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외국어표현에서 평이한 어휘로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것들을 좀 소개할까 싶습니다.
영어표현에는 대략 이런 게 있습니다.
All-wheel Drive
모든 바퀴에 동력이 연결된 이 기술방식은 이 표현을 쓰면 차륜이 몇개든 상관없이 두루 쓸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전륜구동 및 일본어의 젠린쿠도(全輪駆動)는 앞바퀴굴림의 한자어인 전륜구동(前輪駆動)과 완전히 발음이 동일해서 곤란합니다.
Beggar thy neighbour
이 어구는 한자어로 옮겨지면 근린궁핍화정책(近隣窮乏化政策)이라는 상당히 딱딱한 표현이 됩니다만 영어 원문은 "네 이웃을 거지로 만든다" 라는 매우 알기 쉬운 표현이 됩니다. 이 오래된 영국식 영어표현 대신 현대적인 그리고 미국식 철자가 반영된 "Starve your neighbor" 가 쓰이기도 합니다.
근린궁핍화정책이란 무역정책에서 덤핑이나 환율조작 등으로 상대국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을 의미하고, 때로는 실업(失業)의 수출로 달리 표현되기도 합니다.
Makeshift
가설, 임시, 급조 등을 뜻하는 이 말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로 괴었다는 감각이 잘 보입니다. 위치만 옮겨 놓았다든지 순번만 바꾸어 놓았다는 의미의 시프트(shift) 정도만 만들어 두었다는 의미.
Slash-and-burn
화전농업(火田農業)은 숲을 베어 찍어넘겨 대충 개간한 땅에 불을 질러 남은 재를 비료로 하여 농사를 짓는 방식. 영어에서는 그 과정이 매우 실감나게 "찍어넘기고 불지른다" 라고 표현됩니다.
State-of-the-art
최첨단 및 최고수준은 이렇게 나타내면 됩니다. 글자 그대로 "예술의 경지" 니까 다른 복잡한 수식어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일본어표현에는 대략 이런 게 있습니다.
割烹
발음은 캇포(かっぽう).
한자의 의미를 보면 "썰다" 와 "삶다" 가 있는 것이 보이니 어휘의 의미 자체는 요리의 방법. 일본의 전통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에서는 이렇게 캇포라는 어휘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방영중인 애니인 모멘터리 릴리(もめんたりー・リリィ)의 한국내 방영판 자막에서는 이 어휘가 한자발음을 한국식으로 읽은 "할팽" 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飯場
발음은 한바(はんば). 이제 일본에서는 그다지 많이 쓰이지는 않는 이 어휘는 우리나라에서는 "함바" 라는 발음으로도 잘 통용되고 이렇게 들릴 여지도 많아서 딱히 틀린 것도 아닙니다. 이 어휘는 공사장 등에 있는 가설식당을 말하는 말로 글자 그대로 "밥먹는 장소" 라는 의미. 여기에도 변화가 가해져 특히 "함바집" 으로도 잘 쓰입니다.
留守番
발음은 루스반(るすばん).
"루스(留守)" 라는 단어는 "머물러 지키다" 라는 한자의 의미와는 반대로 "외출해서 집에 없다" 라는 의미입니다만, 루스반이라고 하면 혼란이 없어집니다. 누군가는 외출해서 집에 없지만 다른 누군가는 집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
독일어표현에는 이런 직관적인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다 2019년에 두 편의 글로 나누어 쓴 게 있으니 그것들로 대신하겠습니다.
중국어표현에는 대략 이런 게 있습니다.
没有
발음은 메이요. 없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사실 없음을 뜻하는 한자인 무(無) 대신 굳이 잠길 몰(没)에 있을 유(有)를 쓰는 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사회가 사기로 점철된 사회임이 이 두 글자로 선명히 드러납니다. 즉 실제로 없어서 없는 게 아닌, 있어도 그 존재를 억지로 파묻어버리면 없는 게 된다는 의미의. 동생이 이 어휘를 매우 기분나쁘게 여깁니다.
이렇게 직관적인 외국어표현을 생각나는대로 몇 가지 소개해 두었습니다.
혹시 또다른 표현이 더 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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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대왕고래
2025-02-23 21:20:14
영어는 어휘가 한자어휘처럼 의미를 가진 여러 단어가 합쳐진 구조라고 들은 거 같아요. 그래서인가 단어에서도 어떻게 만들어진 단어인지가 보이고 직관적인 부분도 있네요.
중국어 표현이 저것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메이요 - 이 단어는 확실히 좀 그렇네요. 숨긴다는 것을 넘어서 있는 걸 묻어서 없는 걸로 한다 정도로 자세히 적어두니...
SiteOwner
2025-02-23 21:55:37
영단어와 한자는 닮지 않은 듯하면서 닮은 게 그게 재미있습니다. 영단어는 늘어놓는 방식이지만 한자는 조합하여 위치를 나타내는 식으로 쓰니 그 원리는 다르더라도 의도하는 바가 놀랄 정도로 닮았다는 점이 주목할만합니다. 그렇다 보니 국한혼용체나 일본어의 문장이 한자 문제만 클리어되면 오히려 읽기 쉽다든지 영어원서가 더 잘 이해된다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한 듯합니다.
예의 "메이요" 는 거짓말을 정당화하는 사회이자 당한 사람을 비난하는 사회인 중국사회의 병폐가 그대로 압축된 듯합니다. THAAD (사드) 논란의 사고구조 3 - 중국식 사고방식에서 지적된 문제점 또한 더 심해지면서 중국을 세계에서 고립시킬 따름입니다.
Lester
2025-02-23 21:50:12
그래서 AWD 같은 경우에는 사륜구동(4WD)이라고 임의적으로 대체어를 쓰기도 하더군요. 물론 그것보다 자동차 바퀴가 많으면 어떻게 하냐는 의문이 남지만... 완(完)륜구동이라는 말을 만들어서 쓰기엔 아직 무리일까요.
한편 그 외의 영어단어들은 게임번역을 하다 보면 종종 많이 보기도 합니다만, 막상 사전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직관적으로 보이는 단어가 문맥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직역하면 큰일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르겠다 싶으면 냅다 영한사전 확인과 구글 검색을 병행하는 것이 습관이 됐네요. 특히 언젠가부터 긴 글을 보기만 하면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헛도는 경우가 많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중국어 메이요의 해설을 들으니... 분서갱유가 생각나서 참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것까지 감안했을 리는 당연히 없겠지만, 요즘 중국에 '모르면 잡아떼라, 알아도 무시해라' 같은 사고방식이 판을 치는 만큼, 여러모로 직설적인 표현이라고 해야겠군요.
영어 표현 관련해서 당장 생각나는 좋은 예시는 별로 없습니다만, 굳이 꼽자면 Jack 같은 사람 이름이 들어가는 것들이네요. Jack and Jill, Jack of all trades 같은 것들이요. 전자는 우리말의 철수와 영희처럼 아주 평범하고 흔한 사람이란 뜻이고, 후자는 직역하면 모든 거래에 끼는 사람 즉 '다재다능, 팔방미인'을 뜻하는 뜻이니까요. Jack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문득 lumberjack은 어째서 나무꾼이란 뜻일까 하고 찾아봤더니 캐나다식 표현이 유래라는군요(윅셔너리). 영어도 작정하고 파헤치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