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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영단어의 안쪽 이야기 - 스웩, 사이폰, 그루브

SiteOwner, 2018-11-22 19:58:17

조회 수
190

이번에는 재미있는 세 영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싶습니다.
스웩(Swag), 사이폰(Siphon/Syphon), 그루브(Groove).

먼저 스웩부터.
사실 발음기호나 외래어표기 등을 엄밀히 따지면 "스왝" 내지는 "스왜그" 로 쓸법하지만 이건 일단 차치하지요.
스웩이라는 단어는 의외로 오래 된 것으로,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가 만든 어휘. 그리고 시대에 따라 의미가 변해 왔습니다. 18세기에는 장물을 의미하기도 했고, 현대에는 주로 힙합 뮤지션들이 즐겨쓰는 개념으로서의 자기과시 등으로 많이 통용됩니다. 호주에서는 이 단어가 휴대용 간이숙영세트를 뜻합니다.
또한 이 단어는 백크로님(Backronym), 즉 역 두문자어가 되기도 합니다. 경제저널에서는 Silver, Wine, Art and Gold의 대문자 부분을 따서 SWAG이라고 부르는데, 귀금속과 와인과 미술품이 상류층의 절세투자에서 각광받는 아이템인 점과, 현대에서 자기과시의 의미로 쓰이는 스웩이 잘 어울려서 재미있게 보입니다.

그 다음에는 사이폰.
이것은 기압차를 이용하여 한 용기 속의 액체를 다른 용기로 쉽게 옮길 수 있는 도구로, 20세기 후반에는 주로 석유 등의 액체를 다루는 도구로 통용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이게 커피메이커의 한 종류를 부르는 어휘로 더 많이 쓰이는가 봅니다.

끝으로 그루브.
그루브라는 어휘가 음악 관련에서 쓰일 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일단 물리적인 그루브는 78rpm SP, 33⅓rpm LP, 45rpm EP 등의 아날로그 레코드판에 새겨진 홈.
그런데 요즘은 이 의미보다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묘사할 때 주로 쓰입니다. 사실 요즘의 음악감상에서 아날로그 레코드는 몇몇 오디오파일들에 한정된 미디어이고, 요즘은 CD 등의 물리적인 디지탈 미디어는 물론, 각종 포맷의 음악파일 등 무형의 디지탈 음원이 널리 쓰이는 시대이다 보니 그루브라는 어휘는 본래의 의미대로라면 사어가 될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음악에서 느껴지는 리듬감, 고양감, 감동 등의 요소 등의 개념을 의미하면서 새로이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그루브 있는 음악 하면 표현력이 돋보이는 등 멋진 음악 등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세 어휘를 돌아보니, 현대인들이 크게 의식하지 않고 쓰는 어휘가 미래에는 또 어떤 의미를 담아서 다시 생명력을 얻을지가 벌써 기대되기까지 합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18-11-25 01:18:57

스웩은 요즘 들어 많이 쓰는 단어이건만, 그 근원은 18세기부터 있었고, 그 셰익스피어가 쓴 적도 있는 단어였군요.

그루브는 개인적으로는 힙합이나 블루스가 생각나는 단어인데, 그 어원이 의외로 레코드판 용어였어요.

단어라는 건 참 자유자재로 바뀐다는 느낌이 드네요.?

SiteOwner

2018-11-26 18:31:34

그렇습니다. 단어는 어떻게 보면 생명체같이 보일 정도로 시대를 거치면서 자유자재로 바뀝니다.


게다가 옛 문물을 가리키는 말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속성이 부여되어 새로이 태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그루브와 비슷한 사례 중 바로 생각나는 것으로는 군사용어 중 Cavalry가 있군요. 이것은 원래는 기병대를 의미했지만 현대전에서는 고속기동전을 수행하는 기갑수색 병과를 의미합니다.

마키

2018-11-26 22:59:46

전차 라는 단어도 보면 재밌는게 청자의 관심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뜻이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지죠.


電車라고 하면 전기로 가동되는 철도차량, 곧 전동차를 의미하는 단어로도 쓰이고 戰車라고 하면 다시 청자의 흥미 주제에 따라 말이 이끄는 고대의 돌격 마차인 채리엇(Chariot), 중근세의 이동식 전투수레인 전투마차(戰鬪馬車, war wagon), 그리고 고대사에 그리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나 접해볼 일이 없는 사람들에겐?일반적으로 장갑과 대포를 갖춘 현대 육군의 주력 기동병기 Tank를 의미하는 걸로 통용되죠.


電車의 경우엔 문자 그대로 전기로 구동하는 차량으로 통일된 반면, 戰車의 경우엔 말이 이끄는 전투수레로 시작했던 기동병기는 전쟁이 발전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현대 지상전을 대표하는 탱크로 진화해가는 동시에?자연스럽게 戰車가 뜻하는 의미 또한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죠.



+로 주작(做作:없는 사실을 꾸며 만듦.)이라는 단어도 단어 자체는 있돼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사어로 취급되던 실정이었는데 마씨 성을 가진 모 유명인 덕분에 주작이 곧 조작의 이음동의어로 취급되면서 사어였던 단어가 난데없이 현대에 부활하며 전국적인 유행어로 탈바꿈했죠.

SiteOwner

2018-11-26 23:40:47

전차라는 단어는 여러모로 재미있지요. 게다가 동양에서도 서양에서도 또 재미있는 변천사를 담고 있습니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전차 관련으로도 이런 게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굳이 전기동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여객열차를 흔히 덴샤, 즉 전차의 일본어 발음으로 표현합니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동력방식은 중요한 게 아니고 가장 흔한 여객열차가 전차이다 보니 그렇게 의미가 확장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전쟁무기로서의 전차 또한 재미있는 현상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현대전의 전차를 탕크(坦克)라는 음차로 표현하고, 히브리어에서는 고대의 전차 및 이스라엘 자국산 전차를 메르카바(Merkava, מרכבה)로 부르는데다 독일어로는 고대의 전차를 슈트라이트바겐(Streitwagen), 현대의 전차를 판처캄프바겐(Panzerkampfwagen)으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전차의 한자 자체로만 보면 독일어의 슈트라이트바겐이 가장 잘 대응되는 것이겠죠.

영어의 Tank는 원래 개발도중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코드네임이었는데 이게 유체를 저장하는 기밀용기는 물론 전차를 의미하기도 하니 돌아볼수록 기묘합니다.


주작이라는 단어, 그렇지요. 그 금지어의...그 금지어 덕분에 사어가 부활한 것은 참으로 기묘한 역설입니다. 이미 부활했으니 불사조처럼 장기간 살아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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