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는 '남성향'의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장신 여성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어요.
아래 게시물로 운영진이신 마드리갈님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온 얘기지만, '장신'이라고 거듭 강조 되는 캐릭터가 사실은 강조 되는만큼 키가 크지 않는다든가...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보다 평균 신장이 조금씩 작다지만, 그렇게 차이가 크지 않은 걸로...알고 있습니다.
가끔 애니메이션을 보면 장신 여성에게 이상할만큼의 '컴플렉스'를 부여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는 단신(혹은 빈유)인 여성에게도 마찬가지고 '컴플렉스' 자체를 모에요소로 삼으려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과장 된 면이 있지만, 단신이나 빈유 같은 경우 '적고 작다'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컴플렉스'에 납득이 쉬운 반면 장신의 경우 일단 '부족함이 없다'란 것이기 때문에 컴플렉스를 과장하는 면에서 어색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꼭 장신인 것을 장신여성의 경우 특히 부각 되는게 일본의 '카와이이 문화'와 연관이 있지 않나 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성 고정관념이 진하게 고착화 된 나라 중 하나로 보고 있어요.
일본은 여자에게 '작고, 어려 보이고, 여려 보이고, 여자다울 것'을 우리나라보다 좀 더 강조한단 생각이 들어요.
물론 우리나라 역시 그런 성향이 분명 있지만 특히 일본의 경우 '작고'가 우리나라보다 중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장 '귀엽다'라고 쉽게 번역되는 일본어 'かわいい카와이이'는 우리나라 '귀엽다'랑 뉘앙스가 조금 다른게 우리나라에선 여자에게 '귀엽다'라고 하면 단순히 귀엽다는 것 외에도 예쁘다' 보단 좀 더 차등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쁜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을때', '차마 예쁘다곤 말 못하겠는데 못생겼다고 하긴 뭣할 때' 이런식으로요.
인터넷 유머로 만남 주선자에게 '예쁘냐'라고 물었을때 '귀엽다'란 대답이 들어오면 외모는 크게 기대하지 말란 내용도 있답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여자에게 최고의 칭찬 쯤으로 사용 되고 남자든 여자든 예쁘거나 정말 귀여운 여자아이를 볼때 'かわいい카와이이'라고 하죠.
자신이 카와이이 하지 않다고 열등감을 느끼는 여자아이에게 'かわいい카와이이'하다며 위로 해주거나 여자아이 스스로 자신의 'かわいい카와이이'함을 자각하거나 주변에서 직시하는 순간은 작품의 아주 커다란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실제로 ('かわいい카와이이'랑 대응되어 나타날때) '예쁘다'라고 번역되는 'きれい키레이'보다 여성에게 '카와이이'라는 칭찬을 자주 하는 걸로 보아 확실히 우리나라의 '귀엽다'와 일본의 'かわいい카와이이'는 분명 그 역할이 다르다고 보고 있어요.
일본의 남성향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선 장신여성은 기본적으로 'かわいい카와이이'하기 어렵다고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작품내 여자들에게 'かっこいい칵코이이', 'きれい키레이'라고 평해지면서 동경의 대상으로 묘사 되는 경우가 많고, 남성들에겐 미인이라도 어쩐지 마냥 달갑지 않고 껄끄러운 대상이 되거나 공격적인 성향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다수. 혹은 남성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이미지로 그려져요. 어쩐지 키가 크단 이유만으로 다른 여자애들보다 스포츠를 월등히 잘 하기도 하죠. 사실 일부 스포츠 장르를 빼면 운동에 크게 관심 없는 일반 여성들끼린 신장 차이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지 않는데 말이여요.
'장신', 즉 키가 크다는 것 자체만으로 '여자답지 않다' 혹은 '남자같다'(= 'かわいい카와이이' 하지 않다)라고 여기고 있는게 아닐까, 해요.
윗 문단에서 서술 되었듯 미인이라도 남성들의 동경대상이기 이전에 여성들의 동경대상으로 그려지고, 남성들의 라이벌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죠.
또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스포츠를 잘한단 설정도 쉽게 따라 붙는단 점에서 좀 더 제가 생각한 가설과 들어맞는다고 생각해요.
장신을 좋아한다는 남성들도 보통은 연인으로선 자신보다는 키가 작은걸 좋아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작품을 보는 남성독자의 신장이 다양한고로 그들의 심리를 배려한 묘사나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키가 커서 아이들이 날 무서워한다' 라는 장신여성의 대사도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로 일본의 아이들이 키가 큰 사람(혹은 여자)를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런 말을 하는 장신 캐릭터 대다수가 175cm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게 우스워요. '덩치'라면 모를까, 단지 '키'가 크다고해서 어린아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는걸 전 살면서 본 적이 없거든요........
