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관련 사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흔히 말하는 "우익" 문제인데, 이것들을 관찰해 보면 몇 가지 문제에 눈뜨게 되어요. 특히 그 중에서도 납득하기 어렵거나, 아예 수용 자체가 불가능한 결론이 도출되었을 때에는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중론은 대체로 이러해요.
일본이 우경화되었다, 창작물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짙다, 일본은 혐한사회로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등등...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년생)가 다시 총리가 된 2기 아베내각의 성립(2012년 12월 26일) 이후로는 이러한 중론이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데, 여기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러해요.
"그럼, 요시다 시게루는 평화주의자였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1878-1967)는 대일본제국헌법 체제의 마지막 총리이자, 현행 일본국헌법 체제의 첫 연속 4선총리를 역임한 5선총리였어요. 그리고 미군정 휘하의 일본을 주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내부적으로는 자민당 55년 체제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시다 시게루는 당대 일본의 고위관료 중 외교관 생활 덕분에 국제감각 및 현실인식이 상당히 좋은 이례적인 경우였을 뿐 기본적으로는 일본의 다른 내셔널리스트와 차이가 없었어요. 즉 그가 딱히 평화주의자였던 것은 아니었어요.
요시다 시게루는 쇼와덴노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위하려 할 때 퇴위를 막은 경력도 있고, 일본 황실의 권위가 상당히 약해진 1950년대에 "시대착오적" 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의 태도도 보였어요. 이미 이런 데에서 그의 성향이 어떤지는 확연히 보일 거예요. 그리고 1947년부터 시행된 일본국헌법을, 1948년부터 공산주의 세력이 대거 활동범위를 넓히게 되어 급변한 국제정세와 미국측의 일본에 대한 군비강화요구를 반대의 논거로서 적극 활용하기도 하였어요. 이것은 그가 특별히 평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일본을 세계열강으로 다시 성장하지 못하게 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전제로 한 일본국헌법을, 바뀐 국제정치상황하에서 일본이 다시금 세계열강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군비투자 대신 경제성장에 국가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도구로 활용한 것임에 다름이 아니예요.
이것은 국제정치학자이자 워싱턴대 교수인 케네스 파일(Kenneth B. Pyle, 1936년생)의 저서 Japan Rising에서도 엿볼 수 있어요. 저서에서는 요시다 시게루의 여러 발언이 인용되어 있으니 몇 가지를 소개해 볼께요.
요시다 시게루가 처음으로 총리가 된 1946년에 한 발언 중, "전쟁에 지고도 외교에 이긴 역사는 있다(戦争に負けて外交で勝った歴史はある)" 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19세기 전반 전쟁에 지고도 비엔나 회의를 통해 강대국 대열에 복귀한 프랑스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외교방향을 시사하는 것이었어요. 또한 "미국이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으나 영국보다 강해진 것처럼, 만일 일본이 미국의 식민지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일본이 더 강하게 될 것이다." 라고도 발언했어요.
또한 미국 정계에서는 일본국헌법 제9조가 실수였다는 발언이 속속들이 나왔어요.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화, 소련의 원폭실험성공, 국공내전에서의 모택동 공산당정권의 승리, 6.25 전쟁 등으로 공산주의 세력의 확대가 노골화되자 기존의 추축국들을 무장해제시켜 두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른 미국은 마셜플랜, 서독과 이탈리아의 재무장 및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체제에의 편입, 일본의 재무장 등을 추진하게 되는데, 일본은 이 문제에서 미군정의 요구대로 만들어진 일본국헌법을 토대로 미국의 요구를 매번 거절하다가, 그 타협책으로 자위대를 설립하게 되어요. 이것 또한 요시다 시게루가 총리재직중에 있었던 일이었어요.
