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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미는 새벽영화입니다.
동생하고 같이 새벽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자는거죠.
물론 평일에는 할 수가 없고, 주말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단점이라면 다음 날에 너무 피곤하다는 점...
영화는 보통 동생이 고릅니다.
그냥 동생이 고르고, 저는 같이 가는 셈인데, 동생이 확실히 선구안이 좋아요.
동생하고 같이 봤던 영화 중에서 기억나는 영화들에 대해 리뷰하겠습니다.
서스페리아. 공포영화입니다.
무용단에 들어간 한 소녀와, 해당 무용단 출신인 다른 소녀를 상담하던 한 노인, 그리고 무용단 사람들.
이들이 엮여서 미스테리하면서 섬찟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고어한 장면이 많아서 (뼈가 꺾이고 등등...) "아니 대체 이 다음에는 뭐가 또 나오려고"하면서, 아주 심장 떨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중간중간의 무용 장면, 특히 기승전결의 전 부분인 공연 장면은 이 영화의 장르가 혹시 예술영화는 아닌가 싶은 기분마저 듭니다.
마지막, 주인공이 흑막과 마주하고 물리치는 장면은, 피가 튀어나오는 장면도 많고 고어해야하건만, 보고 있으면 "허미 이게 바로 현대예술이구만"하는 느낌조차도 듭니다.
상담사 노인이 흑막의 수하들에 의해 그 흑막이 벌이는 의식 장소 앞에 끌려가던 장면이, 아직도 머리속에서는 "아니 손님 여기서 이러고 계셨네" "VIP한테만 보여주는 특별공연이 있는데 그거만 보고 가셔!"하는 모습으로 머리속에서 필터링되어있습니다.
영화가 1970년대 독일을 다루고 있어서, 내내 바더 마인호프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토리와는 크게 연관을 맺지 않지만, 영화의 은유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미리 알고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걸 모르고 봐도 꽤 좋은 영화였어요. 끔찍한 장면들 빼곤...
어스. 공포영화입니다.
땅 밑 터널들에서 나타난, 주인공 가족을 닮은 도플갱어 가족들이 주인공들을 위협하고, 주인공들이 이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섬찟할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웃긴 장면까지 섞여있던 영화였죠. 마지막 반전은 생각 밖이었어요.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도플갱어들을 피하려다가, 그들을 미친듯이 패죽이고, 차로 치여 죽이고, 태워죽이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들을 위협하던 그들이나, 주인공들이나, 모습도 속도 똑같은 존재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었던 것이죠. 마지막 반전까지도 그 뉘앙스를 뒷받침해주고 있죠.
해석들 중에서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관심조차도 받지 못하는 자(도플갱어)들이 미국 전체(주인공들)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는 영화라고도 해석하죠. 도플갱어의 리더인 "레드"가 말한, "우리는 미국인들이야."라는 대사는 어찌보면 이 주제를 대놓고 말해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거 다 생각하지 않고 봐도 훌륭한 영화입니다.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동시에 마블이 빌런을 얼마나 매력있게 잘 만드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MCU의 흑막에서 암약하던 타노스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전 우주의 인피니티 스톤들을 손에 넣어 자신의 숙원을 이루려고 합니다.
지구도 이에 침략을 받고 그에 맞서싸우는 어벤저스. 이것이 엔드게임의 스토리죠.
타노스의 숙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전에 자신이 살던 혹성 타이탄은 자원부족현상으로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타노스는 이에 대해, "자원은 한정되어있으니 차라리 입을 줄이자, 계급 무관히 연령 무관히 절반만 죽이면, 나머지 절반이 살 수 있다"는 제안을 하고, 다들 그를 미친 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타이탄은 멸망했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라고 생각한 타노스는 우주 여기저기를 침략하며, 딱 절반만 살육하는 짓을 하고 있었죠.
인피니티 스톤들을 손에 넣어 그가 이루고 싶은 것은 전 우주의 절반을 죽이는 것.
원래 코믹스에선 자기가 짝사랑하는 "데스"의 관심을 얻고 싶어서 전 우주의 절반을 죽이려는 타노스가, 자신의 미친 사상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사상은 존경할 수 없지만 신념만은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멋진 빌런이 되었습니다.?
