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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츠크해(Охотское море) 하면 극한의 추운 저 먼 바다를 연상하게 되겠죠. 게다가 우리나라의 기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차갑고 습한 북동풍을 몰고 오는 오호츠크해 기단의 발원지이기도 하니까 멀면서도 가깝게 느껴질 것이고, 그래서 여러모로 인상이 복잡한 바다가 그 오호츠크해. 그런데 의외로 이 바다의 이름에 대해서는 무슨 뜻인지 아는 경우가 잘 없을 거예요.
세계에는 오호츠크라는 이름을 가진 지명이 2개국에 걸쳐 있어요. 그 중 원조는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지방(Хабаровский край) 북부의 해안도시인 오호츠크(Охотск). 한때 인구 9천명대였지만 현재는 4천명대로 퇴조해 있는 이 작은 마을은 1647년에 세묜 셸코프니코프(Семён Шелковников)라는 러시아인이 겨울을 나기 위한 시설 및 정착촌을 조성한 게 그 시초로 알려져 있어요. 그 이름의 유래는 근처를 흐르는 강인 오호타(Охота)로, 강을 의미하는 북방원주민인 에벤족의 언어의 단어가 러시아어에 수용되면서 사냥을 의미하는 러시아어 단어인 오호타로 왜곡되어 굳어졌어요. 오호츠크는 오호타 강변의 마을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졌으니까 즉 오호츠크해의 의미는 "강촌의 바다" 가 되어요. 강의 이름에서 유래한 바다라는 게 꽤나 소박하게 느껴지죠.
그리고 오호츠크라는 지명이 쓰이는 다른 한 국가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북동부해안이 오호츠크해에 맞닿는데다, 주소에는 쓰이지 않지만 북해도 내부를 행정의 편의상 나눈 14개의 종합진흥국(総合振興局)에 오호츠크 종합진흥국(オホーツク総合振興局, 공식사이트/일본어)이 있어요. 원래는 아바시리지청(網走支庁)이었다가 2010년 4월 1일을 기해 이렇게 붙여진 것으로 외국 지명에서 이름이 유래한 일본의 관청은 이것밖에 없어요.
게다가, 홋카이도의 주요 13개 하천 중 아바시리강(網走川), 토코로강(常呂川), 유베츠강(湧別川) 및 쇼코츠강(渚滑川)이 흐르고 각 하천변에 도시가 발달해 있으니 이 또한 강촌이라고 할 수 있겠죠. 러시아의 오리지널 오호츠크보다는 훨씬 크고 종합진흥국의 최대도시인 아바시리시는 인구가 35,000명에 육박하니까요. 또한 삿포로(札幌)-아바시리 구간에는 영업거리 374.5km의 특급열차 오호츠크가 1972년부터 운행을 시작하여 현재는 편도소요시간 5시간 30분 내외로 하루 4왕복 운행하고 있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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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3-05 10:57:04
오호츠크해는 과거 MBC의 무한도전에서 오호츠크해 특집으로 다뤄서(링크) 본 기억이 납니다. 설원 위로 달리는 열차와 따뜻한 소바를 먹을 수 있는 아바시리 역, 그리고 마지막에 온천이 보이는 숙소까지... 일본여행을 간다면 홋카이도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불을 지핀 게 이 특집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 외에는 심야식당에서 지나가듯이 언급한 '아바시리 번외지'라는 영화가 있네요. 작중에서는 대충 탈옥영화 정도로만 언급했는데 실제로 찾아보니까(링크) 스틸컷만 봐도 아바시리의 광활한 설원을 만끽할 수가 있네요. 일본어로 영상을 찾아보면 토막영상이 있을 듯해서 찾아봤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럴듯한 건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듯한) 이거밖에 없네요. 1965년 영화니까 무려 60년 전이니 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대충 어떤 곳인지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마드리갈
2024-03-05 12:34:04
소개해 주신 그 오호츠크해 특집회차, 저도 본 기억이 있어요. 역시 북해도는 광활한 대지이자 동북아시아에서 몇 안되는 한대기후의 지역이라는 게 제대로 실감이 나죠.
게다가 아바시리는 그 유명한 아바시리감옥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오지이기도 해서 한때는 범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기도 했어요. 지금의 아바시리형무소는 흉악범만을 수용하는 수퍼맥스 형무소도 아닌데다 과거의 아바시리감옥의 위상은 오늘날에는 도쿄의 후츄형무소(府中刑務所)가 이어받았으니 이미 역사의 영역에 들어가 있지만요. 예의 아바시리번외지(網走番外地) 같은 실사영화 이외에도 골든카무이(ゴールデンカムイ) 애니에도 역시 아바시리가 등장하는 등 아바시리는 여러모로 일본산 창작물에서 잘 언급되는 명소이기도 해요.
여담으로 이것도 하나 소개해 볼께요.
의외의 사실이긴 하지만, 아바시리에서 가장 가까운 메만베츠공항(女満別空港)의 북동쪽에 인접한 구 메만베츠공항에 독일기업이 있어요. 정확히는 현재의 메만베츠공항이 건설되면서 유휴부지가 된 구 메만베츠공항에 독일의 자동차부품기업 보쉬(BOSCH)가 입주하여 그 활주로 등의 설비를 제동력 테스트 등의 각종 성능시험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