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호빗 시리즈 3부작의 제1작 "호빗: 뜻밖의 여정(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의 패러디. 본문 중에 나오는 업적은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주민 관련 업적 중 하나.
(첫 양산 모델인 A300B2 초도기.)
때는 1970년대 초.
유럽 각국이 합작해 창업한 에어버스는 첫 작품인 단거리 쌍발 광동체 여객기 "A300"으로 민항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미 보잉, 맥도널 더글러스, 록히드 등의 굴지의 회사들이 선점한 시장에 막 창업한 신생 회사는 신뢰성이 최우선시되는 민항기를 판매할 보증인 신뢰도가 없었기에 에어버스는 홈그라운드인 유럽에서나 간신히 몇대 팔아본 정도의 실적으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러한 에어버스의 미래를 바꿀 뜻밖의 구세주가 등장하는데...
같은 시기 대한민국 국군은 미국의 대함미사일 하푼(RGM-84 Harpoon)에 관심을 갖고 판매 요청을 하게 됩니다. 목적은 조선인민군이 가진 스틱스 대함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함이었으나 이 당시 한국은 복잡한 내부 사정과 김대중 납치 사건 등의 영향으로 미국 조야에 심각한 불신을 안겨주고 있던 탓에 미국 정부가 "하푼을 판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거래는 불발됩니다.
하푼의 거래가 불발되자 이에 한국은 차선책으로 프랑스의 엑조세(Exocet) 미사일을 선택, 프랑스 정부에 구매 의사를 타진합니다. 당연히 프랑스도 불미(佛美)관계 등 자국의 정치적 입장 탓에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어떻게든 미사일을 갖겠다는 집념에 불타오르던 한국은 대한항공까지 끌어들여서는 에어버스의 경영난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면서 "엑조세 미사일을 팔아준다면 A300 여객기도 같이 구입하겠다" 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합니다.
대한항공이 회사의 안전을 담보로 에어버스의 거래처가 되어주는 대신 엑조세 미사일을 수출해달라는 이 파격적인 제안에 눈이 돌아간 프랑스 정부는 흔쾌히 거래를 승낙합니다. [업적: "훌륭한 거래군요!"가 달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얻어낸 엑조세 대함미사일은 1974년부터 기러기급 고속정에 탑재해 박정희 대통령의 참관 하에 시험발사를 시연하였고, 거래 조건으로 A300 여객기 4대를 우선 발주해서 국내선과 아시아 노선에서 운용해본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의 준수한 성능에 만족하면서 후에 36대를 추가로 발주하며 에어버스의 단골 거래처가 됩니다.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1920.02.11.~2002.11.17.) 초대 회장은 이러한 에어버스의 외국 판로 개척을 높이 평가한 프랑스 정부에게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 2등급인 그랑도피시에를 수여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편, 한국이 난데없이 프랑스 물건을 사서 대만족하고 있는 것을 본 미국은 자칫하다간 양 분야의 주고객인 한국을 놓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결국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1975년부터 하푼 판매를 승인. 결과적으로 한국은 "하푼을 구매한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함과 더불어 에어버스라는 새로운 거래처와 엑조세 대함미사일까지 갖게되는 성공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대한항공이 A300을 도입해 운용해보고 준수한 성능에 만족해 추가 발주까지 하는 모습을 본 다른 항공사들도,대한항공을 보증삼아 에어버스에 비행기를 주문하게 되면서 에어버스의 해외 시장이 점차 개척되기 시작하였고, 이것을 발판으로 성장한 에어버스는 지금은 보잉과 함께 전세계의 민항기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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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SiteOwner
2019-03-17 11:47:01
에어버스 A300은 저와 동생이 처음으로 타 본 민항기여서 인상이 많이 남는데, 마키님께서 에어버스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해 주시니 더욱 반갑습니다.
그렇습니다. 에어버스 컨소시엄은 아주 험악한 환경하에서 출범했습니다.
