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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AD (사드) 논란의 사고구조 1 - 산적과 행인의 선택지

지난 글에 이어 사드 논란의 사고구조 그 두번째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THAAD라고 쓰고 사드라고 읽는, 미국의 록히드 마틴에서 개발한 종말단계 고고도지역방어체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요격미사일시스템을 두고 우리나라 정부와 미국 및 일본은 지지입장을 보이고, 국내의 특정 정치세력을 위시한 각종 반대세력, 북한, 중국 및 러시아는 이것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거나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같은 사물에 대해서 이렇게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면 이것은 필경 어느 한쪽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과연 사드가 무엇이길래 이러는 것일까요?

일단 몇 가지 자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적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적재된 탄두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되도록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가능한 한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여 격파하는 미사일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것을 위해서 사드는 트럭에 탑재되어 이동가능한 지휘소, 레이더 및 미사일 발사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어지역에 혹시 이상한 발사체가 날아드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러한 것이 있다면 예상 낙하지점은 어디가 될 것이고, 요격해야 할지 그냥 두어야 할지를 판단하고 그 판단결과에 따라 요격대상이라고 판단하면 그때 미사일을 발사하여 문제의 발사체를 격파하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이미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어디까지나 사드는 수동적인 방어대상인 무기임이 잘 보일 것입니다. 게다가 사드의 미사일 탄두는 폭약이 들어있지 않고 운동에너지로 격파하는 방식이니 이것으로 대지상 공격 등을 수행하기에는 아주 비효율적입니다.

그런데,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이 사실을 아무리 강변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거창한 이유를 들어야 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이미 제목에서 밝혔듯이, 사드 반대국들은 "먹이 주제에 건방지다!!" 라는 태도를 지니고 있기에 사실이나 정당한 이유를 거론해 봤자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예의 "먹이 주제에 건방지다!!" 라는 태도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또한 어떻게 표면화되었을까요?
먹이라는 말은 북한과 중국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입니다.
이미 북한은 조선노동당이 전권을 행사하는 일당독재국가이고, 그 조선노동당이 적화통일 노선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온갖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것도 이렇게 위협하면 우리나라를 위시한 주변국들이 알아서 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바라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이득을 본 역사도 있었다 보니 이 카드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푼돈을 뜯어낼 수 있는 방법이고, 우리의 입장에서는 피해없이 조금 뜯기거나 큰 피해를 입거나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손해가 확정된 게임이니까요. 이 구도를 굳히는 데에 필요한 요소가 탄도미사일이고, 그 탄도미사일을 하나라도 격추시킬 수 있는 것이 사드이다 보니 북한의 입장에서는 사드를 반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니 온갖 험악한 욕설 패악질을 통해 그들의 속내를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 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북한과는 동상이몽인데, 대체로 이런 노림수가 있다고 해석가능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이 중국은 6.25 전쟁의 휴전협정에서 교전단체 대표입니다. 즉 국제연합에 맞선 적군이고, 또한 6.25 전쟁의 개전 이전에도 각종 지원을 하여 김일성의 도발의지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인민지원군이라는 기만적인 수법으로 불법개입한 역사가 있습니다. 국제연합이 추축국의 만행에 대적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임을 생각한다면, 중국의 이런 행위가 추축국의 만행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러니랄까요, 중국은 국제연합 상임이사국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지위에 있다 보니 중국이 취할 스탠스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교전단체 대표이자 북한과의 동맹조약 체약국으로서의 스탠스.
여기에서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장려하면 장려했지 막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최소한 북한이 중국으로 총구를 돌리지 않는 한 북한은 중국의 세계전략 목표 달성에 아주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 대신 한국이나 일본 등을 공격하여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힌 다음에,  그에 대한 반격을 침략으로 간주하여 제2의 6.25 전쟁을 일으킨다든지 하는 것도 충분히 선택가능하고, 설령 북한이 총구를 돌린다고 해도 중국의 국가규모로 볼 때 입을 피해는 없으며 도리어 이를 이유로 북한을 토벌한 뒤에 국제연합 대표로서 휴전협정에 조인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어 북한지역 전후처리 문제에 더욱 높은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북한이 나중에 도축할 때 도축하더라도 당장 지금은 좋은 사냥개가 되어 줄텐데, 그 사냥개의 활동을 상당부분 방해할 사드가 고깝게 보일 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국제연합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스탠스.
위에서 본 것처럼 중국이 북한을 미리 버려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전세계적으로 악행만을 일삼는 북한을 표면적으로 옹호하게 되면 1971년의 대만 꼴이 안 날 보장도 없습니다. 사실 중국이 국제연합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1971년 10월 25일 국제연합 총회의 결의(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Resolution 2758)에서 대만 축출에 76개국이 찬성, 35개국이 반대, 17개국이 기권, 3개국이 표결에 불참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보니 국제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눈치를 봐야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첫째, 결국 북한이 위협 어쩌고 해도 어쨌든 지금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둘째, 미국의 군사적 행보 확대를 부각시켜 전쟁 대 반전쟁 구도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 이 둘을 잘 조합하면 1971년의 그날처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복안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번역을 해 보겠습니다. 첫째를 중국 정부의 표현으로 바꾸자면 "전략적 균형의 훼손" 의 우려 및 "북한 위기에 대해 주변국들은 신중할 것" 으로 변환되고, 둘째에 같은 필터를 적용하면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 이라는 표현이 됩니다.
보다 거칠게 말해 보도록 하지요. 결국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니 북한이 무슨 짓을 하든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동맹에게는 먹이니까 북한이 공격하면 한국은 그냥 얌전히 맞아 죽어라, 그것이 한국에 주어진 운명이고, 그것에 반대하면 미리 국제사회에서 쫓아내 주겠다, 보복이 두렵지 않은가, 맞서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1대 1로 싸우자 등등의 것들.

