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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거창하게 세워둔 계획들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시간만 보내고 있네요.
그러는 한편, 모델러의 숙명인 프라탑(積みプラ, 츠미프라)은 은근슬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젠간 만들 수 있겠지, 언젠가는 만들겠지 라는 헛된 희망을 품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죠. 이것은 산 이상 언젠가는 만들어야 한다는 인생의 숙제임과 더불어 모델러로 살아가는 이상 짓게 되는 원죄(罪プラ, 츠미프라)이기도 하죠.
1976년, 아주 기상천외한 자동차가 포뮬러 1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자동차 공학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기저항을 이기기위해 고심한 결과물은 커다란 뒷바퀴 한쌍과, 작은 앞바퀴 두쌍을 달아 6개의 바퀴를 단 자동차였습니다. Tyrrell Project 34 | Tyrrell P34.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F1 레이싱을 통틀어 실전 투입된 최초이자 최후의 식스 휠러(six-wheeler) 머신이었죠.
P34는 1976년 시즌과 1977년 시즌에 참전해 괴상한 외형에 걸맞잖게 우승 1회, 76년 시즌 통합 랭킹 3위를 기록하는 등 6륜으로도 충분히 경쟁성 있는 포텐셜을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허나 그로인한 머신의 중량 증가와 안정성의 손실, 타이어 제작사인 굿 이어와의 협상에 실패해 전륜 타이어를 더 이상 보급받지 못하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결국 77년 이후 티렐은 6륜 머신을 포기하게 되었죠.
이후로도 6륜 머신은 다양한 팀에서 몇대가 더 제작되긴 하였으나 모두 실전에 투입되진 못하였고, 1980년대 이후 "경기에 참여하는 자동차는 바퀴가 4개여야만 한다"는 규정 개정으로 인해 6륜 머신의 출주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티렐 P34는 실제로 그랑프리에 참전한 유일한 6륜 머신으로 남게 되었고 그 기발하면서도 충격적인 외형은 F1을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는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되었습니다.
입수한 키트는 타미야의 1/20 스케일 그랑프리 콜렉션 53번, 티렐 P34 1977 모나코 그랑프리 사양.
제품 자체는 2002년 생산분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만 기존 발매된 제품의 일부 사양 변경이다보니 키트 자체는 이 차량이 현역이던 1977년에 발매된 오래된 키트네요. 유튜브의 제작기를 보다 급거 충동구매 했습니다(...). 단순히 이런 어딘가 엇나간 괴상한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도 있고, 언젠가 도전해볼 1/12 빅스케일 키트의 테스트 베드 역할도 겸하고 있네요.
그러는 한편 이쪽은 후지미의 1/150 스케일 삿포로시 교통국 3300형 유키미쿠 전차 2024 ver 사양입니다.
유키미쿠 전차 시리즈 자체는 이전부터 몇종류가 계속 발매되곤 있었지만 철도모형에 관심이 없었던지라 패스했었는데 올해는 다른걸 물색하던 와중에 눈에 띈 김에 충동구매 했네요. 제품 자체는 심플하게 3300형 노면전차 2량 구성으로 일반형 도색과 유키미쿠 2024 ver의 래핑 차량을 각각 만들 수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150 스케일에 크기도 작으니 대충 스프레이 슉슉 뿌리고 붓도색해서 완성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마주한 키트의 실체는...!
예, 래핑이 전부 습식데칼이라는 상급자 지향 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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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4-09-05 22:08:25
마키님, 오랜만에 잘 오셨어요!!
제목의 츠미프라는 중의적이네요. 프라모델이 쌓이고 이게 모종의 원죄같은 감각인...이해할 수 있겠어요. 하긴 학생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공부해야 할 것은 여전히 많으니 책이 쌓이고 하는 것을 잘 느끼다 보니.
F1에 6륜 레이싱머신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정말 기상천외하네요. 게다가 성적도 좋았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있었고, 이제는 아예 4륜이 아니면 출전 자체가 불가능하니 더 나올 가능성도 없겠지만요.
삿포로시 교통국의 노면전차도 아는 게 별로 없네요. 존재 자체는 알고 있긴 하지만, 예전에 삿포로 여행계획을 세웠을 때 동선에 해당 노선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보니 접점이 생기지는 않았다 보니...그런데 차량디자인도 상품의 포장도 상당히 인상적으로 예뻐요.
예의 상품이 상급자 지향 키트였군요...
그래도 언젠가는 성공적으로 완성하실 수 있을 거니까 너무 심려치 않으셨으면 해요.
마키
2024-09-07 16:37:57
비록 현실에선 단 2개 시즌에서 최고기록 3위를 획득했을 뿐이지만, 그 기발한 디자인은 훗날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의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고 추측하고 있죠. 그와는 별개로 디자이너들에게 '제약 없이 가장 빠른 자동차를 그려달라' 했을때의 디자인이 공통적으로 '바퀴를 4개 이상 달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걸 보면 의외로 개념 자체는 굉장히 선구적이었던 차량이었을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유키미쿠 전차는 2014 ver. 샘플만 보고 그냥 래핑이 프린팅이겠거니 했는데 아무래도 그쪽만 특이한 경우고 이전 발매된 제품들은 다 데칼로 처리했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크기가 작고 표면도 요철이 없다보니 붙이는건 그렇게 어렵진 않아보인다는 점이네요.
SiteOwner
2024-09-08 20:08:24
오랜만에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도 같이 소개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차량의 앞바퀴가 2축인 경우는 대형트럭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F1 레이싱머신에 이런 게 있었고 게다가 호실적을 거두었다는 데에서는 문화충격까지 받았습니다. 충분히 인기를 구가할만합니다. 저도 이걸 보고 나니 예의 Tyrrell P34에 반했습니다. 설계자 데릭 가드너(Derek Gardner, 1931-2011)는 영국인이군요. 역시 영국인의 발명품은 "흉악"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별나고 기상천외한 게 많다는 게 증명됩니다. 게다가 티렐레이싱(Tyrrell Racing) 또한 영국인 레이서 켄 티렐(Ken Tyrrell, 1924-2001)이 창업한 영국의 레이싱팀이고...납득했습니다.
홋카이도가 고향인 하츠네 미쿠는 유키미쿠로 진화했고 삿포로시 노면전차에도...
역시 홋카이도 발상으로 세계를 미쿠미쿠하게 만들고 있는 미쿠는 삿포로시의 노면전차도 미쿠미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키님도 곧 미쿠미쿠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마키
2024-09-10 01:47:36
만들던 것들은 언젠가는 완성해야지 하면서 결국 묵히기만 하고 있네요.
올해 겨울이나 내년에는 쌓인 키트들을 만들 계획을 또 세우고 있긴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정말 영국이 아니면 두번 다시 없을 발상이고, 또한 정말로 두번 다시 나오지 못한 개념인 걸 보면 과연 기행의 나라 영국이라 해야할지... 4개 이상의 다륜 차량이라는 개념 자체는 당대에도 존재는 했지만 그걸 진짜로 그랑프리에 끌고와 실적까지 만든 영국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