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의 후반인 지금과 20년 전인 1990년대 후반을 비교해 보면 여러모로 많이 달라진 시대라는 게 느껴집니다.
어떤 변화상이 있었는지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오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투리도 꽤 평준화되었다고.
처음 서울 생활을 했을 때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서울말에서 특정 모음이 이상하게 변화하는 특징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계란, 베개, 배우의 이름 엄앵란을, 서울말로는 겨란, 벼게, 엄영란이라고 발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글자 그대로 발음하면 지방 사람이다, 촌스럽다 하는 것이 당시의 서울말의 분위기. 앞의 두 예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세번째의 예는 완전히 인명 자체를 바꾸어 버리는 것이었고, 이 사례는 실제로 TV 방송에도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는 발음하는 경향은 아예 없다고 할 정도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영남권에서도 특정 모음이 달라지는 현상은 물론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금을 소곰으로 발음한다든지, 다듬다를 다담다로 발음한다든지 하는 것. 이런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간혹 마리를 바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자음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 사례는 더욱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어휘발음 그 자체의 차이는 상당히 좁혀지고 요즘은 억양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 식입니다.
표준어의 어휘가 사투리에 수용되면서 이전의 사투리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로 사투리의 어휘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를테면 쌤(선생님), 아재(아저씨), 정구지(부추) 같은 말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변화에 초연한 어휘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령 또는 지링이라는 말은 간장을 뜻하는 여진어계 어휘인데,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아직 대구 및 경북 서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콩국수를 호남에서는 콩물국수라고 쓰고 충남 태안군 일대에서는 식당을 식관이라고 표현하는데 예의 표현 또한 다른 곳에서는 아직 접한 적이 없습니다.
회고해 보니 언어의 변화라는 게 20년 정도 지나면 확연히 느껴지는 건가 봅니다.
그리고,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군요. 몸 상태는 지금이 가장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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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시멜로군
2016-07-06 22:27:03
방언이라.. 그 당시 서울말은 뭔가 어색하네요. 언어는 변하기 마련이긴 하지만요.
익숙한 방언도 있고 어색한 방언도 있네요. 쌤이나 아재의 경우에는 사투리인줄도 모르고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하죠. 그런데 지링이나 식관은 확실히 어색하네요.
SiteOwner
2016-07-07 19:28:45
당시의 서울말은 확실히 미묘한 데가 있었고, 이상한 편견이 여전히 많이 지배했습니다. 심지어는, 서울말을 쓰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사투리를 언어장애라고 규정하는 괴이한 풍조마저 있었습니다. 예의 풍조는 요즘은 찾아보기 아주 힘들 뿐더러, 동의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요.
확실히 몇몇 사투리 어휘들이 조금씩 입지를 넓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건 그렇지 않지만요.
아직 인생을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이렇게 생활 속에서 언어가 변화하는 과정을 회고해 보니 확실히 감흥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