그러니 사드가 아무리 방어적 무기이고 자위적 수단이라 할지라도 중국과 북한은 무조건 반대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사드가 방어적 무기니까 반대하는 것입니다. 먹이 주제에 힘을 가지면 자신들이 피로하거나 도리어 반격받아 죽을 수 있으니까 미친듯이 싫어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웃기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 주장을 하면 할수록, 중국과 북한은 침략자로서의 본성을 전혀 버리지 못했으며 오히려 침략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선전하는 꼴이 되는데, 그게 해피엔딩이 될 수는 있을까요.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꿈은 일단 잠들고 난 뒤에 꾸어야 할텐데, 대국굴기 운운하면서 긴 잠에서 깨었다는 중국이 아직 잠이 덜 깨어서 상황판단이 안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깨어 있다고 착각하는 건지, 최소한 저는 일단 중국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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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파스큘라

2016-08-26 01:22:43

북한이야 시작부터 주먹다짐하던 사이니 그러려니 한다 하더라도 중국 같은 경우는 우리가 자국 방어를 위한 무기 체계를 산다는데 왜 그쪽에서 경기를 일으키는지를 도무지 이해하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면서 치졸하게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무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는 없으니까 경제 제제니 한류 문화 억압 어쩌고 하면서 협박하고 있고... 탈다림알라라크님이 언젠가 하신 말씀 말마따나 대국이면 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사실 저는 현대무기엔 별달리 흥미가 없어서 뉴스에서 백날 사드가 어쩌고 떠들어대도 딱히 감흥도 생각도 없고 전자파 어쩌고 하길래 레이더 비슷한건가 했다가 우연히 본 뉴스 기사에서 웬 거창한 전투차량이 나오길래 놀랐다가 그제야 그게 사드의 진짜 모습이라는걸 알고 또 그러면서 흥미가 생겨서 자료도 찾아보고 그랬네요.

 

덤으로 의도하신 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먹이 주제에 건방지다'에서 불현듯 용사물 비틀기를 주제로 나온 게임 '용자 주제에 건방지다' 생각이 납니다. 내용은 대충 플레이어가 마왕 등의 적 몬스터 입장에서 던전에 처들어오는 용사 일행을 퇴치하는 디펜스 류 게임이라는군요.

