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저께(15일)가 생일이었습니다. 슬슬 생일에 대해서 기쁨보다는 나이를 먹는다는 부담감이 느껴지던지라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습니다. 선물은 오히려 부담스러우니 축하 메시지로 만족하자, 차라리 그 날만큼은 작정하고 뭘 시켜먹으며 자축하자고 생각했죠. 축하 메시지도 생각보다 적게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몸담고 있는 번역팀 워록스는 물론, 연초부터 다니기 시작했던 영어회화 모임에서도 하루 차이로 생일이었던 사람과 함께 세트로(?) 축하하는 의미에서 케이크 하나를 나눠먹었고, 유일하게 뒷풀이가 있는 금요일 모임도 (여유와) 친화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남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행복하지 않아도 오랜만에 정신적으로는 풍족했던 생일을 보낸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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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번에 무언가에 홀린 것마냥 그림 작업에 몰두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그림들의 원본을 그린 시점에 (펜그림은 포토샵에 비해서 정신적인 노고가 덜하니까) 남은 에너지를 소설에 쓰자는 의미에서 코스모폴리턴 에피소드 1을 종합적으로 수정했습니다. 수정을 다 해놓고 대강당에 알려야겠다 했는데, 요즘 다시 건강이 안 좋아져서 그런지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이제서야 기억났네요. 특히 오늘(16일)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등이 전반적으로 아파서 잠을 계속 설쳤다보니 물리치료만 짧게 받고 올까 했는데, 증상이 좀 심각할지도 모른다면서 이참에 피 검사에 링거까지 맞고 가라고 권유하길래 세트로 받고 왔습니다. 결과는 화요일에 나온다는데, 별 탈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아무튼 전개상 큰 문제가 없는 1-1을 제외하고 1-2와 1-3과 1-4를 나름대로 수정했습니다. 과거 연재분에서는 마무리에서 존 휘태커가 레스터 리에게 같이 탐정 일을 해보지 않겠냐면서 권유했는데, 그런 것치고 앞에서 레스터에게 다소 쌀쌀맞게 대하는 느낌이 너무 강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일단 1차적으로 그러한 느낌을 최대한 지우고, 가능하다면 '능글맞거나 디테일 따위 신경쓰지 않는 듯해서 허술한' 캐릭터성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걸로 수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일단 이쯤에서 다른 분들의 의견을 확인한 뒤에, 나중에 존 휘태커라는 캐릭터의 개성이 더욱 명확해지면 다시 1-2부터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퇴고할 생각입니다.
※ 이 글을 쓰자마자 확인하면서 전반적으로 추가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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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금 맡은 중규모 게임 작업은 이제 겨우 반절을 넘겼습니다. 대충 원숭이 섬의 저주(The Curse of Monkey Island, 1997)와 앨런 웨이크 1편(Alan Wake, 2010)을 섞은 듯한 미스테리 장르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으로, 과거에 제가 번역했던 노바디즈 3부작의 제작자와 같은 소속이라서 그런지 은근한 개그가 섞여 있어서 즐겁게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스토리 요약본을 받지 않은, 즉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하다 보니 확인용 게임과 번역문을 오가느라 정신적으로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갑절로 피곤하기도 했네요. 다행히 어떤 분위기와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가 끝났습니다. 차라리 결말을 먼저 보고 작업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늘 그렇듯이 확신이 없네요.
혹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장르를 해보신 분이 계신지, 특별한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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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갈
2024-11-17 16:56:24
15일에 생일을 맞이하셨군요. 축하드려요!!
확실히 요즘에는 그런 느낌이 들죠. 나이를 먹어 가는 게 무섭게 느껴지거든요. 아직 20대 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몸 이곳저곳의 변화가 결코 없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기간이 5주가 안되긴 했지만 입원생활이 큰 충격이기도 했고 그러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어요. 그래도 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었고 그것을 한 시점의 경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에서 도전과제의 달성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러셨군요. 그럼 고치신 것도 새로 읽어봐야겠어요. 이건 시간이 좀 걸릴 듯해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Point and Click Adventure Game)...게임 자체를 많이 해 본 적이 없는데다 예의 유형의 것은 더더욱. 이것에 대해서는 저는 말할 것이 없네요,
추진중인 프로젝트가 드디어 절반을 넘겼다는 것이 희망적이네요. 그러면 앞으로 남은 부분은 훨씬 빠르게 능률적으로 진척가능할 거예요.