그렇다면, "보통국가화" 라는 표현으로 익숙한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가 갑자기 아베내각에 들어서 일본이 갑자기 폭주해서 우향우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도 드러나는 셈이네요. 즉 일본의 국가전략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꾸준히 추진된 것이었고, 그러한 성과는 쌓이면 언제든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요. 일본이 갑자기 우경화되었네 하면서 섣불리 결론을 낸다면, 결국 요시다 시게루가 평화주의자가 절대 아닌 내셔널리스트 중의 한 사람인데 그를 평화주의자로 불러야 하는 모순이 생기게 되어요. 게다가 당시 일본국헌법 제9조가 실수였다는 발언을 한 당시 미국 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1913-1994)은 2차대전 당시 태평양전선에서 해군장교로 복무한 경력이 있음에도 갑자기 친일파가 된 셈이고, 우리나라 해군의 세종대왕급 구축함의 기원이 일본 해상자위대 건립에 공헌한 미 해군 제독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 1901-1996)의 이름을 딴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 기반하니까 그 군함의 도입이 역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억지주장도 합리화될 수 있게 되네요. 여기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요?
또, 이 점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겠어요.
흔히 일본의 우익은 혐한과의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일본의 좌익에도 혐한은 얼마든지 있어요. 실제로 일본의 좌파계열정당은 한국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겼고 북한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도 많았어요. 지금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1959년 니이가타일본적십자센터 폭파미수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한국을 테러국가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아주 거세게 일어났어요. 또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 상당히 많아서 세계최초로 우주개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소련의 발전상, 중국의 문화혁명, 세계각지에서의 저개발국의 공산화 등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 또한 넘쳤고 일본도 예외가 결코 아니었어요. 그 결과 일본의 야당 및 언론은 "한국은 군사독재국가니까 안된다, 역시 북한이 낫다. 과거 식민통치시대의 속죄를 위해서도 재일조선인들을 그들의 진정한 고향인 북한으로 귀국하도록 해야 하는 게 도리이다." 라는 결론을 내게 되어요. 그 결과가 바로 일본적십자사와 북한적십자사 주도의, 1959년에서 1984년에 걸쳐 약 9만 4천명을 북한으로 보낸 재일교포 북송사업이었어요. 이 사건을 보면, 우익이 혐한의 동의어가 아닌 것이 분명히 드러나게 되어요. 게다가 국내 운동권들이 과거에 많이 읽었던 일본의 이와나미문고(岩波文庫) 등 좌익성향의 서적에서는 북한의 김일성 체제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한국의 국내정치상황을 극렬히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기고문도 꽤 많았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결론을 내려도 좋겠네요. 일본의 좌익세력의 혐한태도는 결국 우익행보이고, 우리나라의 자칭 좌파, 진보 등은 결국 일본의 혐한을 수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본에서는 좌익이 곧 우익이고 한국 내의 진보세력은 일본의 혐한과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되는데, 일단 모순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자칭 진보세력은 누구 말처럼 "애국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 아니라 "혐한하는 방법이 다른" 것에 지나지 않게 되네요. 이 결론에 수긍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우익몰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을 마주해야 하는 사태까지 쉽게 일으키고 말아요.
그리고 또 한가지.
우익 컨텐츠를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게 정당하다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좌익 컨텐츠를 금지했던 조치 또한 정당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렇다면 현대민주사회를 살면서 결국 그 권위주의 시대의 정책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되어요. 그러면 검열의 절대적 금지를 규정하는 현행헌법은 과연 뭐가 될까요?
우익이니까 안돼 어쩌고 하는 우익몰이가 자승자박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우익몰이에 경계를 기울여야 할 거예요. 수용할 수 없는 결론을 받아들여야 하는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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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스XI
2017-07-26 20:01:02
음....우선 재일교포 북송문제는 한국에선 무관심한 편 아니었던가요? 조총련을 옹호할 생각이 없긴 한데, 이북이 아닌 남한에선 해당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된게 있다고 들어보진 못해서요. 그리고 마드리갈님이 일본 좌익의 혐한성에 관해 언급하신 시기는 냉전시기인데, 냉전전 좌익 정당과 냉전후 좌익 정당은 주변 정치환경상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동구권의 붕괴, 리버럴의 대두) 냉전 전의 이야기만을 가지고 현재 일본 좌익 정계를 비판 할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일본현대사는 제 관심영역밖이기에 현대사에 관한 얘기는 이정도로 해둘 수 밖에 없겠군요.) 그리고 해당 이야기는 '혐한'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념'에 관한 이야기 아닌가요? 실제로 일본 우익(넷우익계가 아닌, 전통적 우익.)내에 인식상에선 한국에 대해선 호의적인 면모가 많지만, 북한에 대해선 역으로 '빨갱이놈들'이라면서 적의를 내뿜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러할 경우엔 그건 '혐한'이라 해야되나요??
