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구상이 너무 심각하다, 구상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인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이걸로 밥벌이를 하겠다는 생각이나 환상은 없으니 그냥 편하게 쓰면 되는데, 그럼에도 공을 들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작 공들여서 쓴 내용은 분량적으로도 전개적으로도 별볼일 없지만 말이죠. 지금 이 글을 쓰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평상시에 글쓰는 것조차 많이 힘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현재 직장이 만족스러워서(?) 몰두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죠. 적어도 시간은 알차게 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면 집에 돌아와서 쓰면 되지 않느냐 싶은데 영어모임이다 보드게임 모임이다 이것저것 시간을 쪼개버려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런 모임에서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가 따져보면 또 애매하거든요. 영어모임은 시간 대비 비용이 너무 들고(하루 회비 1만원 + 커피값, 최대 1시간 20분 정도), 보드게임 모임은 새로운 게임에 대한 지식을 넣어두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리니까요.
그래서 중간점검을 해보자면, 일단 2주 전에 쓰기로 했던 새로운 소설 "This is the Vice"는 보류 내지 취소인데 취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동생도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사느라 바빠서 그런지 제가 말을 걸기 전에는 연락조차 없더라고요(뭐, 그게 정상이지만). 범죄물을 두 개나 쓰는 것도 그렇고, 해당 원작 게임에 대한 제 열정이 예전보다 훨씬 떨어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현재 제 뇌용량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 "Cosmopolitan"은 어떤가 하면... (어차피 스포일러 걱정해봤자 의미도 없겠다) 다 얘기하자면, 초반에 이야기 전개를 위한 캐릭터 관계 설정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존이 살인을, 레스터가 불살을 선택했다면 '어느 시점에서 그 상반되는 두 입장이 공존할 수 있게 되었는가'를 따져야 하는데 그걸 언제로 잡을지, 그 이야기를 언제 풀어낼지가 고민이에요. 뭐 지금 연재분에서는 레스터의 의견은 1%도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존의 의향에 따라 '끌려가는' 상황이라 이건 이것대로 괜찮지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디서 들은 격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작품에 열정을 쏟으려 할수록 재미는 반감된다는 것. 지금 중간점검을 해보고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레스터가 '총을 싫어하여 잡지 않게 된 계기'를 쓰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초반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가려 하는 것은 억지로라도 자제해야겠습니다. 그거야 전문 작가의 스킬이고, 저는 그냥 초보니까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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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마드리갈
2019-05-13 09:43:42
어제 올려주신 글을 읽고 생각을 해봤는데, 사실 결론이 쉽게 나지는 않아서 바로는 코멘트를 할 수 없었어요.
이 코멘트 또한 충분한 답변이 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쓰긴 써야겠어요.
일단 순리대로 맡겨 보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레스터님 스스로 결론을 내셨듯이. 약간 여유있게 기존 작품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런데 맨 끝 문장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네요. 꼭 그렇게 비하적인 표현을 써야 할지는...
Lester
2019-05-14 00:20:21
뭐가 됐든 계속 써봐야 실력이 늘든지 줄든지 할텐데 계속 무언가에 발이 묶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막상 시간이 나도 무의식적으로 무언가에 대해 브레이크가 걸려서 쓰기가 망설여지네요. 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지금은 딱 하나, '최대한 머리 비우고 대충 쓰기라도 하자'입니다.
비하적인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대왕고래
2019-05-13 21:51:58
그래도 목적지가 존재하네요. 어떤 것이든 목적지가 정해지는 게 제일 중요하죠.
목적지가 없으면 표류하기 쉬우니까요. 절반은 해낸 거 아닐까요?
잘 될 겁니다.
Lester
2019-05-14 00:24:05
그런가요? 한 발짝이라도 떼어야 할텐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서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말씀하신 대로 목적지나마 정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방향조차 모른채 헤매기만 하는 고통은 이미 충분히 겪어봤으니...
앨매리
2019-05-14 12:01:07
저도 글이 도저히 안 써질때가 있어서 공백기를 꽤 길게 가졌던 적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하루 10분 정도라도 좋으니까 한두문장이라도 쓰거나 고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안 써진다고 안 쓰니까 진짜 못 쓰게 되더군요...
Lester
2019-05-16 22:15:16
생각해보면 예전에 신나게 팬픽을 써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로지 '초보의 패기' 하나였네요. 내세울 권위도 실력도 없었으니... 지금 저같은 경우는 시간이 있어도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정신승리하는 상황이라, 오로지 긍정적인 뜻으로서의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SiteOwner
2019-05-15 20:12:59
최대한 생활패턴을 단순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딱히 도움이 되지 않고 계속 비용과 시간을 소모시키는 모임은 불요불급할 것 같군요. 그러면 과감히 정리하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어차피 모임이라는 것도 얻는 것이 있어야 가치가 있지, 그렇지 않다면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너무 강하게 보인다는 비판도 충분히 있겠지만, 어차피 쓸 수 있는 자원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탄탄한 기초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되니까 여기서도 자원배분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설정이 현실세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별도의 없어도 무방한 것은 과감히 빼셔야 합니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보고 조정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만족할만한 경량화와 내실화가 달성되는 게 느껴질 것입니다.
Lester
2019-05-16 22:37:51
일단 일요일 모임은 탈퇴 확정입니다. 교통비와 회비 모두 가장 싸지만 과연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해야 하나, 소득이 없더라고요. 보드게임 모임은 화기애애하지만 게임의 종류가 너무 다양한데다 주중이고, 다른 영어모임은 다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주말 모임은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너무 띄엄띄엄에 교통도 곤란하고... 모임은 최대 2개까지만 하는 것으로 하고 최대한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해당 상황은 현실성이 아니라 주인공이 얼마나 잘 잡혀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뭐 너무 심각하게 흘러갈 필요가 없다면야 적당히 언급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든지, 아예 언급을 안 해도 되겠죠. 심각한 내용이 있더라도 핵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여유롭게 풀어낼 수 있을 테고요.
아... 또 고질병이 도져서 얘기만 나오면 심각하게 들어가려고 하네요. 최대한 가볍게 쓰기로 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