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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7일에서 28일까지 이틀 동안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정상회담은 그 자체 이외에도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의 교통수단으로도 화제가 되었는데 과연 그런 열차투어가 목적에 부합하고 효율적이었을까요? 이것에 대해 비판을 좀 해 볼까 싶네요.
북한과 베트남은 직접 이어져 있지 않아서 철도로 양국을 최단거리로 이으면 중국대륙을 북동부에서 남서부까지 횡단하는 이외에는 방법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여정의 상당부분은 중국 국내 이동이 차지하게 되어 있어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좋든 싫든간에 김정은의 운명은 회담장소인 베트남도 회담상대인 미국도 아닌 제3국인 중국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 이러한 이동에 안전이 담보되려면 중국과 북한이 운명공동체일 것이 전제되어요. 그리고 이것을 벗어나서는 처음부터 아무 것도 성립할 수 없음도 명백해지죠.
이렇게 볼 때 추가적으로 추론되는 것이 하나 있어요.
북한의 최우선사항은 예의 "최고존엄" 의 안전이지 회담이 될 수가 없다는 것. 여기에서 김정은의 열차투어가 주객전도라는 것도 드러나고 있어요.
여러 국가들이 크고 작은 정부전용기를 직접 소유하여 운용하거나 자국 항공사의 기체를 임대하는 형태로 운용중인 이유를 봐도 김정은의 열차투어가 비효율적인 것은 드러나 있어요.
분명 정기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지만 문제는 이 선택지가 철저히 항공사 및 공항의 사정에 묶여 있는데다 탑승수속 처리에 의한 시간의 소비, 동선노출에 따른 경호비용의 증가 등 여러 비용의 지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 있어요. 게다가 정부의 고위직 인사는 할 일이 아주 많아서 일분일초가 아깝기도 하죠. 그러니 비싸더라도 정부전용기를 운용하는 것이 상식일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보면 김정은의 열차투어는 앞에서 추론한 것처럼 주객전도일 뿐만 아니라 비효율의 극치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어요.
물론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겠죠. 열차내에도 집무실이 있으니까 문제없지 않느냐고. 이동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지만 더욱 효과적인 업무처리는 이동 없는 업무처리인만큼 그런 장시간 이동의 필요성 자체가 처음부터 부정되니까 자동으로 반박되어요. 아무리 호화로운 설비를 갖춘 교통수단이라도 수면환경이 자택이나 호텔의 객실 등의 지상의 설비보다 더 쾌적하지도 않은 것도 감안하면 예의 열차투어는 사서 고생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은 그런 열차투어를 이렇게 평했어요.
북한의 의전팀이 탁월한 판단을 했다고(2019년 2월 25일 조선닷컴 기사, 한국어).
그런데 그럴까요? 이미 위에서 교통수단의 목적 및 효율을 감안하면 열차투어의 이점이 모두 부정되었고 그렇게 화려하게 열차투어를 한 결과가 이미 주지의 사실인 회담 결렬. 과정도 엉망인 것이 예측되었는데다 결과 또한 엉망인데 이것이 무슨 탁월한 판단일까요.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북회담 관련 발언도 같이 봐야겠어요.
동아시아 공동체를 철도 네트워크로 묶으면 좋겠다는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여줬다고 평한데다 북한의 지도자가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2019년 3월 7일 조선닷컴 기사, 한국어).
그런데 이 평가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그렇게 열차투어를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데다, 이미 김일성의 베트남 방문이나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등 지난달의 경우보다 더 긴 시간동안 자리를 비우고 국외에 있었던 사례조차 엄연히 있기에 사실관계도 이미 틀려 있어요. 게다가 김정일이 2001년에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평양-모스크바를 23박 24일에 걸쳐 왕복했으니까 김정은의 이번 열차투어 따위는 아예 비교도 되지 않아요. 오래 자리를 비운 것으로 따지면 김정은은 오히려 후퇴한 셈이니까요.
게다가 위의 두 의견이 설령 옳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어요.
철도의 물리적 규격은 나라마다 다르고 한 나라 안에서도 여러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보니 동아시아 공동체를 철도 네트워크로 묶는다는 자체가 이미 성립할 수 없어요. 사실 베트남의 경우만 하더라도 궤간은 1435mm와 1000mm가 혼재되어 있고 1435mm 구간은 전체 철도구간의 7.6%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죠. 김일성과 김정은의 열차투어가 가능했던 것도 하노이까지의 철도는 두 궤간이 혼재하는 3선궤였으니까요. 게다가 궤간이 같다고 해서 같은 궤간의 차량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러니 결론은 이렇게 나네요.
김정은의 열차투어는 주객전도, 비효율, 외화내빈의 삼위일체.
그리고, 중국이 북한과 철저히 운명공동체인 것이 확인되었고 중국의 대북제재가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는 기만인 점도 이렇게 선명히 드러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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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9-03-10 03:31:47
그냥... 북한이 "북한"한 것이었네요, 해당 일정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네요...
자기들을 위한 투자만큼은 확실할 북한이 전용기가 없을 리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오히려 전용기를 마련할 돈이 없었던 걸까요...
아무튼 희안하네요. 일부러 비효율을 추구한다라...
마드리갈
2019-03-10 16:43:02
사실 북한에도 전용기가 있긴 있어요. 소련시대에 제조된 IL-62 4발 여객기가 있고, 이것으로는 평양-모스크바를 논스톱 왕복할 수 있으니까 평양-하노이 정도야 무리없이 운항가능하긴 해요.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항공 이용을 극도로 꺼렸지만 그래도 유럽 국가에 극비리에 진료를 받으러 갈 때에는 할 수 없이 탔다고 하지만요.
문제는, 이 기종이 생산수량도 많지 않은데다 현재 운용수량 또한 턱없이 부족해서 부품을 구하려 해도 여의치가 않다는 점에 있어요. 해당 기종이 정기항공편이나 정부전용기에 쓰이는 것은 겨우 6대에 불과하고, 북한의 보유수량은 2대. 김일성 일가가 투자를 해도 평양을 비롯한 북한 각지에 각종 우상화 등에 돈은 써도 전용기 자체는 거의 내버려두다시피 했어요. 긴급한 경우에 요긴하게 쓰일만한 물건인 전용기에도 투자하지 않는데 여기서 그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을까요?
그러기에 북한은 일반적인 상식이 전혀 통용되지 않아요.
게다가 이번 회담이 엎어지면서 시간이 정말 없는 쪽은 북한이 되었어요. 당장 4월 15일에 금품을 못 뿌리게 되면 김정은이 안전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