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IT 디바이스는 이제 어디서든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은행의 ATM, 관공서의 증명서 발급기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2010년대부터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생활에서 터치스크린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드물어 보입니다. 게다가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의 디스플레이에서도 터치스크린 기능이 탑재된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보니 화면을 만져서 제어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자신이 사용하는 디지탈기기를 다루는 습관 그대로 타인의 장비를 사용해도 좋은 것일까요?
사실 별도의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화면의 여러 사항을 조정하는 것보다는 화면에 직접 손을 대어 상황을 바꾸는 것이 더욱 직관적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기술이 발달한 미래상에서 묘사되는 것 중에는 터치스크린 기술이 있었고, 그러한 기술이 실용화되기 전에도 사람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화면에 손을 가져가기 마련이었습니다. 데스크탑의 디스플레이로는 CRT(Cathode Ray Tube)가, 당시로는 아주 고가의 물건이라 아주 보기 힘들었던 노트북에서는 DSTN(Dual-scan supertwist nematic) 방식의 액정화면이 쓰였던 1990년대에조차, 사람들은 자신의 필기구나 손가락을 화면에 대기 일쑤였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화면에 나타난 내용이 어떻게 되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0년대로 넘어와서 여러 방면에서 터치스크린 기술이 많이 도입되고 생활주변에서 그런 것들을 보기 쉬워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노트북도 많이 보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역시 1990년대와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만지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대거 보급되자 이제는 이전의 무의식이 바뀌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제는 화면을 만지면 이전과 달리 대부분의 경우에서 나타난 내용이 바뀌어 주니까요.
이러면서 타인이 사용하는 화면에 대해서 자신의 습관을 생각없이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와서 화면을 만진다든가 하는 것이 그런 것인데, 그냥 손가락으로 화면을 만져도 남는 손자국을 지우기 힘든 마당에 기어이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눕히려 든다든지 펜 같은 뾰족한 필기구로 찍으려 듭니다. 그러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어서 그대로 소리를 확 질러 버립니다. 이건 터치스크린 대응이 아니라고, 설령 그런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허락없이 만지면 안된다고, 화면이 손상되면 배상할 거냐고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 도저히 근절될 기미가 없고, 성질 더럽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참고 있으면 제 노트북 화면은 금방 깨진 창문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고 저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이런 딜레마를 접하게 되면 난감해지지만, 후자의 방법은 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터치스크린이 보편화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IT 디바이스가 그렇지 않으며, 또한 타인의 소유물에 대해서 자신의 방법대로 쓰려 들지 않고 사용에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할텐데, 어째 편리한 것만 찾으려 할 뿐 서로에 대한 배려는 안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세태에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생활예절이라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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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HNRY
2016-04-25 22:25:23
그런 사람이 있나요? 희안하군요. 컴퓨터나 TV를 함께 쓰는 사람이라면 그런 걸 모를리가 없을 텐데......그 사람에게 전자기기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뿐인 것 같군요.
그러고 보니 터치하는 데 익숙해져서 뭐든 터치하려고 보는 사람을 소재로 한 광고가 기억나는데 찾아봐야겠습니다.
HNRY
2016-04-25 23:11:04
수십명이라.......습관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일단 "남"의 물건이란게 중요할 텐데 오너님의 의야기를 들으니 제 주변 사람들이 좋았던 건지 아님 오너님과 마드리갈님 주변 사람들이 나빴던 건지 모르겠군요. 아니면 제가 아직도 사람들을 많이 못만나 본 것일까요.
SiteOwner
2016-04-25 22:42:58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 동안 봐온 결과 제 주변의 사례만 보아도 수십명은 되었습니다.
실제로, 노트북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어서 그 사건의 주범과 신경전을 벌인 끝에 배상을 받아낸 적도 있고, 어떤 친척은 동생이 사용하는 노트북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화면을 눕히려고 해서 동생이 비명을 지르고 하는 등 난리가 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쪽으로는 예민해서, 가능하면 개인용 노트북은 캐비닛에 수납해서 잠근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제3자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마시멜로군
2016-04-26 00:03:05
터치에 익숙해도 일반 모니터나 노트북을 터치하려 드는건 충격이네요.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는걸로는 모자라는걸까요? 애초에 남의 물건을 만지는거 자체가 실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SiteOwner
2016-04-26 22:37:48
그런 자들이 많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별별 경우가 다 있는데, 뾰족한 볼펜이나 만년필 끝으로 화면을 콕 찍어대려고 애쓰는 자마저 있으니,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약간 소프트한 방법으로서 그런 사람이 아예 접근을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서 화면을 건드릴래야 건드릴 수 없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저를 뿌리치고 그렇게 일을 저지르지는 못합니다.
파스큘라
2016-04-26 03:48:36
저는 누가 제 물건을 손대면 경기를 일으키는 성격인지라 반대로 남의 것도 그렇다고 생각해서 어지간하면 터치는 커녕 관심도 가지질 않네요. 생활 예절이라는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생활 속에서 당연히 습득하고 실천하는 건데 이 간단한 걸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SiteOwner
2016-04-26 22:42:44
보통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기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됩니다.
이미 일이 일어나고 난 뒤에는 이왕 이렇게 된 것 어떡하느냐, 그거 얼마하길래 그렇게 나오느냐, 어차피 당신이 물건을 거기 놔두니까 그렇지 등등 그러는데, 그렇게 말하면 제 대답은 절대 곱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범죄피해를 당해서 죽어갈 상황에 그대로 그 말 돌려드리죠" 라고. 보통 이렇게까지 말하면 반박에 성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그래도 파스큘라님의 경우가 많이 걱정됩니다. 취미활동의 영역이 폄하되거나 컬렉션 아이템에 함부로 손상이 가해지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안샤르베인
2016-04-26 23:02:52
남의 물건은 애초에 손 대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것 같아 씁쓸하네요.
SiteOwner
2016-04-26 23:36:34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남의 물건이니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되겠다가 아니라, 내 물건이 아니니 어떻게 되었든 상관없다고. 그리고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IT기기의 교체주기가 짧으니까 잠깐 쓰고 말 것에 뭐 그리 애착을 가지나 하는 등의 사고방식이 널렸습니다. 거기에 터치스크린이 널리 보급되면서 화면에 직접 손가락을 갖다대는 직관을 고쳐야 할 동인 자체가 없어진 터라 생각없이 사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확실히 씁쓸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