SiteOwner

2016-09-03 22:29:20

보통 중국의 그런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이 어떤지를 간파한다면, 그들의 속셈이 결국 침략의지로 귀결된다는 것이 선명히 드러나게 됩니다.
사실 이번의 사드 이외에도, 이전에 F-15K 전폭기를 도입할 때도 중국이 북경과 천진 등 북부 중요도시가 F-15K 전폭기의 작전범위에 들어간다면서 군비경쟁의 가속화 및 전략적 균형의 폄훼를 우려하며 반대한 이력이 있는데, 우리나라를 향한 침략의지가 저해되는 것이 두려워서 광분하는 것이라는 본질을 알게 되면 그간의 중국의 태도가 아주 일관적인 것도 간파가능할 것입니다.

중국은 어떤 국제문제가 생기면 사안을 중국 대 외국으로 보다 보니 앞으로 더욱 강도를 높여서 간섭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전에 일본과의 충돌이 발생하였을 때 일부러 일본산 물품의 통관을 지연시키는 것부터, 주민들이 일본계 수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카트에 담고 이리저리 돌아다녀 다 녹게 만들어 놓고는 구입하지 않겠다고 계산대에서 강짜를 놓는 등 온갖 치사한 짓이라고는 다 해 왔습니다. 그러니 중국이 대국 대국 하지만 대국이 못되고 중국밖에 못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말씀하신 게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데, 그런 게 있었다니 신기합니다.
사실 제목에 썼던 표현은, 한국어를 구사가능한 중국인들과의 대화도중 어떤 중국인들이 무심코 내뱉은 표현입니다. 하도 어이없고 황당했길래 수년 전의 것이지만 아직도 선명히 기억납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국식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별도의 글로 다루어 봐야겠습니다.

조커

2016-09-04 11:34:34

지금 저러한 중국의 중화사상에 입각한 채로 꽉 막힌 외교의 갑질을 벌인 결과로 한미일(거기에 더해서 분쟁중인 인도)에 서서히 고립되는 추세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면 동등하지 않더라도 동등하게 위치를 높이거나 또는 낮춰야 하는 아주 지극히 상식인 것을 어긴 결과는 자업자득이라 말할수 있겠네요.


사드 배치로 시작된 이 외교게임이 어떤 결과로 끝을 맻을지 개인적으로 많이 궁금하긴 합니다만.....중국의 행태는 마치 권력말기의 나폴레옹이 대륙만 봉쇄하면 된다 라는 마인드랑 비슷한거 같네요. 다소 손해는 있을지언정 우리는 너네(중국)아니라도 외교할 국가는 많거든요 하면서 무시할 수도 있다는걸 너무도 간과하는거 같습니다.

SiteOwner

2016-09-07 20:41:33

요즘 중국의 행보를 보면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는 게 잘 보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자업자득이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만 가속하고 있습니다. 순리를 거스르고 역리를 추구하는 것이 결코 제대로 안 될것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 중국은 그것이 과거의 흰소리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듯합니다. 사실 덩치가 크다는 게 뒤집어 놓고 보면 시선이 안 닿는 곳이 많아서 급작스런 공격에 취약하거나, 감가속이 더디거나, 넘어졌을 때 자신의 몸무게로 인해 더욱 크게 다치기 좋다는 약점도 있는 것인데 그건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어떻게 끝났는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사실 이 사드 논란의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침략자는 침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침략에 맞서는 우리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콘스탄티누스XI

2016-09-04 12:41:59

음...전 사드배치는 할필요가 있지만 배치과정보면 논란이 생기는게 이해가 안가지도 않는단 입장이라...

SiteOwner

2016-09-07 20:45:58

솔직히 지금 일처리하는 것을 보면 반대파에 힘을 실어주려고 일부러 저러나 그럴 정도로 무능한 면이 많이 보입니다. 하긴 외교부터 친중 반일을 노골화하다가 중국으로부터도 버림받고 일본에 대해서는 역으로 휘둘리고 있는 실정에, 안보문제를 스스로 확고한 결단 없이 국민여론에 맡기고 그것도 모자라서 적에게 그것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을 보니 정말 말도 하기 싫어질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참 나쁜 지도자 중의 하나가 일관성 없는 지도자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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