 지하 '개발자' 사무실이 이상하게 간첩스러웠던 것도 납득이 가고요.
자각몽 특성상 직접 겪은 듯한 느낌이 핵심인데, 하필이면 많고 많은 경험중에 공산당 사무실이라니 너무 무서워서 땀도 안 나왔습니다. 원하는 타이밍에 깰 수 없다는 점도 한몫했고요. 설마 이렇게 글을 남겼는데 나중에 내용만 보고 북한의 협력자라며 의심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참 다이나믹하고도 무서운 자각몽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기록을 남긴 적도 처음이고요. 가능하다면 자각몽은 한동안 안 꾸고 싶습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겠냐만은...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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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드리갈
2023-07-01 19:20:51
굉장히 섬찟한 꿈이었네요. 게다가 묘사된 풍경이 요즘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어 논란을 일으키는 중국의 비밀경찰서같기도 하고...저도 꿈을 꾸었다 깬 이후 상당히 선명하게 이미지가 남는 꿈은 상당부분 섬찟했죠. 고생 많이 하셨어요.
완벽한 대책은 없지만 생활패턴을 조정한다든지 수면을 취하기 전에는 확실히 에너지를 소진해서 숙면을 유도하는 방법 등으로 완화시키거나 할 수는 있어요. 그렇게 수면의 질을 개선하면 점차 줄어들게 되어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요.
Lester
2023-07-02 15:54:06
뉴스를 안 보는 대신 분야 종류 상관없이 오만가지 지식을 접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이것저것이 떠올라서 꿈에 나오는 듯합니다. 특히나 말이 자각몽이지, 그때그때 원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답답해요. 그런 원치 않는 자각몽을 가위 눌린 것이라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맞다면 가위는 진짜 원없이 눌려봤을 겁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낮에 일을 하는 게 쉽지 않네요. 선풍기 1개 혹은 2개 정도 틀면 낫긴 하지만요. (부모님이 에어컨을 설치하자고 했지만 제가 거절했어요. 그렇게 자주 트는 것도 아니고 전력 소모도 어마무시하니까요) 식사는 몰라도 잠은 충분히 자는 게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
SiteOwner
2023-07-02 16:33:24
확실히 그런 꿈이면 공포를 느낄만도 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중국이 연관된 기괴한 꿈이라면 저도 꾼 적이 있습니다. 2020년에 쓴 글인 홍콩 느와르영화같았던 기묘한 꿈 이야기가 바로 그것으로 배경이 홍콩이었고 광동어를 쓰는 괴한이 나타난...홍콩 느와르영화를 본 지도 아주 오래전이라서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만...
말씀하신 우려에 대해서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만일 실제로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그 이전에 이미 포럼은 수년 전에 없어져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