당시 민항기 시장의 구도는 미국의 보잉과 맥도넬 더글라스가 양분하고 있었고 잔여시장을 미국의 록히드, 소련의 일류신, 투폴레프 등이 조금씩 갖고 있었을 뿐, 유럽 제작사들의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영국의 빅커스, 쇼트 브라더즈, 호커 시드레이, 드 하빌랜드, 프랑스의 쥐트 아비아시옹, 다소-브레게, 서독의 도르니에, 메서슈미트-뵐코프-블롬 등은 회사의 규모에서도 민항기 시장에의 공급량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확립하지 못한 채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던 실정이었습니다. 게다가 컨소시엄 결성국 이외에는 채택이 부진했다 보니 정작 결성을 하고 나서도 이것이 오래 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잘해야 2선급 동맹국의 말석 정도로만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반공을 국시로 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산주의자 전력이 있어서 확실히 신뢰하지는 않았고, 일본이나 서독같은 구 적성국 출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국이나 호주만큼 신뢰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닌데다 전략적 가치를 생각하면 경시할 수도 없어서 여러모로 껄끄러운 동맹국이었지요. 게다가 정국불안 및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도발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의 대상으로서 서독을 많이 상대하는 한편, 프랑스로부터의 각종 기자재 도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서독의 제약회사 훽스트, 베링거-인겔하임, 바스프 등의 한국진출, 프랑스 전철규격인 25kV 단상교류 및 8000호대 전기기관차 도입 등이었지요.
결국 이렇게 각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던 에어버스 컨소시엄과 우리나라는 훌륭한 딜을 성사시켰고, 그 결과 에어버스는 당대의 강력한 라이벌들을 대부분 밀어내고 현재는 보잉과 대등한 레벨로까지 성장했고, 우리나라는 당장 1970년대에 F-4 팬텀 전폭기, 하푼 공대함 미사일, 엑조세 공대함 미사일을 모두 갖춘 강력한 항공전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주력 전투기에서 미국, 일본, 영국, 서독, 호주, 이스라엘, 이란 등과 동급인 것에 더해 하푼과 엑조세를 동시에 장비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북한의 무력도발 중 항공전력을 이용한 것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신생기업과 존재감 없던 변방의 국가가 손잡아서 만든 나비효과, 이런 일이 다시 역사에 재현될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마키
2019-03-19 03:18:29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그 비행기 저희가 사겠습니다!" "4달라!?4대! 땡큐!" 정도일까요.
여러가지 의미로 역사에 남을만큼 기묘한 거래였다는 생각이네요.
마드리갈
2019-03-18 09:49:13
일부러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이게 가능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에어버스와 우리나라의 인연, 항공산업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사례로 빛날 거예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첫 공중급유기인 KC-330 또한 에어버스 A330 MRTT. 이렇게 또 에어버스와의 인연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네요.
A300을 처음 타본 게 2002년이었죠. 당시 존재하던 항공사인 재팬에어시스템(Japan Air System), 약칭 JAS의 운용기체로. 현재는 일본항공으로 통합되어 없어졌고, 결과적으로 이 경영통합으로 인해 에어버스의 기체를 쓰지 않았던 일본항공이 에어버스 기체를 쓰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또한 A300은 운용상의 유리한 점이 상당히 많은 기체이기도 해요. 사용 엔진은 제네럴 일렉트릭 CF6, 프랫&휘트니 JT9D 및 이후 개발된 PW4000으로, 보잉 747과 같았죠. 그래서 정비기자재 및 인력의 확보 문제에서 유리한 점이 많았어요. 이후 등장한 보잉 767 또한 A300처럼 보잉 747과 동일한 엔진을 선택가능했어요. 767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 롤스로이스 RB211도 선택지에 포함되었지만요.
마키
2019-03-19 03:21:06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미사일 모두 본국과 거의 같은 시기에 제식 병장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들로서 얻어진 기술은 후에 해성 대함미사일 같은 한국 독자의 미사일 개발 기술의 토대가 되어주었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