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교육정책이 뒤집힌 것만 해도 대체 몇 번이나 되는 건지 모를 지경으로, 교육정책은 정신없이 바뀌어 왔습니다. 학력고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으로 바뀌고, 대학별 본고사가 생겼다가 없어졌지만 논술 및 면접이 강화되고, 원점수 공개제도가 없어지고 표준점수 개념이 새로이 도입되어 쓰이고, 점수제가 등급제로 바뀌고, 또 교육정책에 큰 변화가 생긴다 그러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교육정책을 그렇게 바꾸고 그러는데, 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군가를 길러낸다[育]는 것에만은 전혀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의문을 포기한 건지 잊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이상할 정도로 들리지 않습니다.
과연 이렇게, 교육정책에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만 없는 것을 그냥 묵과하기만 해야 하는 것인지, 여기에서 의문을 제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인간은 배워야 제대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그 사실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가는 다른 동물에서처럼 생존과 번식을 위한 차원 그 이상으로 분야가 넓고 깊이 또한 심대합니다. 게다가 인간의 능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분화되어 발휘되기는 하지만 성장속도가 느린데다 누구에게 어떤 능력이 얼마만큼 있는지는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크고 작은 여러 집단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집단 내에서 사회화되는 동시에 집단에 영향을 투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에 교육이란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서, 다방면에 걸쳐 골고루 학습하게 하여 개인차를 발견해 나가면서 진로를 찾게 해 주고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정책의 근간은 교육과정 및 내용이어야 하며, 인재의 선발은 그것들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 그러면 돌아보기로 하지요.
교육정책에서 교육과정 및 내용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면밀히 검토되어 왔는지 생각나는 게 있습니까?
아마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야기는 하지 않고, 대입제도 개편 이야기밖에 하지 않으니 생각나지 않아도 정상입니다. 기껏해야 좀 나오다 만 것이 고교 학점제 도입인데, 이것을 위한 각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확충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의외로 공론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부 차원의 준비 또한 상당히 부실해서, 보도자료만 봐서는 뭔가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의문까지 들고 있습니다(교육부 프레스릴리즈 참고, 2017년 11월 27일 공개). 당장 고교와 대학이 어떻게 다르고 필요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이미 경험하셨거나 경험중인 분들이라면 바로 아실 것입니다.
실제 교육정책의 집행에 필요한 것은 이렇게 홀대되고, 나오는 이야기는 온통 대입제도 개편 뿐.
교육정책에서 교육만 빠져 있으니 이런 어이없는 일이 계속됩니다.
게다가, 문제의식까지 결여되어 있다 보니 이런 현상을 제대로 읽고 비판하기조차 무리인 실정이니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정부가 바뀌면 교육정책 또한 그렇게 될 터이니, 생각해봤자 소용없고 그냥 다음 교육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교육정책에 교육만 없는 게 한국사회 내에서의 합리적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질 따름입니다. 앞으로의 교육정책에도 어차피 교육이 등장할 가능성이 없다 보니 뾰족한 수도 생길 리가 없고, 결국 생각을 그만두는 게 상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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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대왕고래
2018-05-20 23:34:54
제 기억에도 고등학교 때 "실질적으로" 배운 것보다는 예습으로 배운 것, 그리고 토익학원에서 배운 것, 대학에서 또 대학원에서 체득하면서 익힌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씨앗을 키워서 나무로 만든 걸까요, 아니면 진짜 아무것도 없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네요.
SiteOwner
2018-05-22 15:24:47
학교의 교육과정이 무의미했다거나 거기서 배운 것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공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사정에 천착하기 보다는 평균적인 수준을 상정하여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니 그 자체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해서 공교육이 비난의 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단, 확실한 것은, 공교육이 전반적인 사항을 가르치는 데에까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개인의 능력발현 및 더 높은 차원으로의 지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막상 시험제도에서는 그러한 능력발현이 모두 가능해졌다고 전제하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니 교육의 생산성이 낮고, 실질적으로 배운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원인이 고쳐지지 않는 채 있습니다.
Lester
2018-05-21 02:01:21
약간 쓴소리로, 무엇인가를 '가르치긴' 하던가요? 교과서의 내용을 따라하고 그것을 풀이할 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더군요. 풀이하는 것을 가르침이라고 친다 해도 교과서에만 집중되어 있죠. 그것을 벗어난, 소위 '위인들이 했다던 엉뚱한 생각'은 물어보지도 답하지도 않고요.
말장난스럽긴 하지만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내'생각은 어떠냐는 식의 사고만 가르치는 것이 현 교육의 주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SiteOwner
2018-05-22 15:28:47
그렇습니다. 사실 어떤 지식이 어디에 있다는 그 자체로만 따지면 그건 학교가 아니라도 시판 도서만으로도 얼마든지 제공가능합니다. 공교육이 제공해야 하는 것은 그 지식이 어떻게 활용가능하고 그것을 개인의 삶에 어떻게 접목시킬까의 최소한의 가교인데 그것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문제가 됩니다. 그 가교를 위해서 학생들은 헤매지만,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고 한들 찾아내기는커녕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이고, 알아내어도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르고 몸과 마음이 소진된 다음입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중간비용이 너무 크게 드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내 생각은 어떠냐" 조차도, 정작 중요한 것에는 회피하는 것 같아서 그게 더욱 씁쓸하게 여겨집니다.
마키
2018-05-21 02:22:10
제가 학창시절 동안 유일하게 공부에 흥미를 붙인게 일본어 수업이었죠.
"취미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일본어 정도는 기본은 해둬야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목적이 생긴 덕분에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기면서 저절로?흥미가 함께 붙더라구요. 덕분에 그나마 일본어 수업 시간을 가장 재밌어 했었죠.
SiteOwner
2018-05-22 15:31:59
동기부여의 중요성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이것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사실 의미가 상당부분 내지는 전체적으로 부정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교육이 사회화과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전제 자체가 부정되니까요.
마키님께서는 일본어를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셨군요. 정규 교육과정의 일본어는 어떤지 그게 좀 궁금해집니다. 저는 완전히 독학했고, 그리고 동생은 저의 지도를 받아서 공부를 했다 보니 그건 못 겪어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