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모비 딕이라 해도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백경(白鯨)이란 제목으로도 유명하지요. 아마 초기에 영국에서 세 권 분할되어 삭제 출판되었을 때의 제목인 The Whale의 의역인 듯 싶습니다. 실제 작중의 모비 딕이 흰 고래이기도 하고……
매우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해서 줄거리는 스포일러니 내용 누설이니 할 것도 없이 검색하면 다 나오는 수준……인데 19세기 소설이니 당연하려나요. 작중의 화자인 주인공(이쉬마엘)을 통해서 비춰지는 에이허브 선장과 모비 딕의 대결, 그리고 스타벅이나 퀴퀘그를 비롯한 선원들의 이야기 등 말이죠.
그리고 이 책이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런던의 대영도서관(British Library)에선 미국 소설도 아닌 고래학 서가에 꽃혀있었다고 하지요. 축약본이나 동화 판본으로 읽어보신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을 지 모르겠지만 완역본으로 쭉 읽어보다 보면 작중 포경과 포경선 생활 뿐만이 아니라 고래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장황하게 펼쳐져 있어서 읽다 보면 정말 그럴 만도 했겠구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 자체가 허먼 멜빌 본인의 포경선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보니까 밑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고래 이야기는 지금 내가 소설을 읽는 건지 고래학 서적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답니다.-_-;;
그렇긴 해도 개인적으로 근대 범선시대의 해양 생활에 관한 자료, 그 중 포경선에 관한 자료가 일부 필요했던 지라 읽는데 덩달아 고래에 관한 일부 지식까지 얻게 되니 뜻하지 않은 수익이로군요.(물론 아무리 멜빌이라 해도 현대에 비하면 약간 모자란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당시 고래에 대한 인식이라던가 고래학에 대한 이야기 등은 나름 괜찮은 자료들이죠.)
그리고 이걸 다 읽으면 무엇을 읽을까 고민중입니다.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는 3권 이후 번역본이 안나왔고 혼블로워 시리즈는 구하기가 어렵다는데 마이클 크라이튼의 해적의 시대를 읽어볼까요? 해당 작가분의 유작(…이라기엔 사후에 그의 컴퓨터에서 발견 된 것이라 미묘하지만)이면서도 작가가 생전에 많이 낸 SF도 아닌 해양 소설이라고도 하니 왠지 흥미가 가더군요. 해적이라는 소재 자체도 그렇고.
요즘 근대 해사에 관한 지식이 좀 필요해서 해양 소설 등을 찾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은근히 자료 찾기가 까다롭군요. 역시 해양 소설은 어려워서 인기가 적어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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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4-03-28 08:16:22
그러고 보니 저도 아직은 모비딕 전체는 읽어보지 않았어요. 영화화된 것을 보긴 했지만요.
해사전반, 그리고 고래와 포경업에 대한 상세한 지식이 소개되어 있다니까 저도 관심이 많이 가고 있어요. 역시 바다를 좋아하고 동경해서 그런 걸까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폴리포닉 월드도 해양의 비율이 확실히 높다 보니까 자료수집도 많이 해야 하고, 그래서 관심이 가네요.
국내 독서계의 암울한 현실이라고나 할까요. 추리소설 시장도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데, 해사에 상당히 무관심하거나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 터라 더더욱 인기가 없을 거예요. 조선강국이자 세계 유수의 무역국인 우리나라가 해사관련의 불모지라는 건 정말 역설적이예요.
대왕고래
2014-03-28 23:35:53
고래라고 하니까 순간 찔렸어요;;;
그나저나 희안하네요, 소설이 소설쪽이 아니라 고래학 서가에... 그만큼 상세하다는 것이겠죠.
모비딕은 이름만 말로 들어봤는데, 동명의 소설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저한테는 어려울까요?
HNRY
2014-03-29 00:42:49
원본의 경우 멜빌의 경험을 토대로 한 방대한 고래학과 포경업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에이허브와 모비 딕의 이야기에 촛점을 두고 싶으시다면 축약본을 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뭐, 막대한 분량의 텍스트를 감당하실 수 있으시다면 저처럼 완역본을 읽으시는 것도 상관이 없습니다.
SiteOwner
2014-04-03 12:38:39
그러고 보니, 해양을 소재로 한 창작물은 국내에서는 묘하게 인기가 없는 듯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이고 역사 속에서는 해군 관련의 걸출한 인물도 많은데다 무역, 조선 등의 강국인데, 국내외를 통틀어 해양을 다룬 것은 그다지 인기가 없으니 이 역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싶습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모비 딕을 위시한 해양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소장도서 중에 국제해양법, 조선공학, 여객선의 역사, 군함 등 해사관련의 책이 꽤 있다 보니 이런 것들도 저녁시간이나 휴일을 이용해서 다시 읽어 봐야겠습니다.
해사관련에의 학구열을 다시 지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