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카리브해에 위치한 '히스파니올라 섬'이라는 곳입니다.
이 섬에는 2개의 나라가 들어서 있지요. 서쪽 1/3은 아이티, 동쪽 2/3는 도미니카 공화국입니다. 쓰는 언어도 다른데, 아이티는 카리브해에서 드문 프랑스어 사용국이고, 도미니카는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두 나라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요. 아이티는 '최빈국' 내지는 '대지진'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도미니카는 그럭저럭 잘 사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아이티는 산 같은 곳도 거의 다 헐벗었습니다. 삼림의 비율이 국토 대비 1~2%라지요. 반면 도미니카는 국토 상당부분이 삼림으로 덮여 있습니다. 요즘 삼림 파괴가 빈번하다지만 아이티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두 나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독재자가 통치하던 시기를 지났다는 점입니다. 아이티는 뒤발리에 부자, 도미니카는 트루히요와 발라게르가 있습니다. 그런데 트루히요와 발라게르는 부정축재도 하고 친인척등용 같은 것도 했다지만 나름 경제감각과 환경보호에 대한 신조를 갖고 있었고, 도미나카는 그럭저럭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반면 뒤발리에 부자는 국가 발전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고, '통통 마쿠트'라는 비밀 경찰 조직을 동원해 국민을 공포로 지배할 생각만 했다지요. 물론 독재는 다 나쁜 거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아이티 같은 경우는 독립하자마자 프랑스가 '배상금' 명목으로 아이티에게서 돈을 뜯어가고, 결국 건국 초기부터 빚더미에 올라앉고, 미군정 시기도 지나고... 지금의 아이티가 최빈국이 된 데에는 독재만이 원인인 건 아닙니다. 물론 뒤발리에 부자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요.
아이티에 지진이 나고 나서 아이티인들이 옆나라 도미니카로 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도미니카인들이 아이티인들에게 상전처럼 군다는 겁니다. 굴곡진 역사가 낳은 씁쓸한 단면이지요.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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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SiteOwner
2014-03-06 23:59:22
히스파니올라...현실세계에서는 저 섬의 이름이지만, 보물섬에서는 등장하는 배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아이티의 상황은 정말 희망이 없습니다. 그보다도 더욱 희망이 없는 국가가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북한 등 더 널려있다는 점에서 더욱 절망적이지만요. 아이티의 참상은 진흙쿠키에서 잘 알 수 있는데, 게다가 삼림파괴까지 저렇게 심하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를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유명인이라면 전직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즈 투수부터 거명하겠습니다.
마드리갈
2014-03-16 23:23:07
본문의 지도에는 안 나오지만, 저 히스파니올라 섬의 서쪽 끝 반도의 앞에는 나바사 섬이라는 무인도가 있어요.
아이티가 미국과 영토분쟁을 벌인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두 나라는 저 섬을 두고 영토분쟁을 벌여요. 1504년에 콜럼버스가 발견한 이래 버려져 있다가 1801년부터는 아이티가, 1857년부터는 미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게 되었어요.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점유하고 있지만요. 1903년부터 1917년까지는 쿠바의 관타나모 주재 미 해군의 속령으로 있다가, 1917년에서 1996년 사이는 미 연안경비대, 그리고 1996년 이후로부터는 미 내무국 관할로 되어 있어요. 국력의 차이가 전혀 상대가 안 되어도 영토분쟁은 있을 수 있다는 신기한 사례의 하나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