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때 수학을 정말 못해서 기초반에 들어갔는데, 정확히는 중학교부터 고1 과정까지 다시 처음부터 요약해서 배우는 기존 교육과정과는 전혀 다른 교육과정이였고 이름도 별도였는데 학교나 학생이나 기초반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기초반 선생님들은 전부 신입교사가 임명되었습니다. 이유는 불문이지만 교육 지도에 대한 감을 잡게 하기 위해서였겠군요.
하여튼 기초반에서의 학습은 그냥 별 볼일 없었고 성적도 나름대로 충분히 잘 나와서 그저 그랬다 싶었는데 수학선생님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매우 정직했다거나 매우 열의를 보였다거나 하는건 아니였고 아직 젊어서인지 교무실에서 술을 마시고선 자는 경우도 있었고 체벌도 심하게 하시는 분이였지만(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엔 체벌이 사문화된 이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대한 열정과 불의에 대한 저항감이 정말 크셨던 분이였습니다.
한 때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지금도 학교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선생님 집이 횟집을 했는데 어릴적부터 잡무를 맡다 고등학교 즈음엔 카운터 직원을 하셨는데 낮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밤에는 역시 취객때문에 여러 일이 있었다 합니다.
경찰을 부를 정도로 심각했던 일도 있었다던데 하여튼 어느 날 카운터를 보고 있는데 취객이 행패를 부리며 가게의 기물들을 부수려 하였답니다. 선생님을 비롯해서 전 가족이 말렸지만 더욱 더 행패를 심하게 하였고, 결국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이 오기 직전까지도 계속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인내심을 못 참고 취객에게 점점 더 거칠게 이야기 하자 취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야이 X만한 XX야! 손님은 왕이야! "
그러자 선생님은 이렇게 반문하셨다 합니다.
" 아니 손님 왕도 왕 같이 굴어야 왕 대접을 받는거지 이렇게 뭣같이 구시면 쿠테타 일어나는겁니다! "
그 뒤 경찰이 오고 소동은 진정이 되었다는데... 개인적으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많이 가슴에 들어가더라고요.
사실 사회에서의 경험이 굉장히 짧긴 하지만 여태껏 감정 노동을 하면서 속히 "손놈"이라고 불리는 짜증나는 손님을 접한 적은 없었습니다. 머리를 안 감고 온다던가 술에 취해서 왔다던가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그 정도는 감안이 되더군요. 하지만 제가 일할 때는 아니였지만 가게 안에서 직원에게 행패를 부리는 손님을 전혀 못 본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의 말이 진리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생각되어 남겨봅니다.
조명이 좀 더 비싼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서 그늘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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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파스큘라
2016-02-26 17:07:11
사실 "손님은 왕이다" 라는게, 가게 직원의 입장에서 '손님을 그만큼 정중하게 대접'하라는거지 손님 보고 '나는 왕이니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고 하는게 아니죠. 실제 역사에서도 폭군이 어떤 대접을 받았고 종국에는 어떻게 분노한 민중들에게 두들겨맞았는지를 생각하면 그런 주제에 '손님은 왕이다' 라는건 막말로 '나는 폭군이니 반란으로 처형당해도 싼 인간이다' 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죠.
프레지스티
2016-02-26 17:35:08
선생님의 저 일침이 정말 사상이 잘 압축된 말이라 느껴집니다.
정치적 올바름적으로는 조금 과격하고 빗나간 면이 있지만 정말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 여겨졌습니다.
(+빠른 댓글 감사합니다!)
마시멜로군
2016-02-26 18:52:15
와.. 진짜 멋진 말이네요. " 아니 손님 왕도 왕 같이 굴어야 왕 대접을 받는거지 이렇게 뭣같이 구시면 쿠테타 일어나는겁니다! "라니..
Lester
2016-02-27 02:55:05
그런 분들께는 사회계약론을 읽어보기를 권장하고 싶네요.
아마 "시민은 권리의 보장을 위해 지도자에게 권한을 일부(혹은 전부) 양도하고 계약을 맺어 국가를 형성한 것이므로, 지도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반발할 수 있다"였던가요? 즉 계약(정확히는 불문율)을 위반했으니 제지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SiteOwner
2016-02-28 18:12:18
글을 작성하실 때에는 시, 가사 등의 운문문학작품이 아닌 한은 완결하지 않고 도중에 줄바꿈을 하지 않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사항은 다음의 이용규칙 및 추가사항의 개정 및 증보에 반영할 것이며, 이 게시물의 코멘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이 방침의 직접적인 표면화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반드시 문장을 완결한 뒤에 줄바꿈 또는 이어쓰기를 선택해 주십시오.
이러한 방침에 대해서는 이후 별도의 게시물에서 다시 공론화하겠습니다.
마드리갈
2016-02-29 16:37:49
말은 확실히 맞는데, 오히려 흥분한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도 하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것, 그 다음이 문제가 발생한 초기에 제압, 그리고 예의 상황같은 경우는 그 다음이라고 보여요. 그 이후 사태가 수습되었다니까 결과적으로 다행이긴 하지만...
위에서 권고된 사항을 조속히 이행해 주세요.
2016년 3월 2일이 끝나는 시점까지 권고사항이 이행되지 않았기에 운영진 권한으로 직접 고쳐 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