그 외 유사한 사례로는...
아이돌 여성성우, 혹은 준 아이돌급인 여성성우들도 30이면 충분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나 팬들이나 안티들이나 나이로 컴플렉스 개그를 쉽게 선보이곤 하고, 이는 20대 후반으로 등장하는 만화 속 여성 캐릭터들도 마찬가지. 이 중 한갈래로 '노처녀 개그'도 있죠.
실제로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의 팬덤은 10대와 20대 외에도 다양한데다, 사회생활을 하는 관련 업계인으로 한정 짓는다면 30대는 차라리 젊은 편이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 만화, 애니메이션이 10대 캐릭터 위주라고 한들 줄기자체 저런 노처녀 개그를 내세우는건 업계의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 돼요... 급진적인 페미니즘 성향을 바라는게 결코 아니여요.(그런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면 굉장히 흥미롭긴 하겠지만.)
단지 당장 느끼는 감상은 마냥 20대 후반의 여성이 나오면 거진 세상에 찌든 것처럼 나오고, 맥주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든가, 야구를 좋아하는 아저씨 같다든가, 나이에 민감하다든가, 결혼이나 연애 얘기가 나오면 괜히 폭발한다든가... 이런 스테레오타입은 꾸준히 나오는거 같아 순수하게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겹다고 느껴져요. 마치 '금발 트윈테일 니삭스 빈유 츤데레'나 '안경 땋은머리에 거유 문학소녀 반장' 같은 캐릭터들이 질리다고 지적 받고 꾸준히 개선 되듯이 장신 여성이나 20대 후반의 여성 캐릭터성도 조금씩 개선 되어 나갔으면 좋겠네요.
피올랑이어요.
9 댓글
아스타네스
2015-04-21 14:19:59
가이낙스에서 내놓은 프린세스 메이커 5를 하다가 중학생으로 큰 딸아이가 '키가 너무 커서 고민이다' 라는 텍스트가 뜰 때의 신장이 160이라서 엥?? 하고 갸웃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이 때 대답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지만 멋져/그래도 귀여워/신경쓰지 마) 한일간 단어의 뉘앙스 차이가 꽤 많다는 건 알았지만 귀엽다와 かわいい 에도 그런 게 있는 줄은 몰랐네요.
노처녀 개그를 보니 남자의 동정 개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몇세까지 동정을 지키면 마법사가 된다는 류의 개그) 개인적으론 그런 개그들은 인생의 전성기를 10-20대로 결정짓고 그 이후는 쓸모없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게 만드는 것 같아서 관련 개그를 보는 건 자제하고 있어요.
셰뜨랑피올랑
2015-04-25 18:47:09
사실 그런 비하적이거나 자괴감 드는 개그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자극적인만큼 재미도 있는걸요.
하지만 그만큼 단순해서 쉽게 질려버리는데 그런 개그를 사실상 몇십년씩 우려먹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키 160cm면 국내기준으로 아주 큰 키가 아닌데.
프레지스티
2015-04-21 14:34:39
셰뜨랑피올랑
2015-04-25 18:50:02
보통 서구적 근대화가 이루어진 나라면 체격이 클거란 인상이 있는데 일본은 그 반례인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평균 키보다 '조금' 커도, '평균보다' 크고 굳이 평균과 비교하지 않으면 굳이 '크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데 일본은 전혀 그런거 같지 않아요. 작내 레귤러 여성멤버 중 최장신인 캐릭터를 보면 정말 평균보다 2-3cm큰 경우가 고작인게 많더라고요.
TheRomangOrc
2015-04-21 21:03:42
확실히 그런 스테레오 타입들이 있죠.
그리고 그런게 너무 노골적으로 되풀이 되면 보는이에게 식상함이나 불쾌함을 줄 수 있고요.
중요한 포인트를 아주 잘 지적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 역시 그러한 것들에는 평소에도 신경을 자주 쓰는 편인지라 말씀해주시는게 공감이 많이 가네요.
셰뜨랑피올랑
2015-04-25 18:51:33
위에 적었듯, 단순하고 자극적이여서 재미는 있을 수 있지만 정말 그 뿐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물려버려서 재미조차 잃으면 그냥 불쾌함만 낳는 억지 밈에 불과하니 창작자들이 이런 개그는 지양해줬음 좋겠어요!
