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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0년도 더 된 1980년대의 이야기입니다만, 개발이 막 시작되던 지역에 풍미하던 유행어로 "10억 거지"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10억원 하면 큰 돈인 점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30여년 전의 10억원 하면 두말해서 뭐하나 할 정도의 거금임이 틀림없었습니다.
그 10억 거지란, 일단 공단 및 아파트단지의 조성예정지역의 땅을 소유하고 있어서 평가액이 그렇게 거금인데 반해, 갖고 있는 현금이 거의 없다 보니 당장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상태의 자산가들을 부르는 멸칭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자산가들 자신도, 아직 현금이 들어오기 전에는 생활형편이 녹록치 않다 보니 스스로 5억 거지, 10억 거지 등으로 자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세대가 지났고, 요즘은 그런 유행어를 듣기는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대신 뉴스에도 잘 등장하는 대체어휘가 있습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 즉 보유자산의 대부분이 집이고, 그래서 정작 바로 쓸 수 있는 현금 및 금융자산은 거의 없어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게다가 이건 과거 전국 개발의 태동기이던 그 시대의 일부 자산가들만의 현상이 아니라, 거의 전국, 전계층에 포진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오늘, 이런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핫뉴스] 넉 달간 아무도 몰랐던 '증평 모녀'의 죽음 (2018년 4월 9일 조선닷컴 기사)
안타깝기 짝없는 사연이지요.
게다가, 더욱 끔찍한 것은, 하우스푸어는 사실상을 넘어 제도적으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경우가, 증평의 저 모녀가정의 비극으로만 한정되어 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를 질문해 보더라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인하되어도 인상되어도 유지되어도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보게 되며, 또한 그 피해의 여파의 광범위성과 심각성으로 인해 만족할 솔루션이 있을지 자체부터가 의문의 여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거의 잊고 지냈던 한 세대 전의 저 유행어가 저 사건 보도로 다시금 생각나고, 지난 세월 동안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진 점에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를 일입니다. 정녕 솔로몬의 지혜같은 것은 이 상황에 없는 것일까요.
그 10억 거지란, 일단 공단 및 아파트단지의 조성예정지역의 땅을 소유하고 있어서 평가액이 그렇게 거금인데 반해, 갖고 있는 현금이 거의 없다 보니 당장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상태의 자산가들을 부르는 멸칭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자산가들 자신도, 아직 현금이 들어오기 전에는 생활형편이 녹록치 않다 보니 스스로 5억 거지, 10억 거지 등으로 자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세대가 지났고, 요즘은 그런 유행어를 듣기는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대신 뉴스에도 잘 등장하는 대체어휘가 있습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 즉 보유자산의 대부분이 집이고, 그래서 정작 바로 쓸 수 있는 현금 및 금융자산은 거의 없어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게다가 이건 과거 전국 개발의 태동기이던 그 시대의 일부 자산가들만의 현상이 아니라, 거의 전국, 전계층에 포진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오늘, 이런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핫뉴스] 넉 달간 아무도 몰랐던 '증평 모녀'의 죽음 (2018년 4월 9일 조선닷컴 기사)
안타깝기 짝없는 사연이지요.
게다가, 더욱 끔찍한 것은, 하우스푸어는 사실상을 넘어 제도적으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경우가, 증평의 저 모녀가정의 비극으로만 한정되어 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를 질문해 보더라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인하되어도 인상되어도 유지되어도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보게 되며, 또한 그 피해의 여파의 광범위성과 심각성으로 인해 만족할 솔루션이 있을지 자체부터가 의문의 여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거의 잊고 지냈던 한 세대 전의 저 유행어가 저 사건 보도로 다시금 생각나고, 지난 세월 동안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진 점에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를 일입니다. 정녕 솔로몬의 지혜같은 것은 이 상황에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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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18-04-10 15:31:23
보유세 인상 관련 기사를 보고 나서 생각난 무식한 질문이지만- "국가가 화폐를 더 찍어내지 않는 이상 화폐를 많이 축적한 사람은 그 자체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역시 미련한 판단일까요?
SiteOwner
2018-04-10 19:33:34
말씀하신 그 문제는 이미 조선시대의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 1681-1763)이, 당대의 자산가들이 돈을 쌓아두고 쓰지 않아서 발생하는 급격한 디플레이션인 전황(?荒)을 비판한 데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익은, 아예 폐전론까지 주장할 정도로 크게 비판했지만, 현실로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전황에 대해서는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에 공개된 자료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책임이 어떤 범주인지는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개인 차원의 합리적인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주어진 상황하에서의 합리적인 행위를 거시경제상 독이 되니까 귀책사유를 생성한다고는 못하며, 이것을 적극적으로 개인에게 물었을 경우의 파장은 아주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게 프랑스에서 실제로 발생했는데, 최고 75%에 달하는 고율의 부유세를 강행한 결과, 사업가들이 벨기에 등 인접국가로 귀화하거나, 아예 유명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Gérard Depardieu, 1948년생)의 경우는 2013년에 러시아로 귀화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의 온갖 부작용을 낳게 되었습니다. 개인 차원의 합리적인 행위가 거시경제 전반으로 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결과를 야기하고 말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근거로 그 합리적인 행위를 막으려고 하면, 오히려 더욱 나쁜 결과로 귀결되어 버리고 맙니다. 부유세 반대의 논리 또한 이것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래서 보유세 인상이 합리적이고 성공가능성이 높은 정책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