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왜 안 고르세요?" 의 후일담

SiteOwner, 2024-02-12 23:49:42

조회 수
116

2019년에 썼던 글인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약칭 답정너 회고의 후일담을 이제서야 공개합니다.

정기 분반조정의 시기가 왔습니다. 어느 강사가 학년별로 편성된 9개의 반을 나눠 담당할 것일지를 정하는 것인데, 분반조정용 서류를 들고 온 Y선생도 다른 강사인 K선생도 이미 선택을 다 한 상태로 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이미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의 K선생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왜 안 고르세요?"
그것에 대해서 저는 이미 결론을 다 내놓은 상태에서 누구더러 뭘 고르라는 거냐고 한소리를 해 놓았고, 문제의 Y선생은 한 마디도 반박을 못하더니 결국 분반조정 서류를 다시 뽑아왔습니다. 저는 또 들으라고 싫은 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제가 먼저 반을 선정했습니다. 어차피 달리 바뀌고 할 것도 없이, 이전에 제가 맡았던 최하위권이었던 3개 반씩.
그 서류를 받아든 Y선생은 분노 반 어이없음 반의 표정으로 저를 보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결론은 동일했지만 처음에 내세운 그녀의 자존심 같은 것은 이미 다른 강사들이 보는 앞에서 박살나 버렸고 수습할 여지도 없어져 버렸으니 그런 행동밖에 선택지가 없었겠지요.
그리고 2개월 후. 교사들이 좋아하는 문제유형 및 잘 묻는 논점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정확한 답안을 쓰는 훈련 및 시험상황에서의 돌발상황이 일어난 것을 가정하는 훈련까지 시킨 결과 기말고사 후 몇 가지 기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첫째, 담당과목인 과학에서 제가 담당한 모든 반의 학생들이 최소 80점대를 기록한 것은 물론 Y선생이 독점했던 최상위권의 반의 과학성적의 최고점보다 제가 담당한 최하위권의 반의 학생의 최저점이 더 높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둘째, 학부모들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이전에는 전화를 걸어서 저를 욕하기 바빴다가 시험성적이 나오고 나니 감사의 전화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따로 꽃다발이나 선물이나 사례금까지 받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근무한 강사 중에서 저에게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셋째, 원장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실적이 향상되면 좋아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게 또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먼저 채용한 강사보다 나중에 채용한 강사가 실력이 더 뛰어나니까 자신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틀려버린 것 같다고까지 원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귀를 의심했습니다만...

저는 방학특강 프로그램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는 했습니다만, 2학기의 시작 직전에 공개된 시간표부터는 제 이름은 시간표에서 사라져 있었고 아직 출근하지 않은 다른 강사의 이름이 제 자리를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학원에서 마지막 급여를 받고 떠났고, 대략 1개월 남짓 지난 후 새로이 설립된 다른 학원에서 오퍼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 학원에서의 출근 이후, 대략 1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낯익은 얼굴의 학생들이 3자리수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도 또 후일담이 있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4-02-13 07:57:54

학원 또한 '회사'라는 생각을 해보니까 역시 꼴보기 싫은 일들이 있네요. 제가 다녔던 공무원 학원도 전주시에서는 제법 이름난 곳이었는데, 명색이 국어강사라는 사람이 수업 중에 학생(저) 면전에다 대고 "아X리 찢어버린다"는 말을 하고도 잘리지 않았으니. 그것도 사유가 수업 중에 질문 같은 혼잣말을 해서 수업을 방해했다는 겁니다. 반면에 영어강사님은 "제자야, 그것은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라면서 짐짓 연기와 함께 상세한 해설을 해주셨는데 말이죠. 그 국어강사는 자기 수업 홍보 포스터에서 뒷짐 지고 찍은 것도 그렇고 성격 자체가 거만했구나 싶네요. 그러고도 능력이 좋으니까 감싸주는 걸까요, 아니면 어차피 도살장마냥 뭣도 모르고 몰려드는 공시니까 그러려니 하는 걸까요. 항의하지 않은 저도 문제겠지만, 저는 그냥 조용히 관두는 길을 선택했습니다(부모님이랑은 근성 없다고 싸웠지만요).


그나저나 Y선생을 비롯한 소위 '동료'들도 그렇지만 학부모들도 영 좋지는 않네요. 교권 추락에 관한 뉴스를 많이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학교였다면 촌지 어쩌구 했을테니) 학원이라서 그런지 그만큼 미안하다는 의미로 꽃에 선물에 사례금까지 줬다고 하니 마음이 풀리셨나 보군요.

SiteOwner

2024-02-14 00:05:25

1인사업장이 아닌 이상 여러 사람이 같이 일하는 장소에서는 인간관계상 문제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참 다양합니다. 문제는 그게 해결이나 완화가 가능한지에 달렸는데 제 경우는 문제의 Y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원장부터가 그러했으니 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 학원을 나왔고 그 학원이 경영난으로 사라지면서 그 학원의 문제는 반복될 일 없이 끝났으니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이긴 합니다.


시장이 아침에 열려 한낮에 북적이다 해저물면 파하는 게 하루의 시작 때는 시장이 좋다가 저물 무렵에 싫어져서는 아니지요. 단지 필요해서 몰려들고 용무가 끝나서 돌아갈 뿐입니다. 확실히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학원강사를 했으니까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에게 최고의 성과를 안겨주고 보수를 얻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때의 학부모들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이후에는 마음이 풀렸고 지금은 좋은 추억 중의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6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4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0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5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56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58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97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6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2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1
5592

한글전용론자들은 침묵하지 말라

4
SiteOwner 2024-02-14 137
5591

유미엘라 도르크네스라는 캐릭터에의 관심

  • file
마드리갈 2024-02-13 125
5590

"왜 안 고르세요?" 의 후일담

2
SiteOwner 2024-02-12 116
5589

GTX와 크로스레일, RER, 그리고 창작물 속의 교통망

5
  • file
시어하트어택 2024-02-11 187
5588

연휴에 평온하게 쉬는 사람을 꼭 괴롭혀야 하는지...

SiteOwner 2024-02-11 113
5587

명절 때 자주 착각하는 것

SiteOwner 2024-02-10 114
5586

연휴 첫날, 마음을 비우고 쉬었습니다

2
SiteOwner 2024-02-09 115
5585

인체 관련의 연구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2
마드리갈 2024-02-08 128
5584

파푸아뉴기니 전직 외무장관의 용기

5
마드리갈 2024-02-07 161
5583

출산장려금 과세 논란에 자취를 감춘 특례

1
마드리갈 2024-02-06 114
5582

여전히 많이 떠올리는 어구인 "청운의 꿈"

2
SiteOwner 2024-02-05 127
5581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논란을 보며 느낀 것

17
마드리갈 2024-02-04 215
5580

소련의 루나 9호와 러시아의 루나 25호

2
  • file
SiteOwner 2024-02-03 120
5579

친북단체를 옹호했던 그들의 침묵

2
SiteOwner 2024-02-02 117
5578

광합성의 순간, 드디어 포착되다

2
  • file
마드리갈 2024-02-01 121
5577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의 전쟁관도 수용한다라...

마드리갈 2024-01-31 113
5576

연금개혁과 세대갈등과 일본여행

10
Lester 2024-01-30 174
5575

UN의 간판 아래 하마스가 있었다

22
  • update
마드리갈 2024-01-30 255
5574

루이 브라이유(Louis Braille)에의 경의와 감사

2
  • file
마드리갈 2024-01-29 136
5573

어느새 1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끝나갑니다

SiteOwner 2024-01-28 114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