SiteOwner
2015-04-28 21:17:42
생각해 볼 점이 많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일본의 창작물에서 장신의 여성캐릭터에 대한 대접이 과히 좋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긴 합니다. 특히 장신의 여성이 자신의 키에 컴플렉스를 가진 것이 선명하게 묘사된 애니에는 아즈망가대왕(あずまんが大王)이나 사사메키코토(ささめきこと, 속삭임) 등이 있고, 키의 설정값 자체에 모종의 리미터를 건 것같은 애니에는 케이온(けいおん), 러브라이브(ラブライブ!), 왈큐레 로만체(ワルキューレロマンツェ) 등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억지설정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현상이 일본만의 현상일까요?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흔히 주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키크면 싱겁다는 말을 한다든지, 여자는 키가 좀 작은 편이 미인이 많고 여자답다고 여기는 풍조가 국내에 꽤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일본에 한정된 것이 아닌 동북아시아 지역의 사고방식이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셰뜨랑피올랑
2015-04-29 10:30:33
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현상이 있긴 하지만 일본이랑은 조금 다른게 본문에서 거론 됐다시피 평균보다 2-3cm크다고 해서 굳이 '키 크다'라고 하진 않거든요...평균키보다 약 8cm큰 170cm이상이 되면 장신임을 컴플렉스라고 느끼는 여성이 많이 늘어나지만 그 이하는 컴플렉스라고 여기는 빈도가 낮더라고요.
또, 일본 아이돌과 달리 한국 아이돌은 여자 멤버라도 키가 작으면 좀 더 높게 쓰곤 해요. 155cm가 조금 안 되는 키라면 155cm라고 적는다든가. 167cm이상이 되면 굳이 키를 더 크게 적지 않는데 그 이하의 키라면 굳이 부풀리곤 하는 경우가 상당수에요... 또 여러가지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여자아이돌 키가 작은걸 비하요소로 활용하는 반면, 큰 키는 되려 칭찬하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요.(다만, 신장과는 별개로 여자 아이돌의 체력이 좋을 경우 여자답지 않다고 놀리는 경우는 상당수....)
그에 비해 일본 여자 아이돌이 가슴 사이즈가 아니라 키를 더 크게 적는단 사례는 한참 적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했을때 일본이 좀 더 키가 작은 여자에 보다 긍정적이고, 키가 큰 여자에 보다 부정적인거 같아요. 그리고 이런 성향이 본문에서 기준으로 잡은 남성향 애니메이션에서 더 두드러지는거 같아요.
마드리갈
2015-05-03 23:57:10
어느 문화권이든지 나름대로의 각자의 불문율이 있긴 하지만, 일본의 애니나 게임 등에서는 확실히 여성의 키에 대한 오키테(掟)가 있는 듯해요. 일정 수준을 넘으려고 하지 않고, 넘는 경우에는 여러모로 제약을 걸어놓는다든지...
나중에 별도의 게시물로 좀 다루어 보려고 해요. 장신의 여성캐릭터와 설정된 성격에 대해서...
일단 아즈망가대왕의 사카키, 사사메키코토의 무라사메 스미카 같은 경우는 큰 키에 컴플렉스가 있다는 식으로 나오고, 사키의 쿠보 타카코는 성격파탄자, 후카보리 스미요 및 분도 세이카는 평균 이하의 외모, 후지타 야스코는 거침없는 성격, 이노우에 쥰은 남자같은 성격과 무례함, 아네타이 토요네는 이상할 정도의 여리고 꼬맹꼬맹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어요. 그나마 사키의 장신 여성캐릭터 중에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는 아카도 하루에인데 실수로 팀을 패배시킨 트라우마에 오랫동안 시달렸다는 약점을 부여해 두고 있어요. 또한 아이돌마스터, 왈큐레 로만체 등에서는 일정 수치 이상의 키가 나오지 못하게 만든 감이 있어요. 비록 아이돌마스터의 경우는 신데렐라걸즈로 이행하면서 그게 깨졌지만...
그리고 연령대가 올라가는 성인 여성캐릭터의 경우...
사랑과 선거와 초콜릿의 시노노메 하즈키 및 워킹의 타카나시 코즈에의 경우 수시로 맥주를 퍼마셔대는 것으로 묘사되어요.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의 히라츠카 시즈카의 경우 장신거유의 미녀이면서 소년격투만화 애호, 고성능 스포츠카 오너 등의 남성향 취미를 지닌 헤비스모커이면서 연애, 결혼 등에서는 상당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든지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