그리고 '우익'논란에 대해선....물론 제입장에서도 작금의 '우익이니 보면 안돼!'라고 강요하는 몇몇 사람들은 좋게 보지 않습니다. 허나, 그것을 제도권까지 확장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중에서도 그다지 보인것같지 않습니다. 그거랑 별개로, 단순 '호불호'의 영역에서 우익 논란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보며,(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관계상....) 그러한 관계상 '해당 작품은 우익 논란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수준의 토의나 혹은 '우익작품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수준의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드리갈
2017-07-26 22:52:33
재일교포 북송사업은 한국에서 결코 무관심한 게 아니었어요. 당시 이건 공식외교채널을 통해서도, 민간차원에서도 상당히 반발이 거셌고, 게다가 북송사업을 막기 위해서 일으킨 사건 중의 하나가 니이가타적십자센터폭파미수사건일 정도였어요. 이게 역풍을 불러온데다 5.16 이후로 성립한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도 일본의 부정적 평가는 상당기간 이어졌고, 게다가 우리나라의 외교적인 반발은 "거주지선택의 자유라는 인도주의를 존중한다" 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제원칙에 반하는 것이 되어 지지를 얻지도 못했어요. 재일교포 귀국도 추진했지만, 북한측에서 "정주 제반비용은 북한이 부담" 한다고 천명한 것에 반해 우리나라의 입장은 "정주 제반비용은 일본이 부담" 하는 것을 요구했다 보니 결국 실현되지 못했어요.
비슷한 사례 중에 사할린 억류한인 문제가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 일본은 "독립한 나라의 국민이니 한국이 알아서 할 것" 이라고 외면하고 소련은 "한국을 국가로 승인한 적 없으니 관여하지 마라" 라고 외면, 결국 그 사할린 억류한인에 대해서는 사실상 우리나라 정부가 떠맡아서 방문 및 영구귀국이 추진되었어요. 결코 무관심하지 않았어요. 무관심했다면 과거 교육과정의 교과서 등에 수록될 이유가 없었겠죠?
그리고 전 현재 일본 좌익 정계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안했어요. 단지 과거의 일본 좌익 정계 성향이 그러했다고 한 것이죠, 게다가 해당 이야기는 혐한과 이념 모두 해당되고, 좀 더 정의를 좁히자면 이념적인 기준에 의거한 혐한이죠. 그리고 예시로 드신 일본 우익은 혐한이 아니죠. 반공, 반북, 그리고 친한.
사실 특정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는 뭐라고 할 수 없어요. 그리고 그걸 막을 수도 없는 건 명백해요. 그리고 특정 성향에 대한 문제제기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권으로의 확장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실제로 과거에 수입선다변화정책이라는 게 있었으니까요. HNRY님의 BEMANI in Korea - 두 번째 BEMANI. 그러나 흥하지는 못한 제하 글에의 제 코멘트에도 언급된 이 정책은 사실상 일본산 컨텐츠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였고, 이러한 정책이 일단 현재에는 폐지되어 있지만 국민감정 등에 편승해서 부활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대왕고래
2017-07-26 22:00:55
통칭 '우익적인' 컨텐츠에 대해서는 반대파의 경우 크게 두가지로 갈린다고 볼 수 있겠죠.
"이 작품은 이런이런 면에서 통칭 '우익적인' 면모를 띄고 있으니, 나는 싫다"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사실 대다수이고, 그게 너무 극으로 가서 말씀하신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죠.
극으로 가면 뭐든 좋지 않아요. 반대쪽 극의 안좋은 면을 이상하게 닮아버리는 경우도 많죠. 주의 또 주의...
마드리갈
2017-07-26 23:01:11
어떠한 사안을 싫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그 중의 하나가 문제의 우익요소일 수도 있는데, 이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역효과가 나기 쉽고, 그 역효과는 자신이 가장 반대하고 싫어하는 상황에 대한 동의를 강요당하는 등의 최악의 경우로 나타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죠.
만일 우익이니 금지해야 한다라는 논조를 계속 확대하다 보면, 아예 일본산 컨텐츠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감정적 대응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게 되어요. 이것은 일본산 컨텐츠를 제도적으로 차별해 왔던 과거의 수입선다변화정책이나 중국 각계에서 자행하고 있는 사드 관련 보복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그리고 문화컨텐츠 전반에 검열이 정당화되었던 1970년대로 회귀하거나 20세기 전반의 전체주의사회로 이행해야 정의로운 사회가 될까요?