소울 스톤을 얻는 장면은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왜 타노스가 훌륭한 빌런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6/24 추가 : 포스터는 엔드게임을 올려두고, 내용은 인피니티 워로 작성했네요... 포스터 변경합니다.
엔드게임의 타노스도 좋았지만, 역시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는... 제가 평생 보는 창작물 속 악역들 중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기생충. 블랙코미디 영화입니다.
한 반지하 가족이, 친구 대타로 부잣집 가정교사로 들어간 아들을 시작으로, 미술교사, 운전수, 가정부 자리를 하나씩 (사기쳐서) 얻거나 빼앗아서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만 보면, 장르만 보면 말 그대로 블랙코미디, 웃기면서도 씁쓸한 이야기일 것 같죠. 실제로도 그렇고요.
두 가정의 대비, 착한 사람 없는 반지하 인물들 (누가 놀부는 나쁘고 흥부는 착하다고 하던가요?), 이래저래 생기는 트러블들, 모든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이 영화는 코믹하게 시작해서는 씁쓸함으로 끝을 맺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드린 것에서 알 수 있겠지만, 제가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명작이었어요. 다른 영화 다 안보셔도 이건 꼭 보셔야 합니다.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다른 영화도 많지만 이 영화들이 먼저 떠오르네요.
제가 모든 영화를 본 것이 아니니 제가 놓친 요즘의 명작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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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키
2019-06-24 01:11:25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게 택시 운전사네요.
포스터만 보고도 딱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인생영화 라는 느낌이었더랬죠.
그와는 별개로 감상한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은 명장면 1위는 쥬라기 공원 1편에서 막 쥬라기 공원 투어를 시작할때 살아 움직이는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위용을 보고 입을 떡 벌린 채 넋을 잃고 쳐다보는 그랜트와 새틀러의 모습, 그리고 시리즈의 명대사 "그랜트 박사, 그리고 친애하는 새틀러 박사. 쥬라기 공원에 온걸 환영하오!"라고 환영하는 존 해먼드 할아버지의 모습이네요. 그야말로 고생물학자로서 항상 표본과 그림으로만 보던 공룡을 생명체로서 마주한 주인공들과, 스크린에 난데없이 살아 움직이는 공룡을 보고 경악하는 관객들의 컬처쇼크를 그대로 함축한 최고의 명장면이죠.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메인 테마의 웅장함은 덤.
마드리갈
2019-06-24 21:48:05
여러 최신영화를 그것도 새벽에 많이 보셨군요.
늦게 귀가하는 건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밤중에 다시 나가기를 꺼려하는 저로서는, 대왕고래님께서 그렇게 새벽에 영화를 즐기시는 게 정말 대단하게 보여요.
모두 화제작이네요.
서스페리아에 언급되는 바더 마인호프는 독일의 극좌 테러리스트 그룹이었죠. 독일적군(Rote Armee Faktion, 영어명 Red Army Faction)이라는 정식명칭으로 활동했던 그들이 꿈꾸었던 세계 및 이상은 허상에 불과했고, 행동도 각종 테러사건으로 귀결되었는데다 조직원 내부에서도 죽고 죽이는 일이 횡행했어요. 독일 통일 이후에도 수년간 존속하다가 1998년에 이르러서야 해체한 그들이 언급된다는 게 관심이 가네요.
어스는 일단 포스터만 봐도 간단하면서 위압적이네요. 역시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네요.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타노스는, 킹스맨의 리치몬드 발렌타인을 연상케 하네요. 에코파시즘에 경도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한다는 게 고작 자동차 판매점에 방화하는 정도의 잡범 수준밖에 안 되는데,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는 그런 빌런이 어떻게 묘사되는 것일까요. 기대되네요. 사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기생충, 요즘 화제작이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봉준호라는 감독 이름이 그대로 장르가 된다는 평도 있는...
간만에 근황과 함께 최신영화의 간단한 소개를 해 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SiteOwner
2019-06-25 20:29:27
이렇게 포럼을 통해서 최신영화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간략한 리뷰를 써 주신 대왕고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4작품 모두 어떤 것부터 봐야 할지 망설여지겠습니다. 그런데 본다면 아무래도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부터 보고, 그 다음에 서스페리아, 기생충, 어스의 순으로 보고 싶어집니다. 장르가 비슷한 것끼리 이어서 보면 감상과 기억에 혼선이 생길 위험도 있으니까요.
잘 읽었습니다.