Lester
2024-11-17 19:44:39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생각보다는'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듣기는 합니다만, 부지불식간에 대화의 흐름을 못 따라간다거나 할 때마다 티가 나서 그렇더군요.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기지만요. 주말이어서 나름대로 푹 쉬었는데도 다시 어깨가 아픈 것을 보니 주말에 병원을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가 됐든지 조금씩 진보가 이루어진 것이 시각적으로 확인이 돼서 다행이긴 합니다. 다만 그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다는 점은 무시할 수가 없네요. 마감은 점점 다가오는데... 염치불구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법도 있겠지만 현재 마감부터가 사전에 한 번 연장한 것이다보니 더 늘려달라고 부탁하기도 곤란하거든요. 제 능력을 믿고 하루에 할 수 있는 만큼 하다보면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실천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SiteOwner
2024-11-17 18:07:51
저도 뒤늦게나마 생일을 축하드리겠습니다.
생일에 대한 생각이 연령대에 따라 바뀌기는 합니다. 어릴 때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하고, 어느 정도 성장해서는 한 살 느는 게 두려워지다 요즘은 그런 건 다 벗어나고 "지금의 평온한 일상을 언제까지나 이어가고 싶다" 라는 소원으로 귀결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청운의 꿈이라는 어구를 품기 시작했던 1996년 이래로 28년이 지났고 그렇습니다.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하셨군요. 잘 회복하셨으리라 믿습니다.
퇴고하신 것에 대해서는 추후 읽어보고 코멘트도 필요하면 추가해 보겠습니다.
말씀하신 게임 중 원숭이섬이라는 말에 눈이 떠지는군요. 사실 루카스필름 게임즈(Lucasfilm Games)의 원숭이섬 시리즈 중 원숭이섬의 비밀(The Secret of Monkey Island)을 매우 좋아하고 제 영어능력 향상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보니 여러모로 기억에 남습니다. 간혹 유튜브 등에서 그 게임의 음악을 찾아서 듣기도 합니다. 게다가 저의 카리브 판타지의 원점이랄까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많이는 못 해봤지만 킹스퀘스트(King's Quest) 및 스페이스퀘스트(Space Quest)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정교한 그래픽으로 화제가 된 하트 오브 차이나(Heart of China)는 당시 보유하던 시스템인 XT에서는 아예 디스크 및 그래픽어댑터의 규격 자체가 미달이라서 전혀 해 볼 수 없었고 잡지리뷰에서만 읽었긴 합니다.
그럼, 원숭이섬의 비밀 OST도 소개해 두겠습니다.
Lester
2024-11-17 19:56:23
'지금의 평온한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 자체가 어느 의미로는 이미 적정선을 넘겼다는 뜻 같기도 합니다. '지금의 평온한 일상'을 누군가는 아직 이루지조차 못했을 테니까요. 저도 한낱 프리랜서 게임번역가일 뿐인데 영어회화 모임에서 "저도 그렇게 (프리랜서니까 자유롭게) 살면 좋겠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부러워할 인생이구나 하고 나름대로의 자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제가 본문에 언급했던 '원숭이 섬의 저주'는 말씀하신 원숭이 섬 시리즈의 3편에 해당하죠(그래서 '원숭이 섬의 비밀 3'로도 불립니다). 세상이 발전해서 요즘은 원판 DOS 버전은 도스게임런처로, 한글패치 버전은 ScummVM이라는 어드벤처 게임 전용 에뮬레이터로 구동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프리랜서가 되기 이전에는 이런 여러 게임을 구해서 에뮬레이터로 해봤지만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스토리나 난관을 풀지 못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스페이스 퀘스트 1편(VGA 버전)과 킹스 퀘스트 6편(역시 VGA 버전), 가브리엘 나이트 1편 등의 한글패치 작업에 관여했네요. 공식 한국어 번역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한글패치 제작자가 인증을 해줬고 또 다른 분들도 호평이 자자했기 때문에 이 또한 자존감을 느끼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여러모로 게임 자체에 대한 의욕이나 흥미를 잃었는데, 이 기회에 다시 DOS 게임들을 파보던 시절로 돌아가볼까 하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하트 오브 차이나(aka 중국지심)는 오리엔탈리즘이 지나치다는 혹평이 많지만, 한번쯤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작업을 마치고 여유가 생긴다면 지금도 애착이 가는 고전게임들에 대해서 짧게나마 리뷰도 올려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