B777-300ER
2017-07-26 23:08:56
현재 일본의 행태에 환멸을 느꼈던 제 의견에 따르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친일/지일적인 행태에 유전자적인 거부 풍조(일제강점기 다음 흐름이 대한민국입니다) 및 일본의 비뚤어진 애국심을 무비판적으로 떠받드는 한국 일부 네티즌의 사생질 때문에 유감스럽지만 이러한 우익 낙인찍기는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듯 합니다.
마드리갈
2017-07-26 23:30:01
안녕하세요, B777-300ER님, 간만에 의견표명을 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우익몰이라는 게 정말 위험천만한 게, 상대가 일본만 아니면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중국에서 상당히 높이 평가하는 삼강령 전투라는 게 있어요. 이 전투는 1952년 10월에서 11월까지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였고, 중공군이 1만명 이상의 엄청난 사상자를 낸 뒤에 패퇴하면서 국군 제2사단이 방어에 가까스로 성공했어요. 이것을 중국측에서는 승전이라고 날조하는 한편 항미원조전쟁의 승전사례 운운하며 기념영화까지 만들었는데, 한국을 방문한 중국 외교관이 이 전투를 언급하면서 거만한 태도를 내비치는 데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대체 우리나라의 중론은 우리나라를 업신여기는 데에 대한 반발이 더 중요한 걸까요, 아니면 일본이 아니면 다른 어떤 나라에 모욕을 당해도 괜찮다는 것일까요?
가장 우려되는 것 중의 하나는, 이 우익몰이가 인종차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조짐이 하나둘 보이고 있는데, 그런 게 쌓이다 보면 역효과를 넘어, 지금까지 구사해 왔던 전술에 해를 입는 결과가 될 수도 있어요. 이게 경계될 따름이예요.
Papillon
2017-07-27 00:12:43
전 개인적으로 극우 미디어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유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편이죠.
우선 제가 생각하는 극우 미디어물의 범주를 설명하기 위해서 일각에서 "일본산 극우 미디어물"이라고 부르는 매체를 다섯 종류로 나누어보겠습니다.
마드리갈
2017-07-27 14:45:17
말씀하신 4, 5번 부류의 경우의 문제에는 확실히 동의하고 있어요.
예전에 "게이트 - 자위대. 그의 땅에서, 이처럼 싸우며" 가 애니화되어서 처음에 몇 회차를 본 적이 있었는데, 주제의식이나 이런 거 다 떠나서 결정적으로 재미없었어요. 설정, 구성, 연출 등도 대학생들이 자주제작하는 UCC조차도 안 저렇겠다 싶을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대체 뭐하나 싶을 정도...그런데 그런 것을 만드는 자들이 과연 연설문은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2번 부류는 상당히 조심해서 봐야 하는데, 논란이 없을 수도 없지만 있는 경우에도 항상 수위가 문제가 되거든요.
이를테면 이런 경우, 계몽사상가이자 음악가이기도 했던 쟝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무책임한 개인처신 문제라든지, 문인 히라츠카 라이쵸(平塚らいてう, 1886-1971)의 공산당 동조경력 같은 것들. 이런 이유로 그들의 저작을 평가절하하거나 부정하는 게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저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들의 행적도 자동적으로 정당화된다고 봐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예요. 이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 보이고, 그래서 어떻게 속단할 수가 없어요.
Papillon
2017-07-27 20:31:28
음, 2번 부류 혹은 3번 부류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저는 2번, 3번에 속하는 작품들이 극우 미디어물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가의 성향에 의해 작품의 평가가 떨어지거나 작품 자체가 혐오받는 일 역시 당연하다고 봅니다. 즉, 그 둘을 별개로 보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2번 부류에 대해서 누군가가 그것을 혐오하거나 작품을 평가 절하한다면 전 그 역시 응보라고 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작품이 극우 미디어물이냐고 하면 "글쎄?"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겁니다. 혐오받을 만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극우미디어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요. 혐오받을 만한 작품의 범주는 극우 미디어물의 